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양은 이제 막 다섯 살이 되었지만 초등학교 3학년인 오빠로부터 어깨너머로 배우는 것이 많아서, 코난군이 이만한 나이였을 때와 비교하면 아는 것이 훨씬 더 많다.
요즘 3학년인 코난군은 학교에서 필기체로 쓰는 법을 배우고 연습하고 있다.
각종 숙제에 이름을 쓸 때는 필기체로 쓰도록 하고 있는 모양이다.
어느날 코난군이 필기체를 쓰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를 "All letters are connected so that youcan write quickly" 뭐 그런 식으로 말했다.
알파벳 문자가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붙어 있어서 펜을 종이로부터 떨어뜨리지 않고 계속 이어서 쓸 수 있다는 것이 필기체의 장점이라는 것이다.
그로부터 며칠 후, 둘리양이 자랑스럽게 무언가를 내게 보여주며 "Look, this is how I write in a cursive" (내가 필기체로 쓴 걸 좀 보세요!) 라고 했다.
종이에 연필로 또박또박 적은 것은 둘리양의 이름이었는데, 당연하게도 필기체가 아니고 또박또박 쓴 인쇄체 영어 알파벳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알파벳 문자와 문자 사이가 떨어져 있지 않고 다닥다닥 붙여서 썼다는 것 🙂
알파벳 글자가 붙어 있으면 (connected) 필기체인 거라고 이해한 결과이다.
ㅎㅎㅎ
어느날은 코난군이 우스개 수수께끼를 내었다.
"엄마, 귀가 없는 곰을 뭐라고 부르게요?"
"Mom, what do you call a bear with no ear?"
글쎄…? 뭐라고 부르는데?
"It's a B! hahaha"
그러니까 Bear 에서 'ear'를 빼면 문자 B 만 남는다는 뜻이다.
그걸 듣고 며칠 후 둘리양이 내게 또다른 수수께끼를 내었다.
"Mom, what do you call a cat with no ear?"
귀가 없는 고양이를 뭐라고 부르냐고?
둘리양의 기상천외한 대답은 "It is a C!" 였다.
그리고 이어서 "You can call a dog with no ear, a D! hahaha" 한다.
자신의 방식으로 이해한 수수께끼를 응용해서 다른 문제를 만들어낸 것이다.
스위스의 인지심리학자 피아제는 이러한 사실에 바탕해서 유아는 자신의 기존 지식의 틀거리 안에서 새로운 지식을 스스로 만들어 쌓아간다고 설명했다.
즉, 위의 일화는 둘리양의 미숙한 생각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정보를 해석하고 활용하는, 아주 제대로 발달하고 있는 인지 능력을 보여주는 예시이다.
코난군이 3학년을 마치면 내가 전공한 유아교육, 즉 출생에서 만 8세까지의 연령 범위를 벗어나게되는데, 다행히 둘리양이 남아 있어서 앞으로 몇 년간 내 강의 자료로 사용할 일화가 더 생산될 예정이다 🙂
2017년 3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