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10

코난군의 손님 대접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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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머리 그녀는 누구일까?

며칠 전에 코난군이 “제게 여자친구가 생겼어요” 라고 선언했다. 평소에 같이 온라인 게임을 하고 놀던 매들라인이 바로 그 여자친구라고 했다. 짐짓 모르는 척, “그래, 매들라인은 너랑 친구이지, 여자이기도 하고 :-)” 하고 말했더니, 여자인 친구가 아니라 남친여친 하는 그 여자친구라는 설명을 해주었다. 아, 그렇구나… 코난군이 여자친구가 생기는 나이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들의 여자친구라는 존재에 대해 처음 경험하는 나처럼, 난생처음 여자친구라는 것을 만든 코난군도 아직 개념 정립이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 “그냥 친구인 여자와 여자친구의 차이가 뭐야?” 하고 물어보니 제대로 대답을 못했다. 중학생 수준에서 남친여친끼리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다른 친구들과 할 수 있는 일과 많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같이 영화를 보러 가거나, 학교 수업 시간에 옆자리에 앉거나, 온라인 게임을 함께 하는 등으로 말이다.

지난 주말에 여친인 매들라인과 다운타운에서 만나서 산책을 하고 거리 구경을 하는 hang around with 를 해도 되냐고 (즉, 다운타운까지 차로 데려다 줄 수 있는지) 코난군이 물었다. 차로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아직 날씨가 쌀쌀하기도 하고 다운타운에서 목적없이 떠돌아다니는 것은 어쩐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게다가 마침 토요일을 맞아 둘리양의 생일을 축하해주러 주주가 놀러 오기로 해서 만두와 컵케익을 요리하려고도 하니, 매들라인더러 우리집으로 놀러 오라고 하는 것이 어떤지 물었다. 엄마가 해주는 맛있는 음식도 먹고, 길거리 보다 안전하고 따뜻하고 놀거리도 충분한 우리집이 더 좋지 않겠냐고 설명을 했다.

주주가 좋아하는 내가 만든 튀김만두
주주의 이름과 둘리양의 이름을 새긴 컵케익을 만들었는데 사진을 찍기도 전에 아이들이 먼저 먹어버렸다 🙂

매들라인의 집은 우리집에서 극과 극으로 먼 20분 거리에 있는데 하필이면 토요일에 부모가 출타를 하고 조부모님이 와서 매들라인과 두 동생들을 봐주시기로 했다고 한다. 동생들을 돌봐야 해서 조부모님께 우리집으로 운전해서 데려다 달라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매들라인과 그녀의 부모도 다운타운 배회 보다는 우리집에서 노는 것이 더 좋다는 데에 의견을 모아서, 출타하는 길에 부모가 매들라인을 우리집으로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갈 때는 내가 운전해서 데려다 주기로 했다. 매들라인의 남동생이 코난군과 같은 테니스 클리닉을 다니고 있어서 가족들끼리 이전부터 어느 정도 알던 사이라, 매들라인을 데려다주러 온 부모들과 편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모처럼 우리집에 둘리양과 친구, 코난군과 친구, 그렇게 아이들이 북적이게 되었다. 먹일 입이 많으니 신이 나서 음식준비를 했다. 둘리양과 주주는 방에서 꼼지락거리며 놀고 코난군과 매들라인은 지하실에서 당구를 치고, 산책삼아 마트까지 걸어가서 과자를 사오거나 하며 놀았다. 아들의 여자친구를 대접하는 것은 난생 처음이라 조금 어색하기는 했지만, 둘이서 노는 모습을 보니, 중학생 수준의 남친여친이란, 싸우지 않고 잘 노는 남매와 비슷한 양태라는 것을 깨달았다. 코난군과 둘리양은 같이 놀다가도 장난에서 시작해서 금새 다툼으로 이어지고 마침내 둘의 놀이는 끝나고 말지만, 코난군과 매들라인은 몇 시간 내내 낄낄거리고 즐거워 하면서 사이좋게 잘 놀았다.

게맛살과 오이를 넣고 아보카도는 겉에 붙인 간단 김밥
당근꽃고 상추로 장식한 유부초밥
코난군이 좋아하는 아보카도만 듬뿍 넣은 간단 김밥

오후에 할 일이 많은 주주는 아침 일찍 와서 놀다가 점심을 먹고 돌아갔고, 점심 무렵에 온 매들라인은 만두와 컵케익을 조금 먹고 놀다가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 저녁 메뉴는 코난군이 좋아하는 아보카도 김밥을 만들기로 했다. 코난군과 사이좋게 잘 노는 것이 예쁘기도 하고, 우리집과 우리 가족으로부터 좋은 인상을 받게 하고 싶기도 하고, 또 토요일에 내 자유시간이 많기도 해서 열심히 예쁘게 저녁 밥상을 차렸다.

내 솜씨 한도 내에서 가장 예쁘게 담으려고 노력했다 🙂
생강절임은 오아시스 마트에서 팔고, 김초밥은 와사비 간장에 찍어 먹어야 제 맛이다

우리집에 온 손님은 누구나 다 반갑고 귀하지만, 특히나 내 아이와 친하게 지내는 친구이니 그 성별이나 친구의 종류에 상관없이 잘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둘이서 다운타운에서 만났다면 기껏해야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사먹었겠지만, 우리집에서는 훨씬 더 특별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고 싶어서 상차림에도 힘을 주었다. 재즈 음악을 틀고 단둘이 앉아서 먹을 수 있게 하니 근사한 레스토랑 분위기가 났다.

두 사람만을 위한 상차림
이만하면 중학생의 데이트 치고는 근사하지 아니한가?!

나중에 코난군에게 들은 바로는, 식사를 하는 내내 매들라인은 음식의 모습과 맛에 감탄했다고 한다. 여친이 온다고하니 자기 방과 화장실을 깨끗이 청소하는 코난군을 보니, 매주 주말마다 매들라인이 우리집에 놀러 오면 좋겠다 ㅋㅋㅋ

2022년 3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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