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동안의 온라인 학교생활을 접고 지난 8월부터 대면 수업을 받게 된 코난군은 오랜만에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만나고 선생님으로부터 직접 수업을 받게 되어서 무척 행복해 하고 있다. 심지어 어느 날인가는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통은 중학교 2-3학년이 되면 사춘기 아이들은 학교나 선생님을 싫어하게 되는 일이 많은데 코로나19 덕분에 코난군은 오히려 학교에 가는 것을 좋아하게 되어서 무척 다행스러웠다.
그러던 어느날… 코난군의 과학 선생님이 올바르지 않은 방법으로 학생들을 훈육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교 교사도 인간인지라 매사에 완벽하고 올바를 수만은 없고, 내 아이에게 직접적인 악영향이 없다면 굳이 그 잘못을 들춰내는 수고를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코난군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남편과 상의해서 학교 상담교사를 만나기로 했다. 초등학교 5학년때 자질이 부족한 교사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냈던 코난군이 이제야 겨우 학교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회복했는데, 또다시 엉터리 교사의 잘못된 가르침으로 아이의 학교 생활을 망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자세하고 기나긴 이야기는 일일이 적기에 귀찮아서 생략한다 🙂 요약하자면, 코난군의 과학 교사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은 코난군을 표적으로 삼아서 비난을 하는 것만으로 모자라서, 다른 과목의 교사들에게 “코난군은 요주의 인물이니 잘 감시하라”고 말을 하고 다녔다. 내 아들이어서가 아니라, 코난군은 객관적으로 누가 봐도 수업시간에 말썽을 부리거나 못된 짓을 하는 아이가 아니다. 하지만 백 번 양보해서, 만약에 코난군이 수업시간에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는 행동을 했다 하더라도, 잘못한 학생에게 꾸지람을 하고 다음에는 같은 잘못을 하지 않도록 가르치는 것이 올바른 행동지도이다. 그런데 이 교사는 코난군에게는 무엇이 잘못인지 설명해주지도 않고, 다른 과목의 교사에게, 그리고 자기가 결근하는 날 대신 수업을 해주러온 임시교사에게 코난군을 특정해서 지목하며 잘 지켜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걸 어찌 알게 되었는고 하니, 평소에 코난군을 좋게 보는 과목의 교사가 코난군에게 “누가 그러는데 너를 잘 지켜보라고 하더라ㅋㅋㅋ” 하고 말해주었고, 문제의 과학교사가 결근한 날, 대신 가르치는 임시교사는 학생들 앞에서 과학교사가 남긴 메모를 큰소리로 읽어주었는데, 거기에 “코난군을 잘 감시해라” 하는 대목까지 거르지않고 낭독한 덕분이다. 코난군의 친구들이 보기에도 “과학선생님이 너를 무척 미워하는게 보인다”고 할 정도이니, 코난군도 마음이 불편해서 아빠 엄마에게 이야기를 해준 것이다.
어떤 이는, 코난군이 공부도 잘하고 모든 면에서 다 앞선 우수 학생이라 (엄마로서, 이 점은 인정 🙂 거기에다 잘 생기기까지 했음 ㅋㅋㅋ) 교사가 시기심을 품은 것이라고 했고, 또 어떤 이는 대충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 학교장과 교육청에까지 알리고 인종차별을 하는 교사라면 징계를 받게 해야 한다며 우리보다 더 화를 내기도 했다. 신중한 성격의 남편은 이 문제를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지를 깊이 생각하며 나와 의논을 시작했다. 남편과는 조금 다른 성향을 가진 나는, 접근, 방책, 이런 거 생각할 것 없고, 당장에 학교에 가서 교장이나 행동지도를 담당하는 상담교사를 만나자고 했다. 만나서 무슨 이야기부터 시작할 것인지를 묻는 남편과 대비되게, 나는 그냥 단순하고 직접적으로 “내 아이가 이런 일을 당해서 엄마인 나는 무척 화가 난다” 라고 말할 거라고 했다.
