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인천에서 제법 좋은 곳이라고 알려진 어린이집에서 교사가 네살짜리 (만으로는 두 세 살 정도? 둘리양의 나이 정도 되었나보다) 아이의 얼굴을 후려쳐서 아이가 바닥에 쓰러지게 했던 동영상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결국은 해당 교사가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다. 더 조사를 해보니 이번 일이 처음이 아니고 이전에도 그 교사의 상습적인 폭력이 있었다고해서, 어린 아이를 둔 부모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듯 하다.
그런데 나는…
이런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일말의 미안함을 느끼게 된다. 학대당하고 폭력의 희생양이 된 아이들이나, 어쩔 수 없이 어린 아이를 보육기관에 맡겨야만 하는 형편의 엄마들에게도 안타까운 생각은 들지만, 사실은 현직 유아교육 교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물론, 어린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교사는 말고, 현직에서 묵묵히 열심히 본분의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교사들에게 무척 미안하다는 말이다.
내 미안함의 근원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진 한국 유아교육 현장을, 내가 힘써서 개선해보겠다는 노력대신에, 비겁하게 멀리멀리 도망쳐 나왔기 때문인듯 하다. 게다가 도망쳐와서는 유아교육 교사보다도 훨씬 나은 직업을 가지고 무척 안락한 삶을 살면서 편하게 돈을 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내가 체험적으로 깨달았던 한국 유아교육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한 번 꼼꼼이 짚어보려한다.
나 한사람의 힘으로 바로잡을 수 없는 너무나 크고 조직적인 문제이지만, 그래도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현실을 보다 자세히 알게되면, 그래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깨닫고 해결점을 찾으려고 노력한다면, 그러면 무언가 좋은 방향으로의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1991년 3월, 나는 한국에서 제일 커트라인이 높은 유아교육학과에 입학을 했다. 유아교육학과는 생각보다 적은 학교에서만 개설되어 있어서, 내가 입학한 삼화여대(가명 ㅋㅋㅋ) 나 종앙대학교 (역시 가명 🙂 가 가장 높은 학력고사 점수를 요구하는 학교였고, 그 외에는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을 통털어 7-8개 대학이 전부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라 2-3년제 전문대학에는 유아교육학과가 없는 학교가 드물지만, 4년제 종합대학교에서는 아동학과나 그런 비슷한 이름이 아닌, 유아교육학과가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 유아교육학과와 아동학과 등의 유사 학과와의 차이는, 졸업을 하면 유치원 2급 정교사 자격이 학사학위와 함께 주어진다는 것이다. 내 기억으로는 유아교육이 아닌 이름의 학과에서는 정원의 일정 퍼센티지만 교사자격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학 4년을 다니면서 나는 전공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갖게 되는 동시에, 잘난 사람들의 허세에 가까운 자부심에 실망도 하는 이중적인 경험을 했다. 원래 유아교육과를 선택한 이유는 엄마가 강권해서였는데, 그 당시 엄마는 ‘삼화여대 유아교육과를 나오는 것이 교수가 되는 지름길이다’ 라는 정보를 어디선가 입수하셨던 것이다.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엄마를 이기지 못하고 등을 떠밀리다싶이 입학한 학교와 전공이었지만, 전공 수업과 실습을 하면서 ‘이거 무척 재미있는걸?’ 하고 느끼게 되었다. 말도 잘 못하는 어린 아기도 생각이란 걸 하고 있으며, 그 생각을 읽어가면 놀랍도록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피아제의 인지이론, 촘스키의 언어습득기제 이론, 그런 것을 배우면서 어린이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고, 각각의 아이가 가지고 있는 잠재능력을 꽃피울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는 것이 무척 자랑스러웠다. (다만, 이 모든 것은 젊은 시간강사 선생님들의 강의로부터, 아니면 도서관에서 내 스스로 찾아 읽은 전공서적에서 배운 것이다.)
