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교수로 일하는 친구가 간단한 질문을 하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질문은 간단했지만 내 답장은 의외로 길어졌는데, 두 번에 걸쳐서 이메일을 주고받고 하고보니 그냥 지워버리기에는 아까운 유용한 정보인 듯 하여 여기에 기록으로 남겨둔다.
어느날 날아온 간단한 질문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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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영아….
잘 지내지?
어제 박사과정 지도학생이랑 얘기하다가….
유아의 연령과 한국, 미국 학제 비교. 관련.
나이가 헷갈려서….
명쾌한 답변 부탁할려고 메일 보내…ㅎㅎ
미국의 pre school/ K/ 초등 1, 2, 3……
여기에 해당하는 한국 유아의 연령을 알려주면 감사.^^
pre school : 0세-만 4세
K : 만 5세
초등 1, 2 : 만 6세, 7세…
맞는지??
미국은 9월이 학기 시작이라…좀 헷갈리네.
그리고 미국에서 유치원 교사는 초등학교 1, 2학년까지 담임 가능?
아니면 초등 3학년까지 담임 가능?
이런저런 얘기하다가…보영에 네가 제일 정확히 알고 있을 것 같아 메일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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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의 첫 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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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성숙아, 너도 잘 지내지?
미국의 초등학교 연령은 네가 말한 게 얼추 다 맞아.
다만, 킨더학년 부터는 공립초등학교를 시작하는데, 각 주마다 정해둔 입학 연령이 잘리는 컷트라인을 조금씩 다르게 정해둔지라, 버지니아 주에서는 1학년이지만 캘리포니아 주로 전학가면 2학년으로 건너뛰어야 한다든지 그런 경우도 생겨. 물론 그런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동성있게 원래 다니던 학년으로 전학시켜주는 경우도 많고. 한마디로 말하자면 미국은 모든 사회 전반에 유도리와 개성이 너무 많아서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복잡하고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
미국 학제와 연령을 한 번 종합해볼께.
프리스쿨 혹은 데이케어:
보통 프리스쿨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의 반일제 유치원과 유사한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그래서 만 3세 만 4세 (한국 나이로는 다섯 살 여섯 살) 아이들을 지칭하지.
데이케어는 종일반 어린이집이라고 볼 수 있는데, 생후 6주일 신생아부터 프리스쿨 연령의 아이들까지 폭넓은 연령대를 포함해.
미국도 맞벌이 가정이 점차 늘어가니까 반일제 프리스쿨 프로그램은 줄어들거나 데이케어에서 한 두 학급으로 운영되고 있어.
규모가 큰 데이케어에서는 신생아와 영유아를 돌보는 동시에 초등학교 학생들의 방과후 돌보미 교실을 함께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방과후 교실은 아이들이 학교에 간 오전 시간이 비니까 전업주부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반일제 프리스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게 일반적이야.
만 5세 (그런데 주마다 기준이 달라서 버지니아주는 9월 30일 기준으로 만 5세, 캘리포니아주는 9월 1일 기준, 인디애나주는 8월 1일, 코네티컷주는 1월 1일, 이런식이지. 여기에 다른 주도 나와있으니 참조 http://ecs.force.com/mbdata/mbquestRT?rep=Kq1402) 가 되면 킨더학년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우리나라의 공립 병설 유치원과 미국의 킨더학년이 거의 흡사해. 즉 일곱살 어린이가 다니게 되는 거지.
그 다음부터는 해마다 8월에서 9월초 사이에 학군에 따라서 새 학년이 시작되는 시기가 다르긴 하지만 암튼 해마다 한 학년씩 올라가는 식이야.
초등학교는 5학년까지이고 6학년부터 8학년 까지는 중학교, 9학년부터 12학년 까지는 고등학교를 다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코난군의 나이를 알려줄께.
코난군은 그 유명한 황금돼지 2007년 11월 22일생인데, 생후 5개월부터 데이케어를 근 5년을 다니고 2013년 9월 1일에 킨더학년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했어. 지금은 2015년이고 지지난 주부터 2학년을 시작했지.
코난군은 지금 현재 한국 아이들과 비교하면 아홉살이고 2학년이니까 별반 차이가 없지만, 내년 3월이 되면 한국의 황금돼지 아이들은 열살이 되고 3학년으로 올라가는데 반해, 코난군은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았으니 미국 나이로는 여전히 여덟살이고 새 학년이 시작하지도 않으니 2학년에 머물러 있겠지.
