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때문인지 한국으로 보내는 크리스마스 카드나 한국에서 오는 우편물의 배송이 무척 느려졌다. 예전같으면 일주일에서 열흘이면 충분히 도착할 우편물이 요즘은 그 두배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게다가 우편배달부가 제대로 일을 하는 건지 의심스러운 사건도 있었으니…
바로 오늘에서야 받은 사건의뢰 채널에서 보내준 책 선물이다.
국제우편으로 오는 소포는 받는 사람이 반드시 싸인을 하고 수령을 하는데, 지난 며칠 동안 우리 가족은 집을 비운 일이 없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온가족이 학교 수업도 집에서, 강의도 회의도 모두 집에서 하고 있어서, 소포 배달을 하는 우체부가 벨을 눌렀다면 반드시 들었을 것인데… 오늘 우편함을 확인해보니 난데없이 “그 동안 수차례 배달을 시도했지만 집에 사람이 없어서 오늘 최후의 통첩을 보낸다” 는 내용의 종이가 들어있었다. 자세히 읽어보니 지난 금요일에 이 종이를 놓고 갔다고 적혀 있으며, 일요일까지 우체국으로 직접 와서 찾아가지 않으면 도로 한국으로 반송하겠다고도 적혀 있었다.
말이 안되는 여러 가지: 앞서 적은대로, 우리는 우체부가 누르는 벨소리를 놓친 적이 없다. 그리고 일요일에는 우체국이 문을 열지도 않고 토요일은 오전에만 문을 여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에 소포를 찾아 가라고 하다니, 너무했다. 게다가 그 종이를 들고 가서 소포를 받아와야 하는데, 소포를 받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 소포를 받아 열어보기 전까지는 그게 이 책 선물인 줄도 알 수 없었다) 소포를 받기로 되어 있는 사람과, 우체국에 가서 소포를 찾아오는 사람이 일치하지 않으면 종이 뒷면에 마련된 칸에 반드시 싸인을 해야 하는데, 받는 사람이 정확히 누구인지 알 수 없으니 누가 싸인을 해야 한단 말인가! 미국 말단 공무원들이 하는 일이 이렇게나 어수룩하다. 별로 놀랍지는 않다 ㅎㅎㅎ
남편이 우체국 문닫기 30분 전에 허겁지겁 가서 소포를 받아왔다. 받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는 없으나, 우체국으로 직접 가지 않는 내가 싸인을 하고 남편이 들고 가면 최소한 우리 둘 중에 한 사람 앞으로 온 소포를 찾아올 수 있다는 계산으로 그리 한 것이다. 제법 묵직한 상자 겉면을 보니 배송료가 무려 5만원이 넘었다.
책이 세 권이나 들어있으니 무게가 많이 나가고 그래서 배송료도 많이 지불해야 했던 것이다. 내가 지불하는 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고맙게 선물을 보내주는 사건의뢰 채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연쇄범죄란 무엇인가] 책은 김복준 교수 단독 저자이고, [대한민국 살인사건] 1권과 2권은 두 사람의 방송 내용을 엮은 것이라 공동 저자인 점을 반영해서 어떤 책에는 두 사람의 싸인이, 또 어떤 책에는 김복준 교수만의 싸인이 들어 있었다. 방송을 하고, 또 그 방송을 위한 준비로 바쁠텐데 일일이 손으로 써서 싸인을 해준 정성이 고마웠다.
2021년 1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