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둘리양이 “내일은 무슨 요리를 할거에요?” 하고 물었다. 갈비찜을 만들자고 했더니, “그러면 아직 남아있는 잡채는 어떻게 해요?” 한다. 갈비찜과 잡채는 서로 잘 어울리는 요리이니 함께 먹으면 된다고 설명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아이들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식습관도 미국식이라, 한 끼에 한 가지 음식을 메인으로 놓고 먹는 것이 당연하지, 밥에다 서너가지 다른 종류의 반찬을 놓고 먹는 것은 잘 알지 못한다. 어쩌다 한 번씩 내가 시간이 많이 날 때는 국과 밥과 여러 가지 반찬을 함께 차려주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반찬을 한 가지씩 집중적으로 먹고, 그 다음에 맨밥만 따로 먹는다. ㅎㅎㅎ
미국에서 20년이 넘게 살면서 가족들 밥상을 책임지다보니, 한국식 상차림이 얼마나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지 새삼 깨닫는다. 밥이야 전기밥솥이 알아서 짓고, 김치는 한 번 담아놓으면 몇 달 동안 김치 냉장고에서 꺼내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으니, 따로 들어가는 노동력을 계산하지 않는다 해도, 국이나 찌개를 끓이고, 또 불고기든, 계란말이든, 나물반찬이든 최소한 두어가지는 요리를 따로 더 해야 한다. 서양식도 제대로 격식을 갖추자면야 코스요리로 여러 가지를 요리해야 하지만, 주변의 미국인 가족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식탁을 보면 메인 요리 한 가지에 샐러드와 빵을 곁들이는 것이 전부이다. 샐러드 드레싱을 손수 만들거나 빵을 직접 굽는 것은 특별한 날에나 하는 일이고 가게에서 파는 것을 내놓는 것이 일상이다.
그런 미국식과 한국식을 절충하며 살다보니 내가 차리는 밥상은 전기밥솥에서 밥을 뜨고 (미국인의 빵에 해당), 일 년에 한 번씩 담은 김치를 꺼내고 (이건 샐러드에 해당함), 그 다음은 그 날의 메인 요리 단 한가지를 차리는 방식으로 정착되었다. 그러니까 둘리양이 생각하기에, 어제 만든 잡채가 아직도 남아 있는데 또 요리를 하면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 되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남편에게 했더니, 언제 한 번 한정식을 사먹으러 한인타운에 다녀오자고 한다. 아이들에게 제대로 먹는 한국식 밥상을 경험시켜주자는 의도이다.
참고로, 어제 먹고 남은 잡채는 고작 한 접시 정도밖에 남지 않아서 별로 고민할 분량도 아니었다 🙂
2021년 7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