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점점 심해지면서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뜸해졌다.
매일 아침, 언제 누가 집을 보러올지 모르니 집을 깔끔하게 정리하던 습관도 다소 느슨해져가던 즈음…
수요일에 토요일 아침에 집을 보러 가도 되겠느냐는 문자를 받았다.
집값을 내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차에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혹시 모르니…
집을 치우고 청소기를 돌리고난 후에 동네 한바퀴를 드라이브 하다가 짓고 있는 새집 구경을 조금 하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껏 우리집을 보여준 것이 20여 차례 되지만 아직도 사겠다는 사람이 나서지 않았으므로 이번에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다만, 이 시국에도 집을 보러 오겠다는 걸 보니 정말로 집을 꼭 사고싶은 모양이다 하는 짐작을 했다.
집에 돌아와서 점심을 먹고 쉬고 있는데, 오후에 또 집을 보러 오겠다는 중개인이 있어서, 이번에는 아예 먼길을 나갔다 오기로 했다.
온가족이 오랜만에 차를 타고 주 경계를 벗어나서 한국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우리 동네에서는 팔지 않는 차를 시승해보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에 아침에 우리집을 돌아봤던 중개인이 다시 연락이 와서 월요일 아침에 한 번 더 집을 보러 가도 되겠는지를 물었다.
그 전에는 우리집이 태양열 발전을 해서 전기요금을 얼마나 절약하고 있는지를 묻기도 했다.
자세한 사항을 물어보더니 집을 다시 한 번 더 보러 오겠다는 것은, 우리집을 사려는 의향이 분명했다.
그래서 월요일 아침에 집을 비워주고 마음껏 더 구경하게 했다.
이날 엄마학교 수업은 주주네 아빠 집에서 했다 🙂
오후에 집으로 돌아오니, 무척이나 꼼꼼히 돌아본 흔적이 보였다.
지하실의 보일러 문도 열어봤고, 마당의 트리하우스와 플레이하우스도 직접 들어가본 듯 했다.
이 정도라면 기대를 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우리측 중개인 낸시가 내일쯤 오퍼가 들어올 것 같다는 귀띔을 해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화요일 아침에 집을 사겠다는 오퍼가 들어왔다!
집을 내놓은지 두 달만에 드디어 임자가 나선 것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주택시장이 얼어붙을까, 그래서 집이 안팔릴까, 걱정을 하다가 집값을 조금 낮추어볼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집값을 내리기 전에 사겠다는 사람이 생겼다.
우리가 리스팅했던 가격에서 많이 깎아달라고도 하지 않고, 그저 천 달러 단위의 끝자리 잔돈만 빼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만하면 매우 만족스러운 딜이다.
이제 남은 일은, 집을 팔기로 계약하는 날짜와 우리가 이사나갈 날짜를 잘 조정해서, 새 집을 사기 위한 융자금을 신청할 때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도록 협상을 하려고 한다.
부동산 사이트에서 이제는 “펜딩” 이라는 딱지가 붙어있는 것이 보인다.
완전히 매매계약서에 싸인을 할 때 까지는, 매매가 진행중이라는 뜻이지만, 대부분은 펜딩에서 무난하게 계약완료까지 이어진다.
이제 계약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새 집으로 이사갈 준비를 해야할 차례이다.
차근차근 모든 일이 원하던대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기쁘다.
2020년 4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