사실, 우리 동네에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전학오는 아이들이 많은데, 그 아이들이 모두 살던 나라에서의 학년과 미국에서의 학년을 맞추는 것이 무척 복잡하고 과정에서 실수가 생기는 일도 많고 그래.
네 입장에서는 간단한 질문이었는데 나는 설명하려니 너무 길어졌네 🙂
미국 사회가 좀 그래…
어찌보면 다양성을 존중하는 성숙한 모습, 하지만 그러다보니 너무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일처리…
그래도 이젠 오래 살다보니 나는 적응을 한 모양이야 🙂
또 연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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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을 보내고보니 빠뜨린 대답이 있어서 추가로 보낸 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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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출근 준비하면서 짬을 내서 이메일을 쓰다보니 마지막 질문 내용을 내가 놓쳤더라, 미안 🙂
유아교육 교사 자격증도 역시나 주마다 다 다른 시스템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내가 미국 전역의 현황을 알지는 못해. 심지어 잘 정리해놓은 페이지도 없더라. 각 주의 교육부 홈페이지로 가서 일일이 찾아봐야 정확한 정보는 알 수 있을거야.
버지니아 주에서는 유아교육 관련 자격증이 여러 개가 있는데, 그걸 소개하기 전에 가장 먼저, 프리스쿨과 데이케어 교사가 되는데에는 아무런 자격증이 없어. 심지어 고등학교 졸업장만 있어도 취직할 수 있지. 한국에서 보육교사가 되려면 간단한 양성과정만 거치면 되는 것처럼, 미국에서도 원칙상으로는 고졸자면 누구나 취업이 가능하고, CDA 라고 하는 보육교사 양성과정을 마친 사람을 선호하거나, 2년제 혹은 4년제 학위가 있으면 좋아하지. 물론 전공은 무관하지만 아동발달이나 교육학 관련 전공자라면 어서옵셔! 하고 모셔가려고는 해. NAEYC 인증을 받으려면 전체 교사진의 75% 이상이 4년제 유아교육 관련 전공자이어야 하거든. 바꿔 말하면 영세적인 규모로 돈벌이 목적으로 데이케어나 프리스쿨을 운영하는 사람은 그냥 고등학교 졸업한 아무나 데려다가 싼 임금으로 막 고용해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거지.
그 다음으로는 공립학교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정부에서 지정한 자격증을 갖추어야 하는데, 킨더학년부터 3학년 까지 가르칠 수 있는 유아교육 교사 자격증이 있고, 킨더학년부터 6학년 (그러니까 중학교 1학년까지 겹침) 까지 가르칠 수 있는 초등교사 자격증이 있어. 그리고 신생아부터 만 5세까지 장애가 있는 유아를 가르칠 수 있는 유아특수교사 자격증도 있어. 버지니아 주에서는 만 2세 이상의 장애가 있는 아동을 위한 유아특수학급을 편성해서 운영하고 있거든. 그래서 이 자격증이 있는 교사는 초등학교 안에 있는 교실에서 애기들을 모아놓고 가르쳐. 물론 자폐증이나 다운증후군 등등 각종 장애를 가진 애기들이라서 보조교사도 많고 자원봉사자도 함께 일을 하지.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위에서 말한 자격증 중에서 첫번째와 세번째 (K-3학년 자격증과 장애 애기들 가르치는 자격증) 자격증을 동시에 취득하게 돼.
참고로 특수교육 자격에 대해서 조금 더 부연설명하자면, 유아특수교육은 앞서 말한대로 출생에서 만 5세까지를 전담하고, 그 다음부터는 킨더학년부터 고등학교 12학년까지 다 커버하는 특수교육 자격증이 있어. 여기에 논란이 좀 많지. 1학년 가르치는 것과 12학년을 가르치는 방법이 완전히 다른데, 게다가 특수교육은 그 방법이 더욱 다양하게 세분화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자격증은 큰 덩어리로 뭉뚱그려 있으니 말이야.
그럼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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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친구의 고맙다는 답장:
보영아…
간단한 질문에 구체적이고 긴~~ 답변에 감동!
고마워.
여러가지 일로 바쁠텐데….
잠잘 시간, 쉴 수 있는 시간을 뺏은 것 같아 미안하네.
암튼 매우 매우 고마우이 친구.^^
담에 또 연락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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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