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군 학부모 면담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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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한 선물 가방 안에 들어있는 건 무설탕 껌 여섯 팩이다.

지난 달이던가? 그로서리 쇼핑을 갔다가 반값에 세일을 하길래, 오늘을 위해 미리 사다두었던 껌은 사실, 코난군네 반 학습자재이다.

코난군의 담임 선생님은, 평소에는 교실에서 껌을 씹는 것을 못하게 하지만, 작문 시간에는 아이들의 긴장도 풀어주고, 쓰기 활동에 집중하는 것을 돕기도 하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무설탕 껌을 나눠주고 씹게 한다고 하셨다. 사실, 글쓰기 활동은 심신이 어느 정도 릴랙스된 상태에서 더 잘 되고, 또 껌을 씹는 것은 학생들의 주의력 집중 시간을 조금 연장해주는 효과가 있는 것이 과학적 연구결과로 밝혀졌다고 한다. 게다가 어린 학생들에게 평소에는 금지되는 행동을 허락받는다는 것은 학교 생활에 흥미를 갖게하고 교사에게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게 한다는 장점도 있다.

암튼, 그러한 연유로 학부모들로부터 무설탕 껌의 도네이션을 언제나 환영한다고 신입 오리엔테이션에서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것이 생각나서, 오늘 코난군 학부모 면담에 갈 때 가지고 가려고 준비한 것이다.

예전에 우리집에 왔던 손님 중에 누군가가 와인을 담아왔던 근사한 쇼핑백에 껌을 담으니 크기와 모양이 딱 맞는다. 코난군 담임 선생님이, 설마 와인을 선물로 받는 줄 알고 당황하시지는 않겠지?

내 졸업생 한 명이 교사 첫 해에 학부모로부터 술을 선물받아서 (미국 공립학교에서는 교사는 물론이거이와, 그 누구라도 술병 자체를 소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엄격한 규정이 있다.) 이걸 어떡하나 하고 무척 당황했던 적이 있다는 일화를 들려준 적이 있다 🙂

오늘은 마침 강의도 없고 교생실습 지도도 없는 날이기 때문에, 코난군 학부모 면담에 갔다가 학교에 들러서 몇 가지 사무만 처리하면 되는 일정이라, 사실 편안한 복장으로 외출해도 괜찮지만, 코난군의 위상을 세워주고, 선생님께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어서, 마침 어제 한국에서 날아온 원피스가 잘 맞는 날씨이기도 해서 이렇게 차려입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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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실물은 훨씬 더 예쁘고 우아한데 (?ㅋㅋㅋ) 거울에 비친 모습은 왜이리 둔해 보이지?

이러면서 스툴을 놓고 올라서서 이렇게도 찍어보고 저렇게도 찍어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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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문제는 카메라나 거울이 아니라 나한테 있는것 같다…

2014년 10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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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공원

딴지일보 팟캐스트에 나오는 광고 문구들은 하나같이 “은하계 최저가” 라는 점을 자랑하는데, 얼핏 심한 뻥튀기 같지만, 사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싸게 파는 물건인데 다른 나라에서는 구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것이 곧 지구상 최저가는 물론이고 은하계 내에서 가장 싼 값이 맞기는 하다.

뜬금없이 웬 은하계 이야기를 썼는고 하니, 엊그제 코난군이 학교에 다녀와서 엄마에게 하는 말이, “엄마는 은하계에서 가장 좋은 엄마야!” 라고 했기 때문이다 – My mom is the bestest mom in the whole universe! – 원문을 그대로 옮긴 문장이다. 베스트 라고만 말해도 good 의 최상급인데 거기에다 최상급 어미 -est 를 더 갖다 붙여서최고 중의 최고라는 표현을 한 것 🙂

선생님이 학급 모든 아이들이 있는 데서 코난군 엄마가 껌을 많이 도네이션 해주셨다고 고맙다는 말씀을 하셨단다. 그 말을 듣고, 코난군네 반 아이들이 모두 “너네 엄마 최고야!” 라고 추켜주었단다.

껌 몇 통에 은하계에서 가장 좋은 엄마가 되고보니 정말 복권이라도 당첨된 기분이다 🙂

소년공원

코난군 성적표 기록

(3점-충분이상, 2점-부분만족, 1점-부적절함)

학업성취:
읽기, 쓰기, 수학, 과학, 사회, 미술, 음악, 체육 모두 3점

글씨를 위한 노력 (Handwriting Effort) 2점

공부 습관: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사이좋게 지내기, 책임감, 독립심, 그룹활동 참여, 올바른 질문하기, 정리정돈 기술, 깔끔한 일처리, 준비물 챙기기 모두 3점

학급 규칙 따르기, 선생님의 지시 따르기, 주의를 기울여 듣기, 시간조절하기 항목은 2점

엄마의 분석 🙂

무슨 일이든 느리더라도 제대로 하려는 코난군은 아마도 제한된 시간 안에 주어진 일을 다 마치지 못하여 막판에는 손글씨를 정성스럽게 쓰지 못하고 휘갈겨 썼던 것 같다. 아침 자습 시간이나 수업시간에 주어진 학습지를 시간 조절 해가면서 하는 훈련이 더 필요한가보다.

규칙이나 선생님의 지시에 주의를 기울여 잘 듣는 것 역시 보다 더 훈련이 필요한데, 집에서도 잠시 한눈을 팔거나 딴청을 부려서 아빠 엄마가 하는 말을 놓치는 일이 있다. 개구쟁이 남자아이에게는 흔히 있는 일이라 별로 많이 걱정스럽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꾸준히 지도해야겠다.

(여담이지만, 내 국민학교 시절 통지표에 항상 “성적은 우수하나 주의가 산만한 편입니다”와 비슷한 코멘트가 적혀있었던 것이 생각난다 ㅋㅋㅋ 코난군은 엄마를 닮지 않아야 하는데… ㅎㅎㅎ)

소년공원

그리고 읽기 담당 선생님의 코멘트에서 발췌:

… He is a happy, active and eager participant in our reading group. He enjoys his reading class and always attempts each activity and instruction we give him with excitement… I enjoy having him in my class. I enjoy watching his reading skills grow each day as he practices his reading strategies and reads to build fluency…He works well independently, asks questions when he needs help with grammar concepts or skills and is a pleasure to have in our reading gro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