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한국어 캠프가 겨울 방학 2주 동안 월수금요일마다 진행되었는데, 연말이기도 하고 방학이기도 한지라 함께 모여 식사를 했다.
우리 가족과, 다른 한 가족, 그리고 한글 캠프의 총 지휘자이신 한명숙 선생님이 함께 모여서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재미있게 놀고, 어른들도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한글 수업을 마치고 식사를 하게 되니, 음식 준비를 최대한 미리 해놓아야 식사 시간이 너무 늦어지지도 않고 또 손님들이 있는 동안 정신없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하루 전 날 미리 만들어 둔 식혜와 인절미…
인절미는 사진 찍는 것을 잊어버렸고, 식혜는 새로 산 인스턴트 팟에서 삭히고 끓이기를 한 번에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인스턴트 팟을 이용한 요리를 또 뭘 더해볼까 하다가 닭 칼국수를 끓이기로 했다.
닭 한 마리 5달러 주고 사다가 껍질을 벗겨내고 30분간 고압으로 끓여서 육수를 내었다.
고기는 아주 부드러워져서 젓가락만 갖다 대어도 부스러질 정도가 되었다.
살만 발라내서 후추 깨소금 참기름 간장으로 무쳐두었다가 칼국수 위에 고명을 얹을 준비를 해두었다.
칼국수를 미리 끓여두면 면이 불어서 먹을 수 없게 될테니, 먹기 직전에 끓일 수 있도록 야채를 미리 썰어두었다.
칼국수에 어울리는 야채로는 감자 호박 양파 당근을 골랐다.
닭고기 육수를 체에 한 번 걸러서 야채와 후추 등의 양념을 넣고 인스턴트 팟의 스위치만 누르면 끓일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두었다.
한글 캠프 수업만 아니었다면 제면기로 생면을 뽑거나 손으로 반죽해서 손칼국수를 만들었겠지만, 시간관계상 냉동 칼국수 면을 사다가 여기에 넣고 끓여서 먹었다.
손님이 와서 이야기하며 나머지 음식 준비를 하는 바람에 완성작 사진은 없다 🙁
7층 샐러드 (영어로는 세븐 레이어드 샐러드 라고 한다) 역시 미리 만들어 두어도 좋은 음식이다.
보통의 샐러드는 드레싱이 액체 상태라 미리 부어놓으면 야채가 시들시들해지지만 이 샐러드는 마요네즈에 사워크림을 반반씩 섞은 드레싱이라서 미리 야채 위에 부어놓아도 괜찮다.
들어가는 재료는 아무 야채라도 좋지만 초록색 완두콩은 항상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것 같다.
7층의 단면이 잘 보이도록 투명한 그릇에 켜켜이 담는 것이 포인트이다.
마요네즈에 사워크림을 반씩 넣고 소금과 후추를 조금씩 더하면 7층 샐러드릐 드레싱이 된다.
7층의 중간에 넓게 얹어주면 된다.
다음은 전채요리로 먹을 나쵸를 준비했다.
또띠야 칩 위에다 몇 가지 야채와 치즈를 얹어서 오븐에 잠시 구워내면 되는 간단한 요리라서 손님 초대시 식전 요리로 안성마춤이다.
손님이 도착하면 맞이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바로 구워낼 수 있도록 야채를 잘게 썰어두었다.
역시나 한글 수업을 마치자마자 상차리기 바빠서 이 이후의 사진은 없다 🙁
그리고 다다음날 우리집이 아닌 투빈이네 집에서 캠프의 마지막 수업을 한 것은 2018년이 시작되는 1월 1일 이었다.
한글 캠프의 교육 목표가 언어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와 전통도 함께 가르치려는 것이어서, 이 날은 한복을 입고 세배도 하고 떡국도 먹도록 계획을 해두었다.
떡국을 준비해야 하는 투빈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늘 싹싹하고 시원시원한 성품의 투빈 엄마는 흔쾌히 떡국을 준비하겠노라고 했다.
캠프 마지막 날이라서 티셔츠 선물도 받고, 세배를 했으니 세뱃돈도 받고, 흐뭇하게 캠프 프로그램을 마쳤다.
그리고 식사를 하러 부엌으로 가보니…
떡국은 물론이거니와 갖가지 잔치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투빈이 엄마가 알고보니 무림의 숨은 고수였던 것이다 🙂
이렇게 많은 음식을 준비하느라 얼마나 수고가 많았을지는, 경험해본 사람이 뼈저리게 잘 안다.
그리고, 음식 한 가지 한 가지에 정성을 들였다는 것도 아는 사람 눈에는 다 보였다.
멸치 육수에 떡국을 끓이고 고명은 따로 준비해서 얹었다.
여러 가지 야채가 들어간 잡채
속을 채워 구운 버섯
도토리묵 샐러드
상큼한 오이선
손 많이 가는 생선전
수육은 부추를 무친 위에 얹어서 함께 먹으니 촉촉하고 상큼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미국에서도 비싼 고기인 갈비로 만든 갈비찜은 가장 먼저 동이 났다 🙂
네 가족이 모여서 왁자지껄 웃고 떠들며,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놀고 어른들은 즐거운 수다를 나누니 정말로 한국에서 명절을 보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집 아이들과 투빈 (이름에 "빈"이 들어가는 두 남매이다. 우리 아이들은 투민 인 셈이다 🙂 이가 연령과 성별이 적절하게 반으로 나뉘어 사이좋게 잘 놀게 된 것이 이번 한글 캠프의 큰 수확이었다.
한국말을 조금 더 자연스럽게 하게 된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한명숙 선생님의 덕분이다.
2018년 1월 2일
투빈&투민
재미있으면서도 뭔가 인연인가 싶기도 하네요.
이웃끼리 모여서 캠프를 한것이 참 대단합니다. (역시 교육자들이시네요!!)
방학이라고 어디 밖으로 밖으로 외부 프로그램만 찾을 생각을 하지 않고 저도 아이들이 조금 크면집에서 저희 가족 끼리만이라도 시간표를 짜서 해보는것! 언젠가 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