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여름방학이 시작할 무렵이면 부엌 살림살이를 하나씩 장만했던 것 같다. 두 달이 넘는 방학 동안은 전업주부 놀이를 하며 살게되니, 자연스레 살림살이 도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그러다보면 한 개 정도 새로운 물건을 소유하게 되나보다.
올해에 나의 레이더 망에 걸려든 것은 바로 국수제조기 이다. 예전부터 국수 기계를 갖고 싶었지만 막상 사려고 하니 어떤 제품이 좋은지, 직접 만든 국수는 사다 먹는 제품에 비해 어떤 맛의 차이가 있는지 등을 생각하느라 계속 미루고 있었는데, 며칠 전에 딴지일보 팟캐스트 중에 하나인 걸신이라 불러다오 를 들으니, 음악평론가이가 미식가인 강헌 선생이 후배 집에 초대받아 가서 구경하고 얻어먹은 필립스 누들메이커에 대해 자세한 소개를 해주었다. 기계로 갓 뽑아낸 국수는 가게에서 파는 건면에 비해서 촉촉하기 때문에 양념이나 육수를 흠뻑 흡수해서 면이 훨씬 더 맛있다는 평가와 필립스 제품은 반죽을 따로 할 필요가 없이 밀가루와 물을 기계에 넣기만 하면 15분 만에 스스로 반죽을 해서 국수를 만들어 뽑아낸다는 정보도 얻었다.
아마존에서 구입하고 배송을 시키니 사흘만에 배달이 되었다.
아이들은 박스로 노느라 신이 난 가운데…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개봉박두…
뭔가 둥글고 세련된 모습의 기계 본체와 밀가루 물을 계량해서 넣을 수 있는 계량컵, 다양한 모양의 면을 만들 수 있는 틀, 등등의 부품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날이 밝자 국수를 만들어 보았다.
윗쪽의 뚜껑을 열고 밀가루와 물과 소금 (기호에 따라 계란을 넣기도 하고 안넣어도 되는)을 넣으면 윙~ 하고 돌아가며 반죽이 되다가 15분 정도 지나면 이렇게 국수가 나오기 시작한다.
뽑아져 나오는 국수를 적당한 길이로 잘라주어도 되지만 장난끼가 발동한 코난아범은 한 번도 자르지 않고 세상에서 가장 긴 국수를 뽑겠다며 도전했다. 2미터가 훨씬 넘는 국수… ㅎㅎㅎ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삼아 면을 뽑는 동안에
나는 계란 지단을 얼른 부쳤다.
얇게 썬 계란 지단과 김, 다진 파를 넣고 참기름과 소바소스를 넣어 비벼서 점심으로 먹으려고 준비했다.
여러 가지 모양 중에서 조금 굵은 면발을 골랐더니 짜장면이나 우동 면발 정도의 굵기가 나왔다.
일단은 국수 기계를 테스트할 겸, 사용법을 익힐 겸 해서 간단히 비빔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이제 국수는 언제라도 뽑을 수 있으니, 다양한 국수요리를 입맛대로 즐길 수 있도록 이렇게 재료 준비를 해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잔치국수를 위한 멸치 육수와 고명
여름에 어울리는 콩국수를 위한 오이채와 콩국. 콩을 삶은 물로 콩국을 묽게 만들 때 쓰려고 따로 담아두었다.
건강식품이라는 검은콩을 삶아서 갈았더니 색깔이 조금 거무튀튀 하지만, 맛은 참 고소했다.
콩국수
잔치국수를 해먹을 타이밍을 놓치고 대신에 라자냐 반죽을 뽑아서 수제비를 만들어 먹었다.
2015년 5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