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방학생활 계획표에 의하면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아침식사를 하고 한 시간 동안의 독서를 한 다음 9시부터 10시 30분 까지는 산책이나 운동을 하는 시간이다.
작년에는 한 시간을 배정했더니 너무 짧은 느낌이어서 시간을 더 늘렸다.
어제 아침에 첫 산책을 했는데, 우리집에서 출발해서 동네를 한 바퀴 돌아갔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길에 놀이터에 들러서 잠시 놀았다.
코난군은 4학년이 되고 둘리양도 킨더학년 초등학생이 된다.
이만큼 낳아서 키우는데에 10년이 걸렸다.
이제는 그네를 밀어주지 않아도 혼자 굴러서 탈 수 있고, 외출 준비를 할 때에도 기저귀나 젖병 같은 것을 챙길 필요도 없다.
오히려 자기들이 먼저 필요한 것을 생각해서 챙기고 들고 갈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나이 차이가 다섯 살이나 나지만, 너그러운 코난군이 오빠 노릇을 잘 하고, 재기발랄한 둘리양은 뭐든지 빨리 배워서 두 남매가 제법 재미있고 사이좋게 잘 놀기도 한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놀게 하고 벤치에 앉아서 푸른 하늘과 초록의 나무를 감상하니 지난 10년간 힘들게 아이들 키웠던 보람이 느껴졌다.
오늘 아침에는 둘리양이 스쿠터를 타고 산책을 가겠다고 해서 헬멧과 야드세일에서 샀던 스쿠터를 가지고 나갔는데, 두 아이들이 번갈아 스쿠터 타기를 연습하고, 길가에 열린 베리도 따먹고, 남의 집 개한테 인사도 하며 즐거운 산책이었다.
(어린이용으로는 바퀴가 세 개 달린 더 안정적인 제품도 있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이렇게 생긴 스쿠터이다)
아래는 우리가 산책하는 경로이다.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왕복에 50분 걸리는 2마일 거리이다.
길이 아닌 숲으로 가로질러 가면 금방 닿을 곳이지만 반듯하게 닦인 도로를 따라 걸어가면 언덕배기를 내려갔다 올라갔다 하면서 한참을 걸어야 한다.
우리가 사는 곳이 산악지방이라 그런 것이다.
이 길을 따라 걸으면 코난군과 함께 스쿨버스를 타는 친구 아이들의 집이 여러 채 나오고 3학년 선생님의 집도 있다.
오늘 아침에는 그 중에 두 명의 부모를 만나서 굿모닝 인사를 하기도 했다.
지도 윗쪽에 보이는 park 이라고 표시된 곳이 우리가 놀았던 놀이터이다.
이 길은 아이들 데리고 산책하기에 적합한 것이, 아침 아홉시 이후에는 출근하는 사람들이 모두 동네를 빠져나가고 길에 자동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다.
그래서 넘어질까 아슬아슬하게 스쿠터를 타고 도로 한가운데로 지나가도 위험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도 않았다.
코난군은 오늘 처음 타본 스쿠터 운전이 재미있었는지 매일 아침 연습을 하겠노라 마음먹었다.
2017년 6월 7일
동네 지도를 보니 야트막한 언덕에 있던 소년공원님 댁 전경이 생각나네요. 둘리양 방 창밖으로 보이던 새벽녁의 애팔래치아 산맥의 능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