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애틀과 밴쿠버는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그런지 도시의 모습이 비슷했다.
밴쿠버에도 차이나타운이 유명하대서 크루즈를 타는 날 아침 일찍 호텔을 나와서 돌아보기로 했다.
씨애틀의 차이나타운보다도 어쩌면 규모는 더 클지도 모르겠지만, 오래된 건물들이 아직도 상가로 사용되고 있기는 하나, 거리는 냄새가 나고 슬럼화 되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이른 아침이라 가게나 방문할 만한 곳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으므로 수박겉핥기 식으로 거리를 걸으며 오래된 건물 구경을 했다.
이제 그만 돌아보고 나갈까 하던 무렵 아이들은 흥미로운 놀이터를 발견했다.
놀이터만 보이면 들어가서 놀아야 하는 이 아이들을 위해서 전국 놀이터 순례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
시소 하나도 고급스럽고 특이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졌고, 씨애틀 센터의 놀이터에 있던 것처럼 거미줄 모양으로 밧줄을 매어서 기어오르게 되어 있는 놀이 시설도 있었다.
어쩌면 이런 스타일의 놀이터가 요즘 새로이 유행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뛰어 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벤치에 앉아서 주변을 살펴보니, 여기는 초등학교의 운동장이었다.
단층짜리 건물이 아닌 4층씩이나! 되는 초등학교 건물도 신기했지만, 학교 운동장이 이런 최신식 디자인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이 대단해보였다.
그래서 주변을 더 돌아보니, 고급 고층 아파트 건물이 근방에 많이 있었다.
노숙자들이 왔다갔다 하고 있는 차이나타운의 낡은 건물들 바로 옆에 최신 고층 아파트와 초등학교 운동장이라니… 참으로 대비가 큰 풍경이었다.
몇 시간 후면 밴쿠버를 떠나야 하는데 아직도 밴쿠버 기념품을 고르지 못한 코난군은 (여행을 떠나기 전에 도시마다 기념품 한 개씩을 사주기로 엄마와 약속했던 것 때문에 기념품을 사지 않으면무언가 손해본다는 느낌이 들었던가보다 🙂 마지막으로 들른 개스타운에서 아주 열심히 선물가게를 살펴보았다.
차이나타운이 동양 이민자들이 모여살아서 생긴 것에 반해, 타이나타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개스타운은 유럽 여러곳에서 모여든 이민자들이 만들어낸 마을이라고 한다.
차이나타운 못지 않게 오래된 건물들이 많았지만 오줌 냄새가 나지 않아서 걸어다니기에 훨씬 쾌적했다.
길 모퉁이에 시계는 증기에서 발생하는 힘으로 작동하는 것인데, 옛날 옛날에 전기나 건전지가 없던 시절에 사용하던 시계가 아직도 잘 돌아가서 정시가 되면 증기가 휘파람을 불어 시간을 알려준다고 한다.
밴쿠버에서 꽤나 명물이라서 아침부터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동상 앞에서 같은 포즈를 취하며 장난치고 있는 남매
어제와 그제 그렇게 많이 걸어다녀도 발견하지 못한 밴쿠버 기념품 가게가 이곳 개스타운에는 골목마다 두어개씩 있었다.
기념품을 살 필요가 없는 둘리양은 가게 앞 벤치에 앉아서 사진 모델 놀이를 하는 동안 코난군은 마침내 캐나다 국기가 그려진 후드 스웨터를 구입했다.
씨애틀에서도 밴쿠버에서도 코난군의 기념품은 후드 스웨터였다.
알래스카에 가면 더 추울지도 모르니 유용하게 입을 수 있고, 또 서늘한 가을이 오면 학교에 입고 갈 수 있으니 좋은 선택이었다.
눈부신 아침 햇살아래 산책을 마치고 크루즈 승선에 늦지 않도록 다시 호텔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되었다.
아침에 나오면서 체크아웃은 이미 했지만, 짐을 맡겨두고 나왔기 때문에 다시 호텔로 돌아가서 짐을 찾아서 크루즈를 타러 가야 했다.
개스타운은 우리가 크루즈를 타는 곳과 바로 붙어 있을 만큼 가까웠지만, 호텔에 맡겨둔 짐을 찾기위해서 다시 40여분을 걸어서 호텔로 돌아가야 했다.
