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 제목만 유명한 책을 마침내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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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처음 출판된 것이 1988년이니 벌써 30년 가까이 된 책이다.

그 제목만으로도 무척 유명했던 책이지만, 게다가 유아교육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듯한 제목의 책이지만, 어쩌다보니 나는 그 책을 읽을 기회가 없었고, 이번 여름방학을 맞아 비로소 읽게 되었다.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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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니, 그 제목이 약간은 misleading (오도하는?) 하다는 것을 알았다.

저자는 목사, 화가, 음악가, 바텐더, 컴퓨터 영업사원, 등등의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동안에 이러저러한 일로 강연을 많이 하게 되고, 또 친구와 친지들에게 길고 짧은 글을 써보낸 적이 많았는데, 그러한 기록들을 모아서 에세이집으로 출간한 것이 이 책이고,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는 그 글은 수많은 에세이 중에 한 편일 뿐, 유아교육과 더 이상의 연관은 없다.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는 그 내용도 사실은, 유아교육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아니라, 세상을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외로 단순한 원칙을 지키는 데에 있다 라는 주장을 쓴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로버트 풀검, Robert Fulghum, 책의 원제목은 All I really need to know I learned in kindergarten 이다.) 자연주의적이고 여유자적한 인생관이 묻어나는 읽기 쉬운 짧은 에세이는 독자에게 마음의 평안을 주기에 충분하다.

재미있게 읽었던 것 중에 하나는 민들레에 대한 관점이었는데, 미국 사람들이 (정확히 말하자면 주택소유자들이)기겁을 하며 싫어하는 민들레를 높이 찬양하는 글이었다. 일부러 가꾸지 않아도 잘 자라고 노란 예쁜 꽃을 피우며 그 잎과 뿌리는 차로 만들어 먹으면 몸에도 좋고, 그래서 저자는 절대로 정원에 아름답게 피어난 민들레를 없애지 않는데, 부지런히 정원을 가꾸는 이웃집 아저씨는 그걸 이해못하더라 하는 이야기를 읽다보니 내 개인적인 경험과 느낌과 똑같아서 재미있었다.

한국에서 (정확히 말하면 대도시에서) 민들레 꽃을 보기란 쉽지 않고, 그래서 그 노란 꽃은 보기에 예쁠 뿐 아니라, 어린 아이가 민들레 홀씨를 후~ 하고 부는 모습은 한 편의 그림같은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내가 어릴 때 티비에서 즐겨보던 딱따구리 만화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난 프로그램이었고, 언제나 “아하하하~하” 하고 웃는 딱따구리의 편이었지, 단 한번도 딱따구리에게 총을 겨누던 못된 아저씨를 응원해본 적은 없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잔디 정원이 딸린 집을 소유하게 된 지금…

뒷마당 잔디밭에 민들레가 피고 그 홀씨가 보이면 얼른 꺾어서 버리기에 바쁘다. 민들레가 너무 많이 자라면 잔디에 해롭기 때문에 아이들이 홀씨를 부는 것은 우리집 마당에서는 안된다. (놀이터나 공원에서만 허락하고 있다. 이걸 일컬어 님비 현상이라고도 한다 ㅎㅎㅎ 낫 인 마이 백 야드)

게다가 봄가을 청명한 날, 즉 딱따구리가 짝짓기 좋은 날씨가 되면 신경을 잔뜩 기울이고 있다가 우리집 나무 외벽을 딱딱딱 하고 쪼는 소리가 나면 얼른 달려가서 내벽을 치거나 창문을 열고 휘이훠이 딱따구리를 쫓아내기 바쁘다. 집의 외벽이 상하면 내부까지 빗물이 스며들어 곰팡이가 생길 수 있고, 그래서 수리하려면 무척 비싸고 까다롭기 때문인데, 정말 총으로 쏘아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제는 만화 딱따구리의 악당 아저씨와 같은 편이 된 것이다.

어릴 적엔 오른편을 응원했지만 이젠 왼편을 응원하게 된 슬픈 현실…

그리고 예전엔 ‘아, 이쁘다’ 하던 것이 이제는 ‘어, 안돼 그러지마!’ 하는 그림으로 바뀌었다는… ㅋㅋㅋ

책 이야기로 돌아가서, 또 다른 에세이 한 편에서는 이사를 하기 위해 가구를 다 빼내고 텅 빈 방에 굴러다니는 커다란 먼지 덩어리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 먼지의 성분이 참 신기하다. 이런저런 사소한 것들 (곤충의 사체라든지 음식물 붓러기 등) 보다도 가장 많은 성분이 사람의 피부각질 및, 미세하게 부서진 운석의 잔해라는 것이다!

우주를 떠돌던 먼지가 지구까지 내려온 것이라는 것은 과학적으로 분석되어 증명된 사실이라고 한다.

요즘 코스모스 라고 하는 과학 다큐멘타리를 즐겨 보고 있기도 하고, 과학에 관한 팟캐스트 방송도 즐겨 듣던 터라 그런지, 우리집 가구 위에 하얗게 앉은 먼지가 우주에서부터 날아온 것이라고 생각하니 청소를 자주 하지 못해서 볼때마다 짜증이 나던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

아이들이 침대에 올라가서 뛰고, 이불자락을 펄럭이며 노는 것도, 벗은 옷을 빨래감 바구니에 넣지 않고 공중에 휘날리며 장난하는 것도, 이제부터는 좀 더 여유롭게 두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이 별 가루를 뿌리며 논다고 생각하면 참 아름답지 않은가!

2014년 6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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