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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도 추수감사절 방학을 맞이해서 김장을 했다.

방학이 시작하는 주말에 워싱턴 디씨 근처에 있는 한인마트로 장거리 쇼핑을 가서 김장 재료를 사오고, 방학 초반에 김장을 하고, 방학 후반에는 친한 사람들과 김장 김치를 나눠먹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것이 이젠 해마다 지내는 풍습처럼 자리잡았다.

올해에는 날씨가 갑자기 매우 추워져서 배추를 절이고 헹구는 등의 모든 일을 실내에서만 해야 했다. 게다가 배추값도 좀처럼 내리질 않고 세일도 전혀 하지 않는다고 하길래, 올해에는 동치미나 갓김치 등등의 스페셜은 모두 생략하고, 배추와 무만 한 박스씩 구입했다.

배추를 절이려고 시작한 시간이 디씨에서 돌아온 일요일 저녁 8시였고, 그 시각 기온은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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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외 온도는 화씨 22.6도, 실내는 화씨 64.4도. 화씨 22도는 섭씨로 환산하면 영하로 제법 내려가는 추운 기온이다.

지하실 수조가 큰 편이고, 부엌보다는 자유롭게 작업을 할 공간이 있어서 배추를 지하실로 옮겼다. 다소 심란한 지하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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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박스에 15달러 하는 배추 상자를 열어보니 큰 것과 작은 것이 섞여서 모두 열 포기가 들어있었다.

이번에 새로 산 무척 큰 스텐 다라이에 담으니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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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를 이등분 혹은 사등분으로 갈라서 씻고 소금물에 담그고 겉잎으로 덮어두었다. 오른쪽의 앙증맞은 네 쪽은 소금물에 너무 깊이 잠기면 너무 짜게 될까봐 일부러 큰 배추 위에 어부바를 시켜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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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태로 하루 정도 재워두어야 한다. 한국 요리책이나 싸이트에서는 4-8시간 절여두라고 하는데, 미국 배추는 한국에서 재배한 배추보다 힘이 센지, 하루 24시간을 꼬박 절여도 모자란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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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를 재워놓고 사람들도 잠이 들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바깥 온도는 어젯밤 보다는 조금 올랐으나… (화씨 34도는 섭씨 1도 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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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면서 바로 얼어붙는 프리징 레인이 내리고 있었다. 보기만해도 쫄딱 미끄러질 것만 같은 우리집 베란다 계단의 모습.

이렇게 악천후에는 초중고 스쿨버스가 운행을 하다가 사고날 우려가 높아서 학교를 늦게 시작한다던가, 아예 휴교를 하기도 한다. 이 날은 2시간 지연 등교를 하게 되어서, 애 둘 돌보랴, 김장 준비하랴 무쳑 바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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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모처럼 방학이라 여유가 생긴 엄마로서 이정도는 해줘야지…ㅎㅎㅎ

DSC_0705.jpg 아침 식사로 팬케익을 먹겠다는 코난군을 위해서 엘모 얼굴 팬케익을 구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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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부엌 한 켠에서는 김장을 위한 밑준비가 한창이었다.

멸치, 버섯, 다시마로 진하게 육수를 우려내고… (조금은 덜어서 배춧국을 끓이려고 따로 냄비에 담아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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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고춧가루 2킬로그램을 넣어서 불렸다.

올해에는 한국에서 공수받은 고춧가루가 모자란듯 해서 한인마트에서 구입한 것을 섞어서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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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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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춧가루를 육수에 불리는 동시에 찹쌀풀도 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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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쌀풀을 쉽게 끓이는 법: 약한 불위에 물과 찹쌀가루를 넣고 달걀거품기를 이용해서 계속 저어준다. 이렇게 하면 바닥에 눌어붙지 않고 가루가 뭉치지도 않아서 쉽게 풀이 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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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쌀풀을 젓다가 조금 지치면 육수에 고춧가루를 뒤적여주고, 그러다가 팔이 아프면 다시 찹쌀풀을 저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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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와중에 슬로우쿠커에는 돼지고기 보쌈이 익어가고 있었다. 김장 하는 날의 필수 메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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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아이들은 등교를 했고, 본격적인 양념 준비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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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에서는 절임 배추라는 것을 택배로 배달시켜서 김장을 한다고 하지만, 미국 산골에 사는 나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어차피 방학 동안에 반은 놀이삼아 재미로 하는 일인데 싶어서 김장의 과정 하나하나 제대로 해보려고 노력했다.

배추가 골고루 절여지도록 뒤집어주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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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과 생강도 직접 갈았다. 그래도 통마늘을 안사고 깐마늘을 사서 푸드프로세서에 넣고 갈았으니 반쯤은 꼼수를 부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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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이 준비되고 배추도 헹궈서 꼭 짜서 부엌으로 옮겨놓고 넓다랗게 자리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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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의 색이 너무 붉어서 잘 보이지 않지만, 무채와 부추와 갓을  넣었고, 젓갈은 멸치액젓과 새우젓을 섞어서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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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를 막 버무리기 시작했을 때 제이 교수님이 오셔서 그 때부터는 사진을 찍을 틈이 없었다.

신참 후배 교수인 케이 교수도 오고, 배추국도 맛있게 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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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참을 맛있게 먹다가 생각이 나서 찍은 김치 완성작의 모습과 다른 음식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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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도 재미진 김장놀이를 잘 마쳤다.

김치냉장고에서 숙성된 김치는 내년 여름까지 우리 가족의 입맛을 행복하게 해줄것이라 믿는다.

2013년 1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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