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재 너무너무 화가 나서 누구 한 사람이라도 내 시야에 들어오면 그를 붙잡고 속터지는 이 상황을 토로하고 싶은데, 하늘이 도왔는지 지금 우리 연구실 수트에는 교수도 비서도 대학원생 조교도 없고 오직 나혼자이다. 그래, 공연히 나한테 걸려든 사람은 바쁜데 내 하소연을 들어주어야 하니 얼마나 시간낭비일까…
지난 10월 초순에 은행을 바꾸었다. 내가 처음 미국에 와서부터 거래했던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블랙스버그 지점이 없어지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이다. 웰스파고 은행에 새로운 계좌를 열고 각종 자동이체를 그 쪽으로 옮기는데, 그 중에 하나가 내 월급이었다.
필요한 증빙서류를 들고 휴먼리소스 (한국에서는 인사과? 라고 부르는 부서와 같은 건지 잘 모르겠다) 부서로 가서 내라는 것 내고, 작성하라는 서류 작성하고, 10월 31일 월급부터는 새 통장으로 월급이 들어올거라는 확인까지 하고 돌아왔다. 내심, 그깟 은행 하나 바꾸는데 월급 자동이체가 무슨 3주일씩이나 걸려? 하는 불만이 있었지만, 모든 일이 느려터진 미국이 그렇지 뭐… 하고 기다렸다.
그런데 어젯밤에 조회해본 월급 내역이 옛날 통장으로 들어갈거라고 뜨는 것이었다. 오늘 휴먼리소스 오피스에 가서 물어보니 내가 낸 서류를 페이롤 오피스 (이건 경리과 정도 되는 부서)에서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머리에 뚜껑이 열리려는 것을 자제하고 다시 서류를 작성하고 증빙서류를 내고 페이롤 오피스 전화번호를 받아와서 그쪽으로 전화를 해보니, 12월 1일 이후부터라야 새 통장으로 월급이 들어온단다. 옛날 통장은 이미 닫아버렸는데? 했더니, 그러면 그 통장으로 들어갔던 돈이 튕겨나와서 리치몬드 (버지니아의 수도이다)에 있는 공무원 월급을 관할하는 관청의 부서로 들어갔다가, 래드포드 대학교로 다시 내려와서 내게 연락이 오고, 그렇게 해서 다른 통장으로 월급을 받게 되는데, 그 과정이 7-10일이 걸린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 동안에 내 통장 잔고가 모자라서 빠져나가야할 공과금이나 각종 지출에 차질이 생기면 물어야 하는 벌금과 불편함은 고스란히 나의 차지! 그리고 그건 12월 1일까지 계속해서 일어날 일!!
뜨아아~~~~ 헐크로 변신해서 책상이라도 뒤엎어야 속이 풀릴 것 같다.
전화를 끊고 생각해보니, 이건 페이롤 오피스의 잘못이 아니라 전적으로 휴먼리소스 오피스가 잘못한 일이다. 페이롤 오피스 에서는 서류 자체를 못받았으니, 일을 진행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휴먼리소스 오피스가 서류 전달을 빠뜨린 것이 원인이니 말이다. 경리과에서는 자기네 사무실로 직접 와서 서류를 작성했으면 그럴 일이 없었을거라고 하는데, 그럼 인사과에서는 왜 나를 경리과로 직접 보내지 않고, 작성해야 하는 서류 까지도 자기네가 구비해놓고 나를 거기서 서류작성과 제출을 하게 했는가 말이다.
인사과 사무실과 경리과 사무실은 걸어서 3분이면 가는 거리인데, 그 거리가 너무 멀어서 종이서류 하나를 제대로 전달을 못하고, 제대로 전달못할 서류같으면 자기네들이 처리하지 말고 올바른 부서로 가라고 알려주면 될 것을, 공연히 사람을 오라가라 해놓고 남의 소중한 시간과 금전에 손해를 끼치다니, 정말 생각할수록 미워죽겠다.
예전에 둘리양을 낳고서 출산휴가를 쓸 때에도 별 희안한 것을 가지고 트집을 잡아서 사람을 성가시게 하더니만, 이번에도 나를 화나게 하는 부서, 인사과!!!
