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드포드에서 퇴근해서 블랙스버그 우리집으로 오는 길 중간 쯤에 크리스찬스버그 크로거가 위치하고 있다.
버지니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크로거 지점이라는데, 과연 다양한 물건을 많이 구비하고 있는데다, 주유소를 겸하고 있기도 하고 출퇴근 길 한 중간에 위치해서 자주 들리는 편이다.
그런데 어느날 청과물 코너에서 재미있게 생긴 포도를 발견했다.
이름은 문 드랍스 라고 하는데, 보통의 포도보다 약간 가격이 비싸긴 했지만 어떤 맛인지 궁금해서사보았다.
동글동글한 포도알이 아니라, 길쭉길쭉한 포도가 달려있는데, 코난군은 이걸 보자마자 자신의 특정 신체부위와 생김새가 비슷하다며 낄낄대고 재미있어 했다 🙂
씨는 없고 껍질은 다소 두껍기는 해도 씹어서 먹기에 나쁘지 않았다. 단 맛이 무척 강하고 포도 한 알이 커서 몇 알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두 아이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오늘도 한 봉지를 구입했다.
매일 도시락에 넣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
한국은 유난히 길었던 추석 연휴였다고 하는데, 미국에서는 추석을 쇠는 분위기가 없으니 언제가 추석날인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주말에 몇 가지 음식을 만들어서 추석 기분을 내보려고 했다.
올해의 추석 메뉴로 당첨된 것은 쇠고기와 해산물을 많이 넣고 끓인 경상도식 탕국이었다.
나는 기독교 영향을 받은 집안에서 자라서 직접 제사를 지내거나 제사 음식을 만들어본 적이 전혀없지만, 친구나 친척집에 가서 얻어먹어본 제사 음식들이 참 맛있었다.
안동 사람들은 제삿밥이 맛있어서 헛제삿밥 이라는 것을 만들어 먹었다고 하니, 제사음식을 맛있게 먹는 사람이 나혼자만은 아닌게다.
그 다음으로는 녹두를 불려서 갈아서 고사리, 숙주, 돼지고기를 넣고 부친 빈대떡을 만들었다.
녹두에서 나는 향긋한 내음은 기름을 두르고 부치면 구수한 맛으로 바뀐다.
여러장 부쳐서 한명숙 선생님과 박혜진 선생님에게도 나누어 드렸다.
잡채도 했다하면 큰 후라이팬이 가득 차도록 많이 만들어지는 음식이라서 – 벨페퍼 한 개, 양파 한개, 쇠고기 한 팩, 이렇게 종류별로 재료를 남기지 않고 요리하다보면 양이 많아진다 – 여러 사람들과 나누어 먹으려고 잘 담아두었다.
이 밖에도 슬로우 쿠커에서 간단히 만든 갈비찜도 있었고, 이웃 아이 돌떡도 얻어먹은 것이 있어서그럭저럭 추석 명절을 쇠는 시늉을 하며 주말을 보냈다.
2017년 10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