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학교 부모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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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학교는 공식적으로는 방학에 들어갔다 – 비공식적으로는 거의 매일 출근해서 마무리해야 할 일을 하고 있지만 🙂

반면에 아이들 학교는 5월 27일에 종업식을 한다.

예전에 내가 학교에 다닐 때도 그랬던 것 같지만, 학년이 끝나가는 시점에는 아무래도 학교에서 수업에 열중하기 보다는 갖가지 행사를 치루면서 다소 느슨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코난군은 일주일에 외부 견학이 두 개씩 잡혀 있기도 하고, 매주 하루 이상은 파자마 데이라거나 게임데이 같은 행사가 있다.

견학을 갈 때에는 학부모 자원봉사를 모집하는데, 교사 혼자서 모든 아이들을 통제하기가 어려우니 학부모 몇명이 함께 가서 교사의 일손을 도와주곤 한다.

바쁜 학기 중에는 학교 일에 학부모로서 열심히 참여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요즘은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라, 다음 주에 가는 동물원 견학과 종업일에 있을 아이스크림 파티에 자원봉사를 하기로 했다.

 

그래놓고 보니 둘리양 어린이집에도 무언가 해줄 일이 없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코난군은 외동이로 자란 시간이 제법 길어서 엄마 아빠가 어린이집 활동에 함께 하는 일이 많았지만, 둘째 아이로 태어난 둘리양은 아기일때부터 부모의 관심과 참여를 오빠와 나누어야만 하는 운명이었다.

상대적으로 안되어보이는 둘리양을 위해서 아직 못다한 일이 있기는 하나, 시간을 내 형편에 맞추어 운용할 수 있는 이 시점에서 그동안 부족했던 엄마 노릇을 좀 해볼까 싶은 마음이 생겼다.

마침 요즘 둘리양 어린이집에서는 아프리카로 봉사활동을 곧 떠날 케이티 선생님 덕분에 아프리카의 문화와 환경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배울 일이 많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세계 여러 나라의 언어와 문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길래, 내가 한국어로 동화책을 읽어주기로 했다.

나에게는 영어와 한국어로 각기 출판된 같은 내용의 동화책이 강의 자료용으로 몇 권 있는데, 그걸 가지고가서 나는 한국어 책을, 선생님은 영어로 된 것을 한 페이지씩 읽어주었다.

삽화만 보아도 이야기 내용이 짐작이 되고, 또 내가 유치원 교사로 일할 때의 경험을 살려 최대한 동화를 실감나게 연기하며 읽어주니, 선생님이 영어로 읽어주기 전에 아이들은 벌써 내용을 파악하고 웃거나 즐거워했다.

[꼬마곰 코듀로이]를 먼저 읽어주고 그 다음에는 [누가 내 머리에 똥쌌어?]를 읽어주었는데, 아이들 뿐만 아니라 영어로 된 책을 읽어주던 선생님까지도 박장대소하며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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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양은 동화책 내용에는 별 관심이 없고 – 집에 가서 엄마한테 다시 읽어달라고 하면 되니 그랬나보다 – 동화를 읽어주는 엄마 옆 자리에 앉는 것이 더 큰 즐거움인 듯 보였다.

유치원 교사를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이만한 나이의 아이들은 선생님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는 것이 무슨 벼슬이라도 되는양 대단하게 여긴다 🙂

서로 선생님과 가까운 자리에 앉겠다고 다투기 때문에 유치원 교사들은 아예 아이들의 자리를 지정석으로 정해주는 일도 흔하다.

그런데 오늘은 엄마가 선생님의 자리에 앉아서 동화책을 읽어주는데, 그 시간 내내 엄마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았으니, 둘리양의 기분은 무척이나 으쓱했을 것이다.

 

어른들이 놓치기 쉬운 유아기 아이들의 특징 가운데 또 하나는, 아주 작은 선물을 받고도 아주 많이 즐거워한다는 사실이다.

"선물"이라고 쓰는 것이 너무 거창할 정도로, 별 것도 아닌 작은 물건 하나를 받는 것이 이 또래 아이들에게는 특별하고 대단한 일이다.

그와 동시에, 어른의 관점에서 대단하고 훌륭한 선물을 해주어도 아이들은 그것의 금전적 가치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쉽게 망가뜨리거나 잃어버리고도 아무렇지 않게 여기기도 한다.

결론은, 유아기 아이들에게는 비싼 선물 보다는 아이들의 관점에서 멋져 보이는 선물을 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준비한 것은 색종이로 즉석에서 접어주는 동물 인형이었다.

미국 아이들은 한국 어린이들처럼 색종이 놀이를 자주 하지 않는다.

한국 유치원에서는 색종이 접기를 하도록 아예 코너를 준비해두고 있을 정도이지만, 미국 사람들은 손재주가 부족해서 그런지 종이접기를 특별한 재주라고 생각하고 유아기 아이들에게 가르칠 엄두조차 내지 않는 것 같다.

색종이가 한국에서처럼 흔하지도 않으니, 알록달록한 색종이 자체가 둘리양 친구들에게는 눈길을끄는 신기하고 멋진 물건이다.

그 중에서 네가 가장 마음에 드는 색깔 종이를 고르면 그걸로 동물 인형을 접어준다고 하니, 열 여섯 명 아이들이 모두 신이 났다.

 

동화책 두 권을 읽어주고 색종이 열 여섯 개를 접어주고 교실을 나오니 고작 30분이 지났을 뿐이다.

30분만 투자하면, 색종이 몇 장만 소비하면, 내 아이를 이리도 기쁘게 해주고 또 다른 아이들까지도 즐겁게 해줄 수 있는데… 이 쉬운 일을 그 동안 한 번도 못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코난군도 둘리양도, 이 부족한 엄마가 뭐 그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학교에 찾아가면 어깨를 으쓱이며 자랑스러워하는지 모르겠다.

아니,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언제나 엄마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고, 엄마와 이야기하고 싶고, 엄마의 허락을 구하고, 엄마 엄마 하루에도 수십 번씩 부르고…

내가 그 누구에겐가는 이렇게나 중요하고 대단한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이 엄마의 특권인것 같다.

 

2016년 5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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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ypark

학기 중에 바쁘고 정신없을 때는 아이들이 엄마엄마 하는 게 귀찮았는데, 이제 조금 한가해지니 이렇게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