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준비
그리고 개강
비지팅 스칼러 초빙과정
남편의 바이올린
2017년 8월 29일 화요일 흐리고 간간이 비
아이들이 학교 개학을 하면서부터 거의 매일 출근해서 개강 준비를 해왔지만, 어제 개강하기 직전 까지도 무언가 아직 준비가 덜 된 것 같고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들다가, 이제 막상 개강을 하니 속이 후련하다.
이런 느낌은 무엇일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빨리 솥뚜껑을 열어보고 그 결과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 쯤 되는 것 같다.
우리 학과에서는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학과장이 뉴스 이메일을 보내주는데, 예전에는 각 교수들이 무언가 학과 전체에 공유하고픈 소식이 있으면 수시로 전체 메일이 하루에도 여러 통씩 날아들어서 개중에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거나, 너무 많이 쏟아지는 이메일로 업무에 지장을 받는다는 의견을 수렴하여, 모든 공유할 소식을 학과장에게 보내면 학과장이 그것을 요약 정리해서 하나의 이메일로 월요일 아침마다 보내는 방법을 개발했다.
어제 아침에 온 이메일에서 학과장이 쓰기를, 올해의 개강은 작년과 많이 달라서 더욱 기대가 된다고 했다.
(지금 학과장은 작년 이맘때 처음 우리 학교로 부임했다.)
작년 이맘때에는 히스 홀이 캠퍼스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르고, 히스 홀의 스펠링과 정확한 발음도 몰랐는데, 이제는 그 빌딩 안에 등록처라든지 주차증 발급 사무소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서른 명이 넘는 교수들의 이름과 얼굴을 정확하게 아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의 성향까지 다 알게되었다고 썼다.
그 밖에도 교수 회의 때 초코렛을 들고 가면 분위기가 좋아지더라는 것도 깨달았으며…
기타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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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당부하는 말이, 교수 여러분이 오늘 개강하는 것은 어쩌면 100번째 학기일지도 모르지만, 여러분이 만날 학생들은 인생에 처음으로 여러분의 수업에 들어오는 것일테니 – 재수강을 하지 않은 이상 – 부디 인내심을 가지고 하나에서 열까지 찬찬이 알려주고 설명해주십사 하고 썼다.
나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무심코 넘어가기 쉬운 점을 당부해주니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사실, 대학생들이래봤자,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면 우리집 코난군이나 둘리양과 하는 짓이 그리 많이 다르지 않다.
나보다 키가 크고 또 자기들 스스로는 어른인 줄 알지만, 사실은 다 애들인 것이다.
애들은 그저 계속해서 일깨워주어야 하고 다독여야 하고 또 어떨 때는 따끔하게 야단도 쳐야한다.
애들 때문에 내 속이 끓어오르기도 하고 애들 덕분에 흐뭇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으면, 강의 중에 졸거나 시험을 망친 후에 성적을 올려달라고 떼를 쓰거나 실습지에서 엉뚱한 짓을 하는 학생들을 마주해도 혈압이 조금 덜 오르는 것 같다 🙂
한명숙 선생님은 나와 남편의 도움으로 미국에 도착한지 일주일만에 거의 정착이 끝나가고 있다.
우리 부부의 도움을 무척 고마워하며 이번 주말에는 식사를 대접해겠다고 한다.
내가 선생님의 정착을 도운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라, 사람이 일단 살기 좋은 환경이 되어야 연구 활동이고 저술이며 그런 일을 할 여유가 생기니, 그래야 나와 함께 재미난 연구를 많이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즉, 선생님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은 나를 위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남편은 일단 내가 하는 일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니 선생님 가족의 정착 – 중고차구매 등 – 을 돕기 시작했고, 거기에다 남편의 못말리는 완벽주의 성향이 더해져서 결과적으로 한명숙 선생님 가족의 '온마음으로 큰 감사' 를 받게 되는 지경에 이르른 것이다 🙂
동기나 숨겨진 이유야 어쨌든 남으로부터 감사의 인사를 받는 것이 욕을 먹거나 손가락질 당하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일이니 잘 되었다.
이번 일의 모든 과정을 자세한 기록으로 남겨두려고 계획하고 있다.
각 단계별로 필요한 서류라든지, 누구의 싸인을 어떤 서류에 받아야 하는지, 어떤 일을 먼저 시작하고 무엇을 나중에 해야 하는지 등의 과정을 이번에 많이 배웠다.
다음에 또 써먹을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기록해두면 잊어버리지 않게 되고, 또 혹시나어떤 독자가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번 학기부터 코난군은 본격적인 바이올린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본격적'이라고 해봐야 일주일에 한 시간씩 레슨을 받는 것이다.
이전에는 개인 레슨이 아니고 학교 방과후 교실에서 열 몇 명씩 그룹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지도를 받았었는데, 코난군이 흥미를 보이기도 하고, 또 우리 부부도 악기 하나쯤 연주할 수 있으면 인생이 풍부해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방과후 교실에서 지도해주시던 선생님께 개인 레슨을 받기로 한 것이다.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 이지만 9월 말에 태권도 검은띠를 따고나면 태권도는 매일 가던 것을 일주일에 두 번으로 줄이고, 대신에 바이올린 레슨을 일주일에 두 번으로 늘일 계획을 하고 있다.
코난군을 선생님 댁으로 데려가서 레슨을 받게 하고 그 동안 코난 아범은 옆에서 기다리고 앉아 있어야 한다.
선생님 댁이 우리집에서 15-20분 운전해 가야 하는 곳이라서 그런 것이다.
그런데 코난 아범은 예전부터 바이올린 연주를 듣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언젠가는 자신도 바이올린을 배워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참에 바이올린을 하나 구입하고, 코난군이 배우는 것을 지켜보고 집에 와서 코난군과 함께 바이올린 연습을 하고 있다.
코난군도 혼자 연습하라고 시키는 것보다 아빠가 옆에서 함께 연습을 하니 재미도 있고 좋은 것 같다.
지난 주에는 반짝 반짝 작은 별 을 낑~낑~ 하며 연습하더니 어제부터는 나비야 나비야 노래로 바뀌었다 ㅎㅎㅎ
나도 언젠가는 줄 끊어진 첼로를 수리해서 레슨을 받을 날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