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실에 꽤 오래도록 아껴 보관하던 미숫가루를 팍팍 먹을 일이 있었다. 이 미숫가루는 플로리다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는 이대 유아교육과 후배가 나눠준 것인데, 한국 시골에서 손수 농사지은 곡물을 직접 볶고 빻아서 손주 먹이라고 보내신 귀한 것이다보니, 고이고이 간직하고 아껴먹던 것이었다.
찬물에도 잘 타지는미숫가루는 여름철 간식으로 아주 적합하다. 갈증도 해결하고 배도 채워주기 때문이다.
이러저러한 사연으로 공돈이 약간 생긴 것을 조경사업에 투자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이 주일간 남편은 노동일로 매우 바빴다.
원래 화단에 심겨져 있던 나무들이 죽거나 아니면 뿌리가 집을 받치고 있는 기초 부분을 파고들어서 집을 상하게 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는데, 이번에 모두 베어내고 새로 나무를 심기로 한 것이다.
땅속 깊이 박힌 뿌리를 뽑아내느라 며칠 내내 땅을 파는 일을 해야 했던 남편에게 미숫가루는 아주 훌륭한 간식이었다.
호랑가시나무의 뿌리는 매우 치밀해서 톱날이 잘 들어가지 않을 정도였다.
벽돌로 된 굴뚝을 타고 올라가도록 담쟁이덩굴 종류의 식물을 심고…
현관문 옆에는 단풍나무를 심기로 했다.
이 작은 나무들이 자리가 잡히고 잘 자라면 우리집 경관이 더욱 예뻐보이겠지…
남편은 조경공사로 바쁘고, 나는 이런 음식을 해먹느라 바빴다.
오아시스 마켓에 생물로 나온 조기를 후라이팬에 구운 것.
쌈장에 찍어먹은 오이는 앞집 도리스 할머니가 손수 농사지은 것인데 참외만큼이나 달고 맛있었다.
게맛살을 마요네즈에 무친 것
알리오 올리로 스파게티 소스를 팔길래 사와서 만들어 본 파스타.
모든 식구들로부터 처절하게 외면당한 실패작이었다 ㅎㅎㅎ
캔 옥수수를 후라이팬에 굽고 마요네즈를 뿌린 옥수수 철판구이 – 한국 횟집에서 곁들이는 요리로 잘 나오는 것이다.
요즘 제철인 복숭아도 사다먹었고…
이건 오늘 밤에 도착하는 제이 교수님 환영 선물로 만든 식혜이다.
머나먼 길을 (게다가 중간에 비행기를 갈아타면서는 열 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지루한 여정이었다) 되짚어 집으로 돌아오면, 일은 밀려있을 것이고… 한국에서 짧게 상봉하고 헤어진 부모님 생각에 처량한 마음도 들 것이고… 그래서 심신이 지쳐있을 제이 교수님께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싶어서 설탕을 조금 넉넉하게 넣고 만들었다. 예쁜 선물 가방에 넣고 쪽지도 써서 댁으로 배달을 다녀왔다.
2014년 7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