반면에, 정년퇴임을 몇 년 밖에 앞두지 않으신 할머니 교수님들의 강의는 무척이나 실망스러웠다. 비문으로 가득한 어설픈 번역본 교과서는 열심히 읽어도 무슨 말인지 내용 파악이 안되었고, 강의 주제나 내용은 그저 ‘우리 삼대가 제일 훌륭해’ 하는 생각으로 똘똘 뭉친 교수님의 과거 경험을 듣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시험을 보거나 과제문을 제출하면 피드백이라는 것은 전혀 없었고, 단지 종강하고도 두어달 뒤에야 집으로 배달된 성적표를 보며, ‘아마도 내가 쓴 답안이 틀렸던가보다’ 하고 짐작할 뿐이었다. 모두들 밥먹고 살기도 어렵던 시절에, 여자로 태어나 미국 유학을 다 하시고 박사학위를 받고, 사회저명인사나 그의 사모님을 배출하는 삼화여대의 교수가 되셨으니, 그 자부심이야 태산을 넘을 기세였을게다. 하지만, 우리가 가장 훌륭하고 다른 학교에서 하고 있는 다른 유아교육은 알 필요도 없다는 폐쇄적인 태도가 결국은 부자를 위한 유아교육과 서민을 위한 유아교육으로 뚜렷한 분할선을 긋지 않았나 싶다.
대학교 4학년 2학기 말, 몇 명의 아웃사이더였던 동기들은 애초부터 유아교육 전공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른 분야의 공부를 따로 해온 것을 바탕으로 일반 기업에 취직을 했고, 몇 명은 대학원 석사과정에 진학을 했고, 그 외의 나를 포함한 대다수는 유치원에 교사로 취직을 했다. 딸을 교수로 만드는 꿈을 가진 엄마를 둔 덕분에 나도 대학원 입학을 고려했지만, 원서를 내기도 전에 이미 석사과정은 입학이 예정된 사람들이 있으며, 유치원 현장 교육 경력이 없는 상태에서 대학원을 입학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조언을 선배들로부터 들었기에, 실습을 했던 유치원의 원장님의 추천으로 서울 시내 한 유치원에 취직을 했던 것이다.
대학원 입학 예정자… 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가 조심스럽지만, 그 때문에 내가 결국 미국으로 유학을 오게 되었으니 그냥 넘어가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삼화여대 유아교육과는 무척이나 폐쇄적인 분위기일 뿐만 아니라 ‘우리끼리’ 정신이 강해서, 학부를 다닐 때부터 엄마가 유치원 원장이거나 엄마가 삼화여대 출신인 동기들은 교수님들이 따로이 신경을 쓰는 모습이 보였다. 나중에 친구들과 자조적으로 이야기하면서, 엄마가 유치원 원장이면 성골, 원장님의 며느리가 되면 진골, 그리고 나처럼 아무것에도 해당되지 않는 사람은 육두품 이라고 작명을 한 적이 있었다. 즉, 현장 교직 경력이 없어도 대학원에 입학이 허락되거나, 삼대부속 유치원에 교사로 취직할 수 있는 사람들은 애시당초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나의 삼대 대학원 입학 실패기는 나중에 자세히 쓰게될 것 같다.)
내가 취직했던 첫 번 유치원은 서울시내에 소재한 사립 유치원으로 만 3세, 4세, 5세반이 각각 하나씩 있는 작은 규모였다. 그러나 무척 특이한 곳이었으니… 일반 사립유치원 이라고 교육청에 등록은 되어 있었지만, 사실은 대통령이 사는 곳에 일하는 직원들의 자녀들만 입학이 가능한 곳이었다. 즉, 푸른지붕집 직원들 – 주로 경호실 직원이 대부분이었다 – 의 복지차원에서 개설된 유치원이었다. 머리숱이 많지 않던 대통령님 시절에 처음 문을 열면서, 대한민국에서 최고라 자부하는 삼화여대 유아교육학과에 의뢰를 해서 원장과 모든 교사를 삼화여대 출신만으로 구성해왔다고 한다. 그 때부터 원장으로 일해오던 선배이자 상사였던 김혜자 (가명) 선생님은 전, 노, 김, 그다음 김 대통령님 시절까지 주욱 월급 원장으로 일하셨다. 두번째 김대통령님 시절에 정부기구 축소방안이 발표되면서 이 유치원은 문을 닫았는데, 그 동안 내내 유치원을 운영해오신 김혜자 선생님은 내게 색다른 의미에서 은인이시다.
