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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결판이 난 서울과 부산 시장 선거 결과에 상심해서 평소 즐겨 보던 한국 인터넷 커뮤니티 방문을 끊었다. 지도자가 되려면 훌륭하기까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범죄는 저지르지 않는 사람이어야 하건만, 아무 생각도 없이 투표를 한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았는지 결국 오세훈과 박형준이 시장으로 당선되고 말았다. 이명박그네 시절에 그렇게 당하고도 정신을 못차리다니… 생각할수록 속만 상해서 인터넷 커뮤니티는 가지 않고 유튜브만 구경하고 놀았다.

우연히 보게된 동영상이 옛날 드라마 장희빈의 요약본이었다. 아직 젊었던 전인화가 장희빈으로 나오고 아직은 꽃미남이었던 강석우가 숙종으로 출연했던 드라마였다. 수십회차나 되는 드라마를 30분 영상으로 압축해서 줄거리를 보여주는데,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엇갈린 운명은 여러번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져서 다들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장희빈에 대해 더 많이 알아보려고 검색을 하다가 조선왕조실톡 이라는 웹툰을 발견하게 되었다. 실록이 아니라 실톡이다 ㅎㅎㅎ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카카오톡의 형식을 빌어 만화로 그린 것이다. 미국에 사는 나는 카카오톡을 자주 사용하지 않지만 한국인에게 카카오톡은 일상생활이 되어버린 포맷이라서, 조선시대의 역사를 친숙하고도 새로운 형식으로 가르쳐주는 것이 참신한 기획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작가의 재기발랄한 유머감각이 무척 재미있기도 했다. 스마트폰이나 페이스북 같은 것이 있을리 없는 조선시대이지만, 안면장부 (페이스 + 북 ㅋㅋㅋ) 라는 이름의 페이지에서 조선시대 정치와 사회상을 엿볼 수 있다.

천자문을 뗀 아이들이 다음으로 배우는 소학 교재는 귀오보(교보), 그렇소24(예스24), 마법호롱불(알라딘), 인타박후(인터파크), 반지애륜이수(반디앤루니스) 등의 온라인 도서판매 사이트에서 베스트셀러로 팔린다는 문구 ㅎㅎㅎ “유아용 처음 배우는 충/효/의” “즐거운 3년상” “체조 씨디가 들어있소이다~” 등등 무심코 넘어가는 컷에서도 꼼꼼한 유머가 들어있다.

조선왕조실록을 내가 직접 원문으로 읽어본 적이 없고, 또 실록 자체가 어떤 부분은 다소 편향적인 관점에서 기록되었다는 점을 고려해서, 웹툰의 내용을 그대로 다 믿기 보다는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대체로 조선시대의 역사를 흥미롭게 배울 수 있어서 유익하다.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에 더해서 21세기 요즘의 한국 생활상도 배울 수가 있다. 내가 한국을 떠나온지 어언 20년이 넘었고 내 나이가 50이 되어가니, 요즘 한국의 젊은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잘 모르는데 이 웹툰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예를 들면 위의 카카오톡 화면에서 보듯이, 기후칙혼(기프티콘)으로 선물을 보내는 일이 흔하고, 또 원하지 않으면 그런 선물을 거부할 수도 있다는 점은 이전에는 몰랐던 사실이다.

옛날의 역사와 현대의 생활상을 동시에 배울 수 있고, 한 컷 한 컷 마다 숨겨진 재미를 찾아가며 읽다보니 총 365회 분량 중에서 아직 절반도 읽지 못했다. 주말 동안에 마저 다 읽으려고 한다.

네이버 웹툰 (나온지 오래된 만화여서 돈을 내지 않고도 모든 회차를 다 볼 수 있다) 링크를 첨부한다.

https://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642598&no=1&weekday=wed

2021년 4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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