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01

방학 첫날의 성실한 세 끼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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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방학이 시작된 첫 날이었다.

어차피 아이들 때문에 오랜 시간 집중해서 해야 하는 일은 못할 것이니 (원고를 쓴다든지 다음 학기 강의 준비라든지) 아이들 밥이라도 성실하게 차려주고 집안 청소나 정리같은 일이나마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방학생활계획표를 전날 저녁에 아이들과 함께 상의하며 만들어두니 생활이 마냥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는데에 좋은 지침이 되기도 한다.

 

시간표에 의하면 아침 7시 기상, 8시에 아침 식사를 하기로 되어있다.

학기 중이라면 엄두도 못낼 일, 아침에 밥을 하고 국을 끓여서 상을 차리는 일을 해보았다.

참 재미있고 즐거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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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을 잘 씻어서 냄비에 밥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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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작은 냄비 하나에는 북어국을 끓였다.

장을 따로 봐둔 게 없는데도 냉장고를 뒤지니 그럭저럭 국거리도 나오고 반찬을 만들 재료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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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공기에 밥을 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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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그릇에 국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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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라면 아침 식사로 이것만 먹었겠지만 오늘은 밥반찬으로 먹으려고 조금만 구운 베이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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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 남아있던 재료로 만든 팽이버섯 야채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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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엔가 재작년엔가 만들어서 냉장고에 화석처럼 남아있던 마늘장아찌도 아직 먹을만한 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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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식으로 준비한 수박은 티스푼으로 떠서 담으니 아이들이 한 입에 넣고 먹기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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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반은 일삼아, 반은 소꼽놀이 처럼 차린 밥상의 모습이다.

예전의 우리 엄마는, 그리고 오늘도 수많은 부지런한 엄마들은 매일같이 이런 아침밥상을 차리겠지만…

이런 밥을 먹고 자랐지만 맞벌이로 바쁜 나는 휴가를 맞이한 때에만 차릴 수 있는 아침 밥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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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든든하게 먹었으니 점심은 간단하게 샌드위치와 사과로 차렸다.

코난군이 수영레슨을 가야 해서 급하게 차려야 하기도 했고, 또 내가 나름대로 정한 원칙이 아침과저녁에 비중을 조금 더 두고, 점심은 마음에 점을 찍듯 간편하고 가볍게 먹기로 한 것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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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아침에 먹던 반찬이 남아있는데 무언가 새로운 요리를 여러 가지 하기에는 좀 낭비라는 느낌이 들어서 일품요리를 만들었다.

냉동실에 있던 닭날개를 간장으로 양념하고 감자 양파 가래떡을 넣고 조린 것 – 간장 닭도리탕? 닭조림? 이름이야 짓기 나름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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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 남은 재료를 모아서 만든 음식 치고는 아이들이 맛있게 먹어서 효율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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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도 새로 밥을 했는데 이번에는 잡곡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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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군은 닭고기를 집중적으로 먹고 둘리양은 감자와 떡을 주로 먹었지만, 그래도 조금씩이나마 잘 먹지 않는 (코난군은 야채, 둘리양은 고기) 것을 맛보게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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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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