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학습 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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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으로 수업을 받는 코난군은 매일 아침 컴퓨터를 켜고 그 날에 부여된 과제를 스스로 한다.

구글 클래스룸 이라는 시스템에 각 과목별 선생님이 해야 할 과제나 치루어야 할 간단한 시험을 올려두면, 학생들은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그 과제나 시험을 보게 된다.

다만, 각 과제나 시험이 반드시 마쳐야 하는 기한이 있어서 한없이 미루면 안된다.

우리집은 진작에 내가 정해둔 일과 – 수업교시 – 가 있기도 하거니와, 아빠를 닮아 늦잠이라고는 자지 않는 코난군은 매일 빠뜨리지 않고 그 날의 과제를 마친다.

심지어 아침 1교시 동안에 하루 종일 해야 할 과제를 모두 마쳐놓고 나머지 시간은 신나게 게임을 하고 놀기도 한다.

물론, 그걸 가만히 두는 아빠가 아니어서, 남는 시간 동안에 추가로 수학 공부를 시키거나, 바이올린 연습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 모든 일은 주로 윗층에서 일어난다.

휴식시간이나 점심 시간 혹은 바이올린 연습을 할 때를 빼고는 코난군은 거의 아랫층으로 내려오지않는다.

 

그러면 아랫층에서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여기서는 내가 둘리양과 주주 두 어린이들을 데리고 수업을 시키면서 내 할 일을 한다.

2학년 담임 선생님이 2주일분 수업할 내용과 교재를 우편으로 보내주시는데, 매일 아침자습, 수학, 읽기, 쓰기, 사회, 과학 과목을 공부하게 된다.

그런데 선생님이 보내주시는 공부 분량이 둘리양과 주주의 실력에는 너무 모자라서 내가 자료를 더찾아서 추가로 무언가를 시키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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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 시간에 아이들은 초고를 먼저 쓰고 – 이 때 줄 간격을 두 배로 두어서 나중에 교정을 볼 때 편리하게 한다 – 그 다음에는 구두점이나 스펠링을 점검하고, 그 다음은 형용사나 부사를 추가로 더 넣거나, 같은 단어가 반복될 때는 다른 단어를 찾아서 교체하는 등의 교정이나 편집 작업을 한다.

그 다음에는 깨끗한 페이지에 반듯한 글씨체로 최종본을 옮겨 쓰는 것이 요즘 이 아이들이 연습하고 있는 쓰기 수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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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지시한 쓰기 과제는 진작에 마쳤고, 그래도 시간이 남아서, 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라고 시켰다.

아무 이야기나 창작하라고 하면 너무 막막하니, 두 아이가 좋아하는 동물인 고양이를 주제로 이야기를 만들어 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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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간격을 두 배로 하고 둘이서 속닥속닥 의논을 해가면서 이야기의 초고를 썼다.

다음은 매의 눈으로 스펠링과 구두점을 살피고, 단어를 바꾸고…

그리 해서 최종본을 만들었다.

그래도 남는 시간…

이번에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서 책을 만들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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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군이 작년에 출간한 책보다는 수준이 한참 아래이지만, 2학년 아이들 수준으로는 이만하면 잘 했다 🙂

그림책 삽화에 색칠도 정성껏 하고, 제목과 마지막 페이지는 입체 글씨로 장식을 했다.

이야기 중간에도, 클라이막스 부분에는 글씨체를 달리해서 극적인 부분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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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맞는 친구와 시간만 있으면 아이들은 이렇게 스스로 배움을 키워나갈 수 있다.

 

각 수업 교시는 50분이고 그 사이에는 15분 간의 휴식시간이 있다.

점심 시간은 1시간 30분으로 충분히 길게 잡아서, 아이들이 충분히 놀고 오후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랬더니 요즘 날씨가 좋아서 둘리양과 주주는 뒷마당에 나가서 아주 재미있게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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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모양의 나뭇잎과 솔방울과 나뭇가지 등을 모아놓고 큰 솔방울을 화폐삼아 물건을 사고 파는 놀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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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나무의 씨앗을 이렇게나 많이 주워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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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재료를 판매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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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장난감을 제조해서 팔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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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액을 긁어모아서 접착제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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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란 풀잎을 노끈삼아 나뭇잎과 꽃잎을 묶어두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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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채취, 제조, 판매의 과정은 아이들끼리 시작해서 완성한 것으로, 나는 아이들의 부탁으로 사진을 찍어준 것 밖에 해준 일이 없다.

아이들의 창의성 계발은 무엇보다도 충분한 시간과 활용할 자료 (여러가지 풀잎과 나뭇가지, 수액 등) 가 주어져야만 가능한 것 같다.

그리고 어른의 섣부른 간섭은 없어야만 가능한 것도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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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때라면 학교와 방과후교실을 다녀와서 집에 오면 씻고 숙제하고 저녁먹고 잠들기 바빠서 이렇게 뒷마당에 나와서 놀 시간이 없었을텐데, 코로나19 덕분에 하루종일 집에 머물게 되니 트리하우스와 플레이하우스를 오가며 자연을 재료삼아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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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무시무시한 바이러스이긴 하지만, 이런 장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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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주주를 데리러 온 주주 엄마에게 자신들이 쉬는시간 동안에 만든 이 모든 것을 보여주었고, 오늘은 주주 아빠가 데리러 오기 때문에 또 한 번 투어 가이드를 해야 한다며 오늘도 쉬는 시간마다 밖에 나가서 자연물로 만든 장난감 가게를 꾸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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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레슨을 쉰지 벌써 2주일이 지났다.

아트 선생님의 남편은 직업상 버지니아 주의 곳곳을 운전해서 다녀야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하기 때문에, 혹시라도 외부에서 바이러스를 옮아올지도 모른다며 선생님이 걱정을 해서 그러면 우선 가장 위험하다는 2주간만 수업을 쉬자고 했다.

그 2주일이 지나갔지만 코로나19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 한적한 우리 시골 동네에도 느리기는 하지만 환자가 늘어나고 있으니, 아무래도 4월 내내 아트 레슨을 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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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에게 아지 사진을 보내달라고 해서 받은 귀여운 사진이다.

좋아하는 토끼 인형을 잘 때도 물고 자는 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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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을 물고 있는 아지 🙂

아직 태어난지 1년이 안된 어린이 개 이지만 둘리양보다도 크고 몸무게도 더 많이 나간다.

언제 다시 아트 레슨에 가서 아지와 함께 뛰어놀 수 있게 될지… 아이들은 매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2020년 4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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