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2일은 코난군의 14번째 생일이었다. 이 날은 가족끼리 오붓하게 미역국을 먹으며 생일축하를 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화요일은 추수감사절 방학을 앞두고 조기 하교를 하는 날이었다 (Early Release). 학교에서부터 생일파티에 초대한 일곱 명의 친구들과 함께 집까지 걸어와서 한낮인 12시 30분 부터 장장 24시간의 파티가 시작되었다 🙂
지난 2년간 코로나19 때문에 새로 이사한 집에 친구를 초대할 수가 없었는데 이제는 둘리양까지 백신 접종을 했기 때문에 친구들을 안심하고 불러서 함께 놀 수 있게 되었다. 더 많은 친구들을 부르고 싶었지만 우리집 식탁의 최대 수용 인원을 고려해서 일곱 명을 초대했다. 코난군까지 해서 모두 여덟명의 소년들은 책가방을 맨 채로 지하실에 내려가서 당구과 탁구를 치고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간식을 먹으며 놀았다.
아이들이 노는 동안에 나는 저녁 식사 준비를 했는데, 아이들에게 익숙한 음식인 핏자와 치킨너겟을 데우고, 거기에 더해서 한국음식도 잡채 한 가지를 요리했다. 요즘 미국에서는 (사실은 전세계적으로) 한국 문화가 큰 관심을 받고 있어서 한국계 친구네 집에 가서 한국 음식을 맛보는 것은 이 또래 아이들에게 제법 근사한 경험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 아이들이 먹을 잡채라서 참기름을 쓰지 않고 식용유로만 요리했다. 참기름 냄새는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고소한 향이 식욕을 돋우지만, 낯선 사람에게는 스컹크 냄새와 비슷하게 느껴지는 냄새이기 때문이다. 잡채 옆에는 갓 담은 김장 김치도 한 접시 차렸는데, 강한 양념 때문에 아이들이 즐겨 먹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고, 다만 한국 음식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중요한 김치를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아이들이 한 점씩 먹어보더니 맵지만 맛있다는 예의를 차린 평가를 했다. 중학교 졸업반 아이들이라 철이 들어서 그런 말도 다 할 줄 아는 것이다 ㅎㅎㅎ 한국인인 나조차도 그 나이에는 김치가 맛있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하물며 미국인 아이들 입맛에 김치가 맛있게 느껴졌을리가… ㅎㅎㅎ
후식겸 생일 케익으로는 해마다 코난군이 주문하는 오레오쿠키 아이스크림 케익에 촛불을 켰다. 친구들에게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라고 했더니 걸걸~~한 목소리로 멜로디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마치 염불소리와 비슷하게 들리는 노래를 불렀다. 어찌나 우습던지… 모두들 덩치는 자기 부모보다 더 커지기 시작했고 변성기를 거치면서 목소리도 중저음이 되었지만, 그런 몸을 하고서 하는 짓은 낄낄대며 장난을 치고 있는 모습이 더욱 귀여웠다.
일곱 명의 손님 중에서 한 명은 자기 동생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저녁을 못먹고 일찍 귀가했고, 두 명은 저녁 식사 후에 조금 더 놀다가 돌아갔고, 네 명은 우리집에서 자고 다음날 까지 놀았다. 코난군의 방에서 게임을 하고 놀다가 새벽 3시에 잤다고 한다. 다음날부터 학교를 가지 않는 날이니 밤새 놀고 아침에 늦잠을 자도 괜찮은 날이어서 좋았다. (그렇게 하려고 파티를 생일 다음날에 시작한 것이다)
다음날 느지막히 일어난 아이들에게 아침밥을 차려주었다.
보통은 위의 메뉴 중에서 한 가지 또는 두 가지를 아침 식사로 먹지만, 코난군의 생일을 기념하여 마치 호텔 조식처럼 여러 가지 메뉴를 다 차려놓으니, 무심하고 단순한 남자아이들도 “우와~” 하고 감탄을 하면서 식탁에 앉았다.
이만하면 우리 아들 체면 한 번 제대로 세워주었으리라 혼자 짐작하고 혼자 흐뭇해 하면서 장장 24시간이 넘어가는 파티를 마쳤다. 마지막 손님 타미가 오후 2시에 떠났으니 정확하게 계산하자면 25시간 30분 간의 파티였다. 추수감사절 방학 중이어서 준비하는 나도 수월했고, 코난군도 친구들과 오랜 시간 즐겁게 놀 수 있어서 참 좋았다.
2021년 11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