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군 태권도 벨트 세레모니 사진과 내가 만든 파티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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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한지 2년이 채 못되었는데 코난군은 마침내 검은띠 바로 직전인 품띠를 매게 되었다.

원래 태권도의 띠 색깔은 오방색을 기준으로 한 하양, 노랑, 파랑, 빨강, 검정의 종류밖에 없지만, 어린이들이 지속적으로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중간에 여러 가지 다양한 색깔을 추가하기도 한다.

품띠라는 것도 16세 미만의 어린이가 검은띠를 받기 전에 최소 6개월 동안 더 수련을 하라는 목적으로 추가된 단계이다.

즉, 앞으로 6개월 뒤에 코난군은 검은띠를 딸 자격이 생긴다는 뜻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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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낮은 띠부터 줄을 지어 앉게 하고 사범님이 띠의 의미를 설명하고 테스트를 통과해서 새로운띠를 받게 된 학생들을 치하하는 말씀을 시작으로 세레모니가 시작된다.

이 날 세레모니에서 코난군은 가장 높은 띠를 받는 사람이라 가장 끝쪽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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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장 마지막으로 띠를 받았다.

사범님과 인사를 한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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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님으로부터 당부의 말씀을 듣는다.

잘 한 점에 대한 칭찬과 더욱 노력할 분야에 대한 조언을 해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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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헌 띠를 풀고 부모가 새 띠를 매어주는 순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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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유단자인데다 코난군의 띠를 매 번 매어주다보니, 아주 능숙하고 깔끔한 솜씨로 띠를 매어주게 된 코난아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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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의 의미로 아빠와 아들이 빅 허그를 하고 지켜보는 사람들은 박수를 쳐주면 세레모니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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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트 세레모니를 할 때 마다 사범님은 격파 시범을 보여주곤 하는데, 이 날은 격파를 위한 장비가 준비되지 않아서 그냥 건너뛸까 하다가 어린이들이 실망하는 모습을 보고 청소년 수련생 한 명과 유단자인 코난아범의 도움을 받아서 송판을 격파하는 시범을 보여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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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단체 사진을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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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꽝스런 얼굴로도 한 번 찍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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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엄숙한 세레모니가 끝나면 부모들이 준비해온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파티가 이어진다.

바쁠 때는 핏자를 주문해서 가지고 오기도 하는데, 오늘은 어떤 음식을 만들어갈까? 하고 물어보니 코난군이 김밥? 하고 제안을 했다.

주부생활 십수년차에 그깟 김밥 쯤이야 누워서 떡먹기로 얼마든지 만들어주마! 하고 일을 시작했다.

마침 단무지도 떨어지고 없는데다, 여러 사람이 먹을 김밥을 만드려면 혹시나 음식 앨러지가 있는 사람도 배려해야 하고, 또 식성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도록 다양한 김밥을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일본식 초밥 스타일의 김밥을 만들기로 했다.

냉장고에 있는 것들 중에서 김초밥에 넣을 수 있는 것은 모두 꺼내서 썰고 부치고 무치고 해서 준비를 했다.

밥은 쌀밥을 고슬하게 지어서 식초와 설탕과 소금을 조금씩 넣어 잘 섞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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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이날 벨트 세레모니가 끝나면 나는 학교로 가서 아너스 졸업생을 축하하는 연회에 참석해야 하는 일정이 있었고, 그 이후에는 새 집으로 이사간 주교수님 댁에 물건을 가져다 줄 일이 예약되어 있기도 한, 무척이나 바쁜 토요일이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만들다보니 완성품의 모습이 완벽하지는 못했다.

왼쪽은 얇게 썬 오이로 말고 매운 게맛살 무침을 얹은 초밥이고 오른쪽은 김으로 두르고 마사고를얹은 초밥이다.

그 아래에는 한 가지 재료씩만을 넣은 삼색 김밥인데, 채썬 오이, 계란, 게살 무침이 각기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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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왼쪽은 햄과 계란지단으로 두르고 가운데는 아보카도가 들어간, 육식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김밥인데, 햄과 계란이 너무 가장자리로 치우쳐 딱 붙어있는 바람에 예쁜 색의 조화가 잘 보이지 않았다.

오른쪽은 채식주의자를 위한 당근과 아보카도를 넣은 김밥인데, 이것도 바쁘게 만들다보니 재료가 한가운데 얌전히 들어가지 않고 한쪽으로 치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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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제법 알록달록한 색깔에다 흥미로운 생김새라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사실은 시선만 끈 것이 아니고, "오우, 스시!!!" 하고 감탄하며 순식간에 동이 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 뿌듯뿌듯!

아이들은 잘 먹지 않을 것이라는 내 예상과 달리, 초등학생 아이들도 "이 스시는 너희 엄마가 만들어온거니?" 하고 코난군에게 물어가며 종류대로 접시에 담아서 잘 먹었다.

어떤 미국인 아줌마는, 함께 오지 못한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서 "나 지금 홈메이드 스시를 먹고 있어" 하고 자랑을 했다고 한다.

그 남편의 반응은 "너 혼자만 그 맛있는 걸 먹다니, 미워!" 라고 했다고 한다 🙂

밥에 참기름을 넣고 비비는 한국식이 아닌, 단촛물을 넣은 일본식 초밥은 미국인들도 레스토랑에서 자주 사먹는 음식이라서 거부감없이 모두들 즐겨 먹었던 것 같다.

레스토랑에서 비싼 돈을 주고서야 사먹을 수 있는 음식을 – 미국사람들은 김밥처럼 손길이 많이 가는 음식을 해먹을 줄 모른다 – 태권도 벨트 세레모니에서 공짜로 얻어먹게 되었으니 얼마나 좋았을까? ㅎㅎㅎ

게다가 맛은 레스토랑에서 사먹는 것보다 더 좋고 모양도 (내 기준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더 예뻤으니…

음식솜씨 좋은 엄마가 자랑스러웠던 코난군이 행복했고, 내게 일부러 말을 걸며 칭찬을 해준 사람들 덕분에 나도 행복했고, 스시를 좋아하는 코난아범도 모처럼 스시를 먹어서 좋았다.

시장에 가서 새로 구입한 재료라고는 하나도 없이 냉장고 안에 있던 재료로만 만든 음식인데, 미국인들 입장에서는 비싸고 고급 음식을 먹게 된 것이니 경제적으로도 효용성 높은 파티 음식이었다.

다음번 검은띠 세레모니에도 김초밥을 더 많이 – 그 때는 더 예쁘게 – 만들어 가야겠다.

 

2017년 4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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