학교 상담교사에게 만나자고 이메일을 보냈더니 화요일 아침에 학교에서 보자고 연락이 왔다. 남편은 온라인으로만 강의가 있어서 미팅 참석에 문제가 없었고, 나는 그 날 이른 아침에 강의가 있어서 일단 출근해서 강의를 일찍 마치고 다시 우리 동네로 돌아와서 학교 입구에서 남편과 만나서 함께 들어가기로 했다. 미팅을 준비하는 방법도 사뭇 달랐다. 남편은 코난군에게 그 동안 과학 교사와 있었던 일을 날짜 시간 순으로 쓰라고 한 다음 그걸 인쇄했다. 코난군의 평소 학교 생활상을 보여줄 수 있는 성적표도 (온라인으로 실시간 성적표를 확인할 수 있다) 인쇄해서 폴더에 잘 챙겼다. 나는, 평소에는 마스크 때문에 하지 않던 화장을 하고 정장을 차려입었다. 전투복을 챙겨입는 군인의 심정으로 아이라인도 진하게 그리고 귀걸이며 결혼반지도 꺼내서 착용했다. 이 사안이 우리 가족에게 얼마나 중대한 영향을 끼치며, 코난군의 원만한 학교 생활을 돕기 위해서 우리 부부는 그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는 결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주차장에서 만난 남편과 학교 건물로 걸어가면서 짧은 작전 회의도 했다. 남편은 일의 자초지종을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말하고, 나는 옆에서 간간히 감정적 폭발을 터트리기로 했다.
예전에 다른 일로 만나서 이미 얼굴을 아는 상담교사는 코난군에 대해 아주 좋게 생각하고 있고, 우리 부부의 말을 진심으로 잘 들어주었다. 내 성질 같아서는 그 한심한 과학교사를 직접 만나 소리지르고 삿대질하며 따지고 싶었지만, 나의 학력과 사회적 지위를 생각해서 참기로 하고 🙂 아무 잘못 없는 상담교사에게 “그렇게 생각하기는 정말 싫지만, 이거 일종의 인종차별 아닌가요?” 라든지, “이번 일로 우리 코난군이 학교를 싫어하게 되고 그러다 정말로 문제학생이 되기라도 하면 어떡하나 걱정됩니다” 하는 등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간간이 보태었다. 인종차별이라는 말은 미국 공립학교에서 절대 생겨서는 안되는 일이고 실제로 법적처벌을 받을 수 있는 범죄조항이어서, 내가 저 발언을 했을 때 아마도 상담교사는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을게다. 남편이 옆에서 점잖게 말리는 시늉을 해주어서 분위기를 헤치지 않고 자연스레 다음 이야기로 넘어갔다.
상담교사는 과학교사의 잘못을 인정했고, 그 교사가 올해 처음 부임한 초보라서 학생지도 방법이 서투른 것 같다는 설명도 했다. 앞으로 2주 시한을 두고 자신이 과학 교사의 수업과 코난군의 수업태도를 지켜보겠으며 2주 후에 경과를 알려주기로 했다. 나는, 감정이 앞서서 다소 심한 발언을 했던 것을 사과하고, 코난군이 잘못하는 일이 있으면 코난군이 알도록 직접 설명하고 지도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한, 집에서도 언제나 코난군이 모범학생이 되도록 지도하고 있으니, 학교에서 문제가 있다면 집으로 알려주기를 당부했다 – 는 것은 표면적인 체면치레였고, 나의 속마음은 “앞으로 다시 한 번 이런 일이 더 생기면 교장도 만나고 교육청도 찾아가서 이보다 더 시끄러운 일을 벌이겠어요” 하고 말하고 있었다. 아마도 상담교사에게도 그 뜻이 전달되었을 것 같다.
미팅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오후 강의와 업무를 마치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서 코난군에게 오늘 아침 아빠와 엄마의 팀웍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다. 코난군은 이제 많이 성장해서 5학년때 처럼 마음을 다치지는 않아 보였다. 그리고 아빠 엄마가 든든하게 자신을 지원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아보였다. 배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치지 않는 것처럼 지혜로운 처신도 익힐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 His story (코난군 아빠의 생각)–
약 18개월 전에 코난군에 폭력을 행사하는 여학생 때문에 상담 교사를 만난 적이 있고, 그때도 앞으로 더 상황이 나빠질까봐 걱정하는 입장에 만났던 까닭에 서로 좋은 감정을 갖고 있어서 약속도 비교적 쉽게 잡을 수 있었다.
우선 가볍게 그 말썽부리던 학생은 어뗳게 지내고 있는지 물었고, 상담 교사는 그 학생은 다시 노스 캐롤라이나로 이사를 갔다고 했다.
곧 코난군 문제와 관련하여, 과학교사와의 상황을 이야기 하기 전에 두 가지 사전 질문을 했다. 주변에 몇몇 사람들은 바로 교장에게 연락하라고 했지만, 나는 낮은 단계를 먼저 거쳐가기로 마음을 먹은 터였다. 몇 년전에 학교와 싸우던 경험에 의하면, 이곳의 문화가 단계별 절차를 밟아가는 것은 선호한다는 것 배웠기 때문이다.