버스를 타고 가려해도 정거장까지 걸어가서 버스를 한 번 환승해서 타야하기 때문에, 들고 있는 짐도 없겠다 운동삼아 걸어서 호텔로 돌아갔다.
지나는 길목에 밴쿠버 미술관이 있었는데, 건물 외관이 멋있어 보여서 사진만 찍고 지나갔다.
나중에 검색해보니 예전에 브리티쉬 콜럼비아 주의 의사당으로 사용했던 건물이라고 한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은 숙박객의 편의를 위해 무료로 짐을 보관해주는 서비스가 있었는데, 우리가 3박 4일을 묵었기 때문에 짐을 네 개까지 무료로 받아준다고 했다.
마침 우리가 맡길 가방이 네 개였으니 안성마춤이었다.
아까는 40여분을 걸어서 온 길을 이번에는 짐이 많으니 택시를 타고 되돌아갔다.
밴쿠버는 여행객 친화적인 도시인지라, 택시 요금 체계를 상세하게 설명한 스티커가 택시 내외부에 붙어 있었고, 나중에 내릴 때 보니, 기사는 그 요금에서 단 한 푼도 더 요구하지 않고 부과된 금액만 받았다.
그러고도 트렁크에서 짐을 싣고 내리는 것을 도와주기까지 했는데, 짐을 챙기기 바빠서 허둥대다가 팁을 못준 것이 미안할 따름이다.
인심 고약한 곳의 험악한 기사였다면 당당하게 팁을 내놓으라고 요구했을텐데, 역시나 밴쿠버는 사람들도 친절하고 여행하기 좋은 도시였다.
택시로 크루즈선 화물칸에 짐을 부치는 곳에 내리니 큰 짐가방을 바로 배로 보낼 수 있어서 이후에 승선 수속을 하기가 편리했다.
승선 수속은 캐나다를 떠나 미국에 입국하는 절차도 겸하고 있어서 여권과 세관신고서를 내는 등의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배를 타는 곳은 캐나다의 밴쿠버 이지만, 중간에 미국 영토인 알래스카 땅을 밟게 되므로 미리 미국 입국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마침내 모든 절차를 마치고 승선을 하려하니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가족 사진을 찍어주었다.
사진사가 엄지를 올려보라고 시켜서 찍은 사진인데, 크루즈를 타게 되니 기분이 무척 좋아요! 하는모습처럼 보인다.
원래 우리는 1시에 승선을 하도록 정해져 있었으나 (1시가 가장 빠른 시간이라 그렇게 선택한 것이다), 그보다 일찍 열한시 쯤에 갔는데도 수속을 시작해서 배에 일찍 탈 수 있었다.
가능한 한 일찍 배에 타서 점심 식사도 하고 배 안을 구경다니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다.
이번에 탄 배는 디즈니 크루즈 사의 네 대의 배 중에서 두 번째 오래된 디즈니 원더 호 였다.
지난 번 바하마 갈 때 탔던 디즈니 드림 호 보다는 조금 작은 규모이지만 여전히 크고 잘 꾸며져 있었다.
오후 4시가 되어 승선 시한을 넘기자마자 모든 승객들이 비상대피 훈련을 받았다.
대피 훈련은 아기나 노인이나 장애인을 막론하고 모두가 지정된 구명정 타는 곳에 모여서 인원점검을 받고, 구명조끼 사용법을 배우고, 다시 한 번 비상시에 모여야 하는 곳을 기억하도록 한 다음에 끝이 났다.
그리고 드디어 배가 출발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전날 스탠리 공원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보았던 바로 그 물길로 배가 나아가기 시작했다.
사자다리 (라이온 게이트 브릿지) 아래로 배가 지나가는데, 그럴리 없겠지만서도, 혹시나 배가 다리에 부딪히지 않을까 조마조마 하며 살펴보았다 🙂
저 멀리 우리 가족이 열심히 걸었던 스탠리 공원의 해안 산책로가 보였다.
이제 드디어 이번 여행 본연의 목적지를 향하게 된 것이었다.
이 날은 2018년 7월 2일 월요일이었다.
2018년 7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