다음 글에서는 이어 쓰기로 한다.
2015년 1월 16일
안녕하세요, 유아교육을 전공하며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교사 겸 학생입니다. 유학과 관련하여 구글링을 하다 우연히 교수님의 블로그에 들어오게 되었고, 새벽까지 교수님의 여러 게시글을 읽으며 두근거리는 마음이 가득하였어요. 🙂 유아교육은 박사과정 유학에 대해 정보가 많지 않아 조언을 구할 곳이 많지 않아 실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댓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혹시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끝내기까지 몇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할까요..? 그리고 저는 funding이 있어야 유학을 갈 수 있는 상황이라…많은 학교에 원서를 넣어봐야 할 듯 해요. 질문을 해도 될지 며칠을 고민하다 이렇게 댓글을 남기게 되었어요. 혹시나 읽으신다면 시간되실 때 답변 부탁드려도 될까요..? 감사합니다
유아교육 전공자를 만나 반갑습니다.
우리 나라 유아교육이 미국의 영향을 전적으로 받은 학풍이라서 해외유학을 하려면 단연코 미국으로 오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더욱 거시적 관점으로 보자면 유럽이나 다른 나라의 유아교육을 배워서 그 새로운 장점을 우리 나라 유아교육에 접목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현실적으로 학위 취득 후 직장을 잡기에는 미국 유학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죠.
미국에서 유아교육 박사과정을 공부한 제 경험과 지인들의 경우를 대략 평균 잡아보면 박사과정을 시작해서 논문 쓰고 마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3년에서 5년 사이인 것 같아요.
여름 방학에도 계절학기 수업을 듣고 논문 주제를 잡고 실제 연구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모든 일이순조롭게 잘 풀리면 3년 정도 걸리고, 방학동안에 여행을 다니거나 한국에 오랜 시간 다녀오거나 아니면 가족 뒷바라지 등으로 방학동안 공부에 손을 놓아야만 한다든지, 논문을 쓰는 데에 어려움이 있으면 5년 혹은 그 이상 시간이 걸립니다.
제 지인들 중에는 6년 혹은 그 이상 걸려서 박사학위를 받은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미국 대학원 과정에서 일정 연한 이상 지나면 더이상 학교를 못다니게 하는 규정이 있으니 입학할 때 잘 알아보셔야 합니다.
위에 언급한 지인도 그 연한에 쫓기면서 어렵게 마쳤거든요.
만약에 미국 시민권자라면 휴학을 한다든지 파트타임 학생 신분으로 돌려서 졸업 시한을 늘리는 방법이 있지만, 한국 국적으로 학생비자를 받아서 유학을 오는 경우라면 반드시 매 학기당 수업을 풀타임으로 등록해야 하고 그러지 못할 시에는 이민법 위반으로 미국에 체류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원서를 규모가 큰 연구중심 대학교 박사과정으로 내시면 펀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시골에 위치한 주립대를 타겟으로 집중 공략하시면 펀딩도 받고 생활비도 적게 들어요.
하버드, 콜럼비아, 유펜, 그런 사립대는 풀펀딩을 받아도 다달이 방값이며 생활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공부에 전념하기가 어려울 거예요.
US News & World Report 에서 해마다 발표하는 랭킹을 잘 살펴보고 교육한 분야에서 상위 50위 안에 들어가는 학교라면 주립대라 하더라도 사립대 못지 않게 좋은 학교이고 한국이나 미국에서 직장 구하는 데에 큰 어려움을 없을 겁니다.
109countryside@gmail.com
으로 이메일 보내주시면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