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4

겨울 방학동안 아이들과 놀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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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밖에 안되는 짧은 겨울방학이지만, 매일 가던 학교와 어린이집을 안가고 집에 있자니 아이들이 무척 지루해 한다.

나도 남편도, 처음 며칠은 아이들과 하루종일 함께 지내는 것이 너무 오랜만이라 적응이 안되어서 어떻게 놀아주어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았었다.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으니 놀이도 그 수준을 맞추어 주어야 하는데다, 학기말을 바쁘게 마무리하고나니 일단은 좀 쉬고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그래서 방학을 시작하자마자 짧은 여행을 다녀온 뒤로 한 이틀 정도는 아이들도 어른들도 갑자기 주어진 너무 많은 자유시간에 적응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다행히 어제부터는 어른도 아이도 겨울방학 모드에 적응을 한 것 같다.

어제는 거실에서 내내 머물면서 둘리양과 이런 걸 만들고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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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면지 두 장을 맞붙혀서 대충 만든 손가방 안에는 이런 것들이 들어있다.

처음에 시작은 저 작은 인형을 가지고 상상놀이를 하게 되었는데, 두 공주가 놀이터에 갔다… 하는걸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 물론 둘리양이 정한 각본이다 🙂

놀이터에서 합스카치 (사방치기 놀이와 흡사)를 하자길래 놀이판을 종이에 그리고 그 위에서 인형을 가지고 사방치기 놀이를 좀 하다가, 이번에는 시소를 타자, 회전목마를 타자, 자전거도 타자…

그렇게 원하는 모든 놀이기구를 종이 한 장에 그렸더니 훌륭한 놀이터가 되었다.

바깥이 추우니 실내로 들어가서 핏자와 코코아도 먹었다. 종이에 생각나는대로 대충 그려서 가위로 잘라주니, 둘리양은 그 작은 종이조각을 집어들고 사뭇 재미있게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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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그림 솜씨가 없어도, 대충 선과 면으로 이게 미끄럼틀이다, 이건 페퍼로니 핏자다, 설명하면서 쓱쓱 그려주고 오려주니, 아이가 즐거워했다.

뿐만 아니라, 거기에서 영감을 얻어 자기 스스로 눈사람을 그리고 오려서 놀이의 등장인물을 추가하기도 했다.

가지고 놀다가 잃어버려도 아깝지 않고, 찢어지면 테이프로 붙이거나 다시 만들면 되는 저렴한 장난감이지만, 아이에게는 엄마가 내가 원하는대로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마법처럼 신기하게 생겨나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대단한 장난감이다 🙂

이러고 노느라 나도 아이도 지루한 줄 모르고 한나절을 보냈다.

 

다음으로 만들었던 건 상자로 만든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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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가 왔는데 겉상자가 둘리양이 들어가서 놀아도 될만큼 컸다.

상자 안에 냉큼 들어가서 둥지에 들어앉은 새처럼 아늑함을 즐기던 둘리양이 상자의 두 날개를 양손으로 눌러서 아래위로 움직이더니, 
"엄마! 이건 새야!" 

한다.

색종이를 오려서 눈과 부리를 만들어 붙였더니, 이건 걸 버디 란다. 즉 여자 새라는 뜻.

그래서 마스카라한 속눈썹도 추가하고 둘리양이 가장 좋아하는 보라색으로 왕관도 만들어 붙였다.

이제는 내가 더 신이 나서 창고에 남은 자투리 천을 가지고 와서 날개에 깃털을 만들어 붙이기까지 했더니, 날개가 펄럭일 때마다 제법 새가 나는 것처럼 보였다.

보들보들한 천이라 둘리양이 매만지면서 좋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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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이 이렇게 노는 걸 보더니, 아빠와 아들은 힘을 합쳐 이런 모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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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개봉한 새 스타워즈 영화를 아빠와 아들 둘이서만 보고 왔는데, 거기 주인공의 모습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던 코난군이, 아빠에게 똑같은 헬멧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이렇게 복잡한 설계도를 다운로드 받아서 두꺼운 종이에 붙여 오렸다.

꼬박 하루를 (전날 저녁에 시작한 작업이 다음날 저녁 무렵에 완성되었다) 투자해서 마침내 코난군이 원하던 헬멧이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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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이름이 카일로 렌 이라던가? 나는 아직 이 영화를 못봐서 주인공 이름도 생소하고 생김새는 더더욱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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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아범이 추리하기를, 이 헬멧의 설계도는 아무래도 보통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고 영화 관계자 – 소품 담당자라든지 – 가 실제로 영화의 소품으로 만들어서 사용했던 것 같다고 한다.

그만큼 정교한 설계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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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게 원래 영화에 나오는 헬멧의 모습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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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이들과 놀아주면서 즐거운 시간이 자꾸만 흘러간다.

이러다가 개학하면 또다시 바쁜 일상에 적응하느라 한 며칠 어른과 아이들이 또 고생 좀 하겠지.

 

2015년 12월 29일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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