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다음날인 토요일 오후에 우리집에서 가까운 동네 수영장의 로비를 빌려서 파티를 했다.
몇 년 전에 코난군의 친구 몇 명을 집으로 불러서 생일파티를 했던 이후로 처음인데다 우리집이 아닌 외부의 장소를 빌려서 하는 파티는 난생 처음이었다.
그나마 둘리양이 수영장에서 파티를 하고 싶다고 해서 저렴한 가격으로 장소를 빌릴 수 있었다.
영화관이나 볼링장 같은 곳은 두 배 이상 되는 값을 지불해야 한다.
아이들은 어차피 물놀이를 하는 것에 온 관심이 쏠려있을 터라 음식 준비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서좋았다.
요즘 제철이라 맛있는 사과와 오렌지를 썰어서 준비하고 포도도 준비했다.
핏자 두 판을 주문하고, 또 만두를 조금 튀겼다.
돼지고기를 못먹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서 냉동 치킨너겟도 한 봉지 사서 오븐에 데웠다.
수영장이 우리집에서 차로 3분도 안걸리는 가까운 곳이라 집에서 데워서 가지고 가도 여전히 먹기 좋을 만큼 온기가 남아있었다.
그리고 대망의 포켓몬 케익이다 🙂
인터넷을 열심히 검색하더니 자신의 파티 테마를 포켓몬으로 하겠다고 정한 것은 생일의 주인공이었다.
따라서 케익도 당연히 그 주제를 따라야 했다.
쪼그만 피카추 장식은 먹을 수 없는 것이지만 미리 식초에 담궜다 씻어서 케익 위에 올려 장식했다.
물놀이를 들어가기 전에 먼저 배를 좀 채우게 했다.
보통은 일단 물놀이부터 하고 음식을 먹게 한다는데, 둘리양이 예쁜 드레스를 입은 모습으로 친구들과 사진을 찍어주고 싶었고, 또 물놀이가 끝나고 나오면 젖은 상태로 음식을 먹게 하기가 불편할것 같아서 미리 음식을 먹게 했다.
둘리양 머리에 꽂은 것은 어디선가 줏어온 싸구려 집게 핀 위에 집에서 굴러다니던 가짜꽃하나를 직접 붙여서 만들어 머리에 꽂은 것이다.
내가 예쁘게 꾸미라고 한 적이 없는데 순수 자신만의 생각으로 이런 모양새를 연출했다 ㅎㅎㅎ
꽃봉오리 예술단에 입단하면 어울릴 것 같다.
참석한 친구들이 모두 여덟 명이었는데, 누가누가 왔었는지 기록에 남기기 위해 – 그래야 나중에 이름이 안적힌 선물이 있어도 땡큐 카드를 써보낼 수 있다 –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주었다.
꽃봉오리 예술단원의 차림새도 수영을 하고나면 사라질터이니 그 전에 사진을 찍어주어야 하기도했다.
중국인 친구 주주
인도? 혹은 파키스탄이나 스리랑카? 암튼 그쪽 계통인 아이샤
좌 제이슨 우 캐쉬
선 몰리, 후 모간
둘리양의 오른쪽은 알리슨, 그 옆에 뒷통수만 찍힌 아이는 알렉스이다 🙂
대략 음식을 먹고난 후에 수영장 안으로 들어가서 물놀이를 하게 했다.
꼬마 손님들의 부모가 모두 함께 있었고 수영장의 안전요원도 있으니 내가 별달리 신경써서 지켜볼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물놀이를 마친 후에는 대망의 케익 촛불 끄기 순서를 가졌다.
집에 있는 포켓몬 인형을 다 가지고 와서 케익 주위에 놓고 장식을 한 것도 코난군과 둘리양이 의논을 모아서 한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쳐다보는 와중에 촛불을 불어 끄는 것은 둘리양에게는 너무나 부담스런 일이라 코난군이 대신 촛불을 꺼주었다.
케익을 나눠 먹고 아까 먹고 남은 음식을 마저 더 먹고 즐거운 파티를 마친 뒤에 선물을 한아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의식있는 부모들은 아이들 생일 초대장에 "선물은 사절입니다" 하고 써놓고 실제로도 선물을 안받는데, 나는 차마 그러지 못했다.
내 체면을 생각하자면 선물을 안받고 싶었지만, 난생 처음 생일 파티를 하게 되는 둘리양은 선물을열어보고 축하카드를 읽을 것에 대한 기대가 아주 컸기 때문이다.
친구가 주는 생일 선물이 아니었다면 이런 장난감은 아마도 절대 가져볼 수 없었으리라…
선물 하나 하나를 열어보는 기쁨은 또 얼마나 컸던가…
그에 대한 답례로 일일이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땡큐 카드를 쓰느라 일요일 반나절이 다 지나갔다.
미국사람들의 풍습으로는, 선물을 받으면 그에 대한 인사를 꼭 카드에 써서 하는데, 그냥 고맙다 하고 적으면 성의가 없어 보이고, 네가 준 인어공주 인형이 반짝거리는 점이 정말 마음에 들더라, 어제 저녁에 우리집 욕조에서 나와 함께 목욕을 하니 인어공주가 행복해 하더라, 이런 식으로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
여덟 명이나 되는 친구들에게 그렇게 긴 카드를 쓰게 할 수는 없어서 둘리양은 그저 고맙다는 말만 쓰게 하고, 내가 일일이 부모의 문자나 이메일로 그런 구체적인 인삿말을 써서 보냈다.
땡큐 카드 쓰는 것이 가장 번거로운 일이었을 정도로, 외부의 장소를 빌려서 파티를 하니 청소를 안해도 되고 아이들이 마음껏 노는 동시에 내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어서 편했다.
이번에도 아이들 덕분에 좋은 경험을 했다.
2018년 2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