첫번째 질문은 이 문제를 상담교사와 나누는 것이 적절한가 였고, 그는 그렇다고 했다.
두번째 질문은 혹시 다른 교사로부터 수업태도나 혹을 다른 문제로 코난군에 대하여 들어본 적이 있냐는 것이었다. 그는 코난군에 대한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그랬을 리가 없지만 혹시나 코난군이 모든 진실을 우리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있어서 무턱대고 불평불만을 토로했다가 역풍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좀 확인을 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였다.
그 다음의 대화 내용은 위에 말한 바와 같아서 생략한다.
우리의 설명을 들은 후에, 상담 교사는 그 교사가 늦게 직업을 바꾼 후 (30대 중반에) 작년에 이 학교에서 교생실습을 마치고 올해 처음으로 정식 교사로서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라 스트레스가 많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그 대답에 그렇다면 이해가 되고 다행이라고 말했다. 사실 나는 만일 이 교사가 상습적으로 그랬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약간의 고민이 있었다. 상담교사는 우리의 접근 방법에 대하여 고마와 하면서 어떻게 해결하면 좋겠냐고 물었다. (불만을 많이 들어야 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되묻는 질문을 많이 한다. 아주 좋은 질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나는 내가 미국 대학원 1년 차에 당했던 경험을 이야기 했다. 수업 중에 계속 질문을 하는 나에게 교수가 좀 심한 소리를 했다. 시험도 괜찮게 보던 내가 계속 질문을 하니, 마치 자기에게 도전하는 느낌을 받은 모양이었다. 수업이 끝난 후에 클래스 메이트에게 내가 잘못한 것이 있는지 물었다. 다행히도 다른 친구들은 내가 특별히 무례하지도 않았다고 해서 용기를 얻어서 그 교수를 찾아가서 설명을 했다. 내가 그 교수를 특별이 무시하지도 않으며 나는 이해가 안되는 것을 넘어갈 수 없는 성격이라 물어본 것이었고, 실례가 되었다면 사과드리며 다음부턴 실례가 되지않게 질문하겠다고 했다. 그 후론 더욱 사이가 좋은 교수와 학생이 되었다.
이 이야기를 상담 교사에게 이야기 하면서, 나는 과학교사가 코난군을 만나서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임시 교사가 아이들 앞에 읽은 것도 잘못이었다고 인정하고,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려 보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과학교사는 개학한지 얼마 되지 않아, 코난군과 친구가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는 코난군은 요주의 인물이라며, 교사 바로 앞에 앉혔다. 코난군은 그 친구가 이야기 하는 것을 들은 죄 밖에 없다고 했다. 그리고 다른 친구는 그냥 두에 계속 앉아 있게 내버려뒀다.). 상담교사는 수업참관을 해서 어떤 분위기로 수업이 흘러 가는지를 관찰한 다음에, 과학교사 이야기를 나눈 후에 우리에게 알려 주겠다고 했다. 다시 한번, 경험 부족에서 오는 것은 충분히 이해를 하고, 모든 것이 좀 더 발전적으로 해결될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했고 그 미팅은 그렇게 끝났다.
상담 교사와 미팅전에 이 일 때문에 몇몇 중국인 부모와 이야기 및 이메일을 주고 받았었다. 그 중국인의 딸(코난군보다 한 학년이 높은)의 경우엔 경험이 많은 교사의 오래된 편견 때문에 딸이 꽤 큰 고통을 받았었다. 그래서 그 딸의 엄마는 교육청에 아시안에 대한 증오가 실제로 존재하며 이것을 해결하라고 교육청에 강한 항의를 한 바가 있어서, 나에게 아주 강하게 나가라고 조언을 계속해서 했다.
물론 그 부모의 입장을 충분이 이해한다. 코난군의 5학년 교사들은 충분이 비난을 받을만한 행동을 했었으니까. (그들도 경험이 많았었다). 그래도 좀 느리더라도 돌다리도 건드려보고 건넌다는 자세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할 때가 많다. 이곳에선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되레 절차 때문에 시비는 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과학 교사도 첫 부임지에서의 어려움을 잘 해결해서 다음에 좀더 나은 교사가 되고, 코난군도 즐거운 학교 생활을 이어나가길 바란다.
2021년 10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