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0
여름방학 중간 점검

여름방학 중간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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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막 여름학기 강의의 마지막 시험과 과제물 채점을 마치고 성적을 보고했다. 5주간의 온라인 수업이 후다닥 지나가버린 것 같다. 학생들과는 온라인 미팅으로 만나기도 하지만, 이메일이나 과제를 제출하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소통하는 일이 많았다. 학생 수가 적어서 매주 제출하는 과제마다 꼼꼼히 코멘트를 달아주곤 했더니 아홉 명 학생 중에서 네 명이나 따로 이메일을 써서 많이 배웠고 잘 가르쳐주어서 고마웠다는 말을 해주었다.

무척 감사하다는 내용의 이메일
포치에서 채점을 하기도 했다.

매일 아침 운동과 사우나를 하겠다는 다짐을 지금까지 성실하게 지켜왔다. 캠핑을 가거나 등산을 하는 날을 제외하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 운동과 사우나를 했더니 한층 더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지난 주부터는 아침 일과에 할 일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밤사이 실내에서 재운 오리들을 아침일찍 마당으로 내보내는 일이다. 포치 앞 화단에 풀어놓으면 흙을 쪼아서 벌레를 잡아먹기도 하고 작은 화초 아래 그늘에서 낮잠을 자기도 한다. 혹시라도 찻길까지 내려가지 않도록 감시해야 하기 때문에 포치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온라인 강의 채점을 하거나 독서를 하는데, 아침 공기도 신선하고, 남편이 직접 내린 커피를 가져다 주기도 해서 신선놀음 하는 기분이다 🙂

일주일 사이 많이 자란 오리 새끼들

이제 방학이 절반쯤 지나갔다. 별로 이루어놓은 것도 없이 절반이나 날아갔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여름 학기 강의 하나를 했고, 남은 절반의 방학 동안에 계속 꾸준한 운동을 하면 가을학기 개강할 때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아트 선생님댁 멍멍이 아지

어제 토요일 저녁에는 아트 선생님 댁에 초대를 받아가서 저녁을 얻어 먹었다. 예전부터 우리를 초대하고 싶어 했지만 직장 일과 목장일을 다 해야 하는 남편이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서 아트 선생님은 늘 기회가 되기만을 기다렸다고 한다.

급작스런 초대였는데 친구와 만나서 놀기로 약속이 있던 코난군이 친구와의 약속을 미루기로 한 덕분에 온가족이 아트 선생님 댁에 가서 맛있는 저녁을 먹고 아지와 놀기도 했다.

근사한 와인칠러와 재미있게 생긴 와인 마개
술을 못먹는 나는 스파클링 워러…
토마토 위에 베이즐 잎과 모짜렐라 치즈를 얹은 카프레제
선생님의 시어머니가 손수 농사짓고 캔으로 저장해두었던 그린빈 요리
바베큐 그릴 위 큰 솥에 물을 끓이고 있었다.

요즘 우리 동네 날씨는 야외에서 바베큐를 하기에 딱 좋은데, 모기나 다른 벌레도 없어서 더욱 좋았다. 전채요리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트 선생님의 남편은 코난아범 보다 두어살 위인데, 유쾌한 사람이다.

사이드 메뉴로 요리할 감자, 옥수수, 소세지

오늘의 메인 메뉴는 게와 새우를 찐 요리였다. 우리 가족은 찐 게다리 요리를 무척 좋아하지만 산골에 살다보니 싱싱한 게를 구하기도 어렵고, 구입한다해도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서 자주 먹지 못한다. 디즈니 크루즈에 타서 게다리를 실컷 먹었던 것이 마지막이었나보다. 코난군은, 그보다도 수 년 전에 머틀비치 해산물 뷔페 식당에서 먹었던 게다리를 기억해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사라지고나면 해산물 뷔페 식당에 꼭 다시 가고 싶다.

산처럼 많은 게다리와 새우 🙂

아트 선생님의 남편은 식자재를 레스토랑에 공급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덕분에 이런 귀한 식재료를 좋은 값에 구할 수 있는데, 코난아범이 게다리를 좋아한다는 것을 기억하고는 냉동 게다리와 새우를 구비해 두었다고 한다.

밤이 늦도록 게살을 발라 먹으며 (게요리를 먹으면 껍질을 까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래서 이야기도 더 나눌 수 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답례로 다음번에는 우리집으로 선생님 부부를 초대해야겠다. 선생님의 남편은 청국장을 좋아한다고 하니, 집에 있는 요거트 메이커로 청국장을 띄워서 대접하면 좋을 것 같다.

2021년 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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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ison Yim

안녕하세요,
82쿡통해 흘러들어온 소년공원님 블로거 애독자입니다.^^
학생의 이메일을 보니 소년공원님이 엄청 뿌듯해하실 만 하네요. 아무리 성의없는 리포트를 제출했어도 성의있는 피드백을 받게 되다면 저 학생이 말한 것처럼 “made difference” 할 수 있게 된다는 진리!
많이 배우고 갑니다~~
저희 아이들이 소년공원님같은 선생님을 언젠가는 꼭 만나게 되길 기도해봅니다.
You have a good day!

Huison Yim

ㅋ~ 그렇죠^^
그 기대감은 결국 학생에게 영향을 끼치게 될 테고, 삘받은 학생은 없던 최선도 다하게 되는, 좋아하는 쌤 과목은 열공해도 절대 지치지않는 그런 원리인가요? 선순환?
이 블로그도 제게 선순환의 역할을 합니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