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짧은 가족에게 감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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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에 우리 가족은 남편과 나, 단 두 사람이었지만 우리 둘의 입맛은 극과 극으로 달랐다.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고, 바다내음 풀풀 나는 생선과 각종 해산물을 좋아하는 나, 그리고 그와 정반대인 식성의 남편… 그렇게 각기 다른 입맛에 맞는 식단을 구성하고 차려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으나…

두 아이가 태어나고 밥을 먹는 지금은 네 가지 다른 종류의 입맛이 존재하게 되었다.

소스나 양념이 없는 심플한 맛을 좋아하고, 신 맛이 나는 과일을 좋아하지 않는 코난군…

야채 과일이나 쌀밥은 좋아하지만 햄버거와 같은 양식은 좋아하지 않는 둘리양… 게다가 요즘 요 녀석은 부쩍 입맛을 잃었는지 식사량이 줄었다.

부정적으로 생각하자면 밥상에 뭘 차려줘도 불만이 있는 가족이 생기게 마련이고, 그래서 밥하기가 무척 힘이 들고 보람없는 일이기가 십상이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렇게 가족들의 입맛이 제각각인데다, 음식의 맛 뿐만 아니라 냄새나 눈에 보이는 모양새 까지도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다보니, (예를 들면, 코난군은 음식이 뒤죽박죽으로 섞여 있는 음식을 무척 싫어한다. 비빔밥이나 여러 가지 토핑을 마구 섞어서 올린 슈프림 핏자 같은 것은 코난군의 음식이 아니다.) 내 요리 실력이 나날이 발전하고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거? ㅋㅋㅋ) 다양한 음식 만들기에 도전하게 되었다는 장점도 있다.

한 끼니의 밥상이 모든 가족을 동시에 만족시키지 못하니, 다음 끼니에는 또 다른 메뉴를 생각해내게 되고, 좋은 맛과 냄새와 모양새를 늘 추구하자니 싱싱한 재료를 구하려고 노력하게 되고, 그 덕분에 우리집 냉장고에는 김치 말고는 일주일 이상 묵어가는 음식이 거의 없게 되었다.

어디 그 뿐인가!

나만 빼고는 모두가 식탐이 없는 편이라 나도 덕분에 폭식하는 습관을 없앨 수 있었고, 먹는 일에 연연하지 않으니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장거리 나들이를 가더라도 바리바리 먹을 것을 챙기지 않아도 되니 무척 편하다.

어느날의 점심 밥상인데, 우리 가족의 각기 다른 입맛을 존중하려는 나의 노력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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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아이들을 위한 메뉴, 치킨버거와 프렌치 토스트이다. 아이”들” 이라고 쓰긴 했지만, 코난군의 취향에 보다 가까운 음식이다. 치킨버거 안에는 그 어떤 야채도 없고 겨자나 케찹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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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전날 저녁을 햄버거로 먹었고, 아침은 늘 씨리얼이나 토스트 같은 미국식을 먹기 때문에, 점심은 밥을 포함한 한국 음식을 차려주었다. 영양 균형을 위해서 샐러드와 김치에 소세지 반찬을 더했다. 정갈한 상차림을 위해서 반찬은 작은 접시에 한 번 먹을 분량만 조금씩 담았다.

DSC_1796.jpg 코난아범은 요즘 정원에 나무를 베어내고 새로 심는 일을 하느라 땀을 너무 흘려 그런지 식사하는 속도가 조금 더 느려졌다.

반면에 코난군은 방학을 맞이해서 엄마가 항상 식사를 챙겨주니 기분이 좋아져서 밥을 잘 먹고 살도 조금 붙은 것 같다. 먹고싶다고 주문했던 프렌치 토스트 말고도 자기 입맛에 맞는 치킨버거도 나왔지, 아빠의 소세지 반찬도 나눠 먹었으니, 이 날 식사의 가장 만족고객은 코난군이었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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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둘리양은 오빠것, 아빠것을 다 줘보았지만, 영 입맛이 없는지 잘 먹지 않았다. (그래서 저녁에는 둘리양이 예전에 잘 먹었던 로스트 치킨을 차렸으나 또 마찬가지, 다음날에는 남은 닭살로 닭죽을 끓였으나 마찬가지… 🙁 오늘은 뭔가 새로운 메뉴를 또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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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먹는 시중을 다 들고나서 남은 것을 내 점심으로 먹으니, 잔반이 남지도 않고 내가 과식을 하지도 않게 되어서 좋았다. 물론, 나도 평등한 우리 가족의 일원이므로 가끔은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그러니, 내가 음식물 쓰레기 처리반이라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2014년 7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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