휴먼리소스? 이름만 들으면 사람들이 일하는데에 있어서 인적자원을 잘 활용하도록 돕는 일을 하는 것 같지만, 내가 보기에 그들은 쓸데없이 사무실 책상만 여러 개 차지하고 앉아서, 직원을 오라가라 뺑뻉이나 실컷 돌리면서 쓸데없는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면서 자기네들 월급이나 따박따박 챙겨먹는 집단이다.
일단은 화를 좀 가라앉히고, 강의도 하고, 내 일을 좀 해놓고 경리과로 직접 찾아가서 서류를 한 번 더 (그러니까 똑같은 것을 세 번째) 작성할 계획이다.
둘리양을 낳고 열흘 후에 동료교수가 쓰러져 입원하는 바람에 출산휴가를 제대로 다 쓰지도 못하고 일에 복귀했지만, 그놈의 “서류상” 문제 때문에 내가 정식으로 복귀한 날짜를 가지고 휴먼리소스와 여러 번 복잡한 논쟁과 확인과정을 거쳐야만 했었다.
간난쟁이 보살피랴, 쓰러진 교수의 몫까지 두 배로 강의하랴, 바쁘고 정신없는 나더러 정확하게 몇월 몇일부터 복귀했느냐고 묻길래 사실대로 대답했다가, 의사의 승인없이 네맘대로 일에 복귀했으니 변호사를 선임해서 법적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소리에 놀라서, 다시 말을 번복해서 (즉, 거짓말을 해서) 날짜를 바꿔 말했더니, 이번에는 네가 신청한 휴가기간보다 하루를 더 놀았으니, 규정을 어긴거라 또 무슨 절차를 밟고 문제가 되는 상황이란다… 커허…
즉, 의사가 ‘이 사람은 이 날까지 휴가를 써야 합니다’ 하고 정한 날짜 이전에 복귀하면 규정을 어기는 일이라길래, 얼른 변명을 하다보니, “아니 그러니까, 그 기간에 출근을 한 건 아니고 집에서 이메일 같은 걸로 일을 했고… 정식 출근은 강의가 있는 날부터 했지.” 라고 대답했고, 휴먼리소스가 “그럼 네 강의는 언젠데?” 하고 묻는 말에 화요일과 목요일이라고 했더니, 휴가가 끝나고 출근해야 하는 날이 월요일인데 그럼 화요일부터 일을 시작한 것이니, 나더러 휴가를 하루 더 썼다고 트집을 잡는 것이었다.
교수의 업무가 아침 아홉시부터 오후 다섯시까지 땡 하고 끝나는 일이 아닌데, 게다가 동료교수와 학생들을 배려하는 선의를 가지고 자원해서 일을 더 많이 한 것인데, 그런 것을 가지고 자기네 규격에 맞추어 문제를 삼으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참, 위의 상황은 어떻게 결말이 났는고 하니…
“아~ 됐고, 내가 지금까지 말했던 날짜가 전부 내 착각이었으니 다 무시하고!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이 전부 진실이야, 잘 들어! 나는 모월모일부터 출근해서 일을 했어 (물론 그 날짜는 내 강의나 실제 업무과 전혀 상관없이, 서류상 휴가가 끝나는 날이었다). 끝!”
이렇게 말했더니 알았다며 전화를 끊었고, 그렇게 허망하게 마무리되었다. 그러니까 휴먼리소스에서는 실제로 확인을 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내가 말하는 내용만 가지고 서류상으로 일처리를 하는 것이 전부였다.
고작 그런 일을 하느라 며칠이 걸리고, 나처럼 바쁜 사람을 오라가라 전화받아라 팩스받아라 하는 것이 그들 업무의 실체인 것이다.
어유… 쓰다보니 더욱 화가나서 이만 써야겠다.
2014년 10월 29일
경리과 직원에게 찾아가서 아까 전화로 화를 냈던 일을 사과하고 서류를 다시 작성했다.
(사실, 실제 화난 것의 이십분의 일 정도의 분량만큼 언성을 높였을 뿐)
그나마 다행인 것은, 10월 31일에 들어오는 월급은 리치몬드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느라 몇일이 더 걸릴지 모르지만, 11월 16일 급료부터는 제대로 새 계좌로 들어올거라고 한다.
(그럼, 아까 휴먼리소스는 왜 12월 1일이라고 한거야? 이렇게 빨리 진행할 수도 있는 일을 공연히 지연시키려고 한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