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벡 구경을 한 다음에는 몬트리올에서 하루를 머물기로 했다.
아직 5월 중순이고 위도가 높은 곳이라 그런지 날씨가 무척 서늘하고 관광객들이 붐비지 않아서 여행을 다니기에 좋기도 하고 (붐비지 않으니) 나쁘기도 했다 (춥고 비가 흩뿌려서 걸어다니기에 불편함).
몬트리올 관광은 올림픽 공원에서 시작했다.
전망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몬트리올 시가지를 내려다 보았는데, 아이들은 두번째 와보는 곳이라 다소 지루해 했다.
나도 처음 왔을 때에 비하면 이미 익숙한 풍경이라 사진을 별로 많이 찍지 않았다.
전망대에서 시내를 내려다본 다음에는 장탈롱 시장에 가서 점심을 사먹으려고 계획했는데, 아직 본격적인 관광철이 아닌데다 춥고 비가 내리니 장마당이 너무 한산했다.
심지어 식당은 문을 닫은 곳이 많고, 비를 맞으며 걸어다니기에 불편해서 시장 안의 빵가게에서 샌드위치와 빵 몇 개를 사서 끼니를 떼웠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바글바글 붐벼야 구경할 것도 많고 사먹을 것도 많을 것 같았다.
장탈롱 시장에서 아주 늦은 점심 식사를 마친 후에는 치유의 기적으로 유명한 성요셉 성당을 구경했다.
언덕배기에 위치하고 있어서 성당에서 몬트리올 시내를 내려다보는 전망이 아주 좋은 곳이다.
성당 내부가 아주 많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규모가 아주 크고 그런대로 구경할만 했다.
파이프 오르간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과 성당 예배실로 들어가는 문이 멋져서 찍은 사진이다.
사실은, 성요셉 성당 보다는 화려하기로 유명한 노트르담 성당을 구경하려고 했으나, 오후 5시에 문을 닫는다는 사실을 성당 입구에 도착한 4시 30분에야 알게되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서 구경하는 곳인데 30분도 채 돌아보지 못하고 나와야 하니 본전 생각이 나서 입장하지 못했다.
꿩 대신 닭이라고 밤 9시까지 문을 열고 입장료도 없는 성요셉 성당 구경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노트르담 성당으로 다시 왔다.
까르티에 광장 앞에 있는 노트르담 성당은 파리에 있는 노트르담 성당 만큼이나 유명한 곳이다.
화려한 내부 장식 때문이다.
기둥, 계단의 난간, 의자의 등받이, 그 어느 구석진 곳이라도 아름답게 조각되어 있었다.
이 성당 안의 모든 가구와 장식은 못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를 깎아서 끼워 맞추었다고 하며, 성당 안에 있는 못이라고는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린 조각상에 예수 손과 발에 박힌 것이 전부라고 한다.
구석구석이 너무나 화려해서 쓸데없이 고퀄 이라는 인터넷 용어가 떠올랐다.
은근히 반감마저 들기도 해서, 코난군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신은 과연 이 화려한 성당을 보고 흡족해 할까? 아니면 돈과 시간과 정성을 쓸데없는 곳에 낭비했다고 실망할까?
나도 코난군도 같은 생각을 했다.
내가 만약에 신이라면 이런 화려한 성당을 짓는데 들이는 노력을 다른 곳에 쏟아부으라고 권하겠다는 생각이다.
신의 사랑이 그렇게도 고맙고 신의 은총이 그렇게도 훌륭해서 칭송하고 싶다면, 나도 그런 사랑과 은총을 남에게 베푸는 것이 이런 성당을 짓는 것보다 훨씬 의미있고 신의 뜻에도 맞는 일이 아닌가 싶다.
그런 면에서 전날 방문했던 성요셉 성당은 잘 단장되어 있었지만 과하게 화려하지 않고, 간절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우러나서 그저 관광객으로서 방문했을 뿐이지만 경건한 마음이 저절로 들었다.
성당의 의자는 기도하는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기능이면 충분할텐데, 이런 조각까지 새길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의자 마다 모두 다른 조각이 새겨져 있었다.
이 사람은 아마도 예수의 제자라거나 성인 중의 한 사람이거나 훌륭한 신부님 중 한 사람의 모습인 것 같다.
2019년 6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