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애완 물고기 스시와 말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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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에 둘리양이 미래의 수의사 캠프에 일주일간 참가하고 마지막 선물로 베타피쉬 한 마리를 받아왔다.

도시락 반찬통 만한 크기의 통 안에서 거의 하루를 보낸 베타피쉬는 저녁에 우리집에 도착했을 때는 영 상태가 좋지 않았다.

물 속에서 똑바로 떠있지를 못하고 자꾸만 옆으로 드러누웠기 때문이다.

당장에 먹일 물고기 사료도 없고 해서 애완동물용품 가게에 먹이를 사러 갔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새로 구입하는 사료 한 통을 다 먹지 못하고 물고기가 세상을 떠날 것 같아서 – 그러면 아이들이 슬퍼할테니 – 똑같이 생긴 베타피쉬 한 마리를 더 샀다.

수컷 베일베타 피쉬 한 마리의 가격은 3달러 정도였던 것 같다.

두 마리의 물고기가 생겼으니 두 아이들이 각기 자기 물고기를 정하고 이름을 지어주었다.

 

왼쪽이 둘리양의 물고기 말린 이고 오른쪽은 코난군의 물고기로 정한 스시 이다.

(애완 물고기 이름이 스시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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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린은 둘리양이 캠프에서 받아온 녀석이고 스시는 내가 가게에서 새로 사온 녀석이다.

첫날 상태가 영 안좋아 보이던 말린은 다음날부터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해서 밥도 잘 먹고 다시 생생해졌다.

스시는 원래부터 내가 눈여겨 보고 가장 싱싱한 놈으로 골라왔으니 당연히 헤엄도 잘 치고 밥도 잘 먹고 건강하다.

 

베타피쉬는 다른 이름으로 사이암 싸움 물고기 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동남아시아 지역 논에서 자생하는 물고기인데, 논처럼 얕은 물에서 살다보니 라비린스 라는 기관을 유전적으로 발달시켜서 산소발생기가 없이도 물 바깥쪽의 산소를 들이마시고 호흡을 할 수가 있다.

그래서 복잡한 장치가 필요없이 간단하게 키울 수 있는 물고기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몇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는데, 베타 물고기는 무척 배타적이어서 한 어항 안에 두 마리를 함께 넣어두면 한 마리가 죽을 때 까지 싸우는 습성이 있다.

이 습성으로 인해 태국에서는 투어 (물고기 싸움)가 성행해서 사람들이 스포츠 경기를 감상하듯이돈을 걸고 응원을 한다고 들었다.

다음은, 아무리 작은 물컵 속에서 산소발생기 없이도 간단하게 키울 수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공간과 충분한 물이 있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우리집에서는 맨 처음에는 큰 샐러드 그릇 두 개에다 물고기를 격리해서 살게 했는데, 아이들이 인터넷으로 베타피쉬 공부를 열심히 하더니만 더 큰 어항으로 옮겨주자고 하도 졸라서 10달러 짜리 어항을 세일해서 6달러 주고 사왔다.

10갤런 (40리터) 물이 들어가는 크기인데 두 마리가 섞이지 않도록 투명한 아크릴판으로 막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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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가 아늑하게 숨을 수 있도록 동굴 같은 구조의 집도 각기 하나씩 넣어주고, 유리병에 자갈이나 장난감을 담아서 넣어주기도 했다.

이렇게 해두면 물고기가 들락날락 하면서 놀이터 삼아 지루해하지 않는다고 한다 🙂

빨간 터널은 원래는 코난군의 장난감 기차 셋트중의 일부였는데, 물 속에 넣어주니 물고기가 터널 안에 숨기도 하고, 비스듬하게 누운 터널 지붕위에 떡하니 누워서 낮잠을 자기도 한다.

어느날은 동네 연못에 가서 수생식물을 따와서 넣어주기도 했고, 아침 저녁으로 각자의 물고기를 들여다보며 먹이를 주고 말을 걸고 하면서 아이들은 점점 물고기에게 애착을 형성하게 되었다.

때마침 주주네 엄마가 집안을 수리하는 공사를 하면서 키우던 금붕어를 처분하고 사용하던 필터, 히터, 등등의 용품을 우리에게 나눠주어서 두 마리의 물고기는 점점 더 안락한 삶을 살며 우리 아이들과 친분을 나누게(?) 되었다.

인터넷으로 열공하는 코난군은 물고기를 길들이는 법을 연구하고 실천해서, 이제 이 녀석들은 사람의 손이 몸에 닿아도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개나 고양이처럼 손가락 사이로 헤엄쳐 다니는 장난을 하기도 한다.

먹이를 줄 때도 물에 던져 주지 않고 손가락 끝에 붙여서 들고 있으면 물 위로 뛰어 올라 먹이를 먹는 재주도 부린다.

그렇게 가까이서 물고기를 지켜보니 이 녀석들도 각기 외모 뿐만 아니라 성격 차이가 뚜렷하게 보인다.

코난군의 스시는 무척 크고 아름다운 지느러미를 가지고 있고, 수염 이라고 부르는 지느러미는 붉은 색을 띄고 있다.

이 녀석은 공격성이 무척 강해서, 아크릴판 건너편으로 보이는 말린에게 항상 아가미를 활짝 열고 공격하는 자세 (플레어링 이라고 함)를 취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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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말린은 다소 치렁치렁한 지느러미를 가지고 있고 비교적 점잖은 성격이다.

스시보다 겁도 많아서 스시가 당장이라도 물어뜯을 듯 달려들면, 비록 그것이 아크릴판 건너편의 상황이지만 얼른 동굴 속으로 도망간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사실은 이 녀석이 먼저 스시 앞에서 일부터 도발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쪽 구석에서 혼자 잘 놀다가도 스시가 가까이 온다싶으면 지가 먼저 가까이 다가가서 알짱거리며 스시의 화를 돋구는 것이다.

그러다가 스시가 덤비려하면 얼른 도망가면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 말하자면 요놈이 더 나쁜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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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마리 물고기 덕분에 아이들이 우리도 개나 고양이를 키우자는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개나 고양이에 비하면 물고기를 키우는 것이 훨씬 컨트롤하기 수월해서 나도 만족스럽다.

 

 

2019년 8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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