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한중일의 젓가락을 비교한 글을 본 적이 있다. 세 나라 모두 젓가락을 사용해서 음식을 먹지만 그 젓가락의 재질, 크기, 모양은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그 글의 내용은 자세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여러 인종이 모여사는 미국에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각기 다른 종류의 젓가락을 (숟가락도 마찬가지) 사용해본 적이 있다. 내 손에는 일본식 나무 젓가락이 반찬을 집기 쉬워서 가장 편하다. 중국 젓가락은 위에서 아래부분 까지 두께가 똑같아서 음식을 집기가 무척 불편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 아이들도 쇠젓가락은 너무 가늘고 반면에 무게감이 있어서 사용이 조금 어렵고, 가벼운데다 약간의 두께 덕분에 음식을 쉽게 집을 수 있는 일본식 나무젓가락을 잘 사용한다. 남편은 언제나 한국식 쇠젓가락을 사용하기를 좋아한다.

나는 내가 음식을 먹을 때는 나무젓가락이 편하고 좋지만, 설거지를 할 때는 수세미로 쓱쓱 문질러도 흠집이 날 염려가 없고, 어떤 것이 묻어있어도 쉽게 지워지는 쇠젓가락이 좋다. 식기세척기에 넣고 씻어도 쇠젓가락은 그 강인함 덕분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반면, 나무 젓가락은 독한 세제와 강력한 물줄기 때문에 문양이 지워지거나, 뜨거운 열로 인해 휘어지는 일이 가끔 생긴다. 설거지 뿐만 아니라 요리를 할 때도 쇠젓가락이 아주 유용할 때가 있다.

며칠 전 어느날, 그 날은 내가 밤늦게 끝나는 회의가 있어서 아침에 미리 저녁 식사 준비를 해놓고 가기로 했다. 삼각김밥을 만들어서 아이들 도시락에도 넣어주고, 저녁에는 컵라면과 함께 먹으라고 말해두었다. 삼각김밥은 포장재를 뜯어내지 않으면 밥과 김이 만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두어도 김이 눅눅해지거나 밥에 김이 과하게 달라붙는 일이 없어서 좋다. 내가 주로 만들고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것은 참기름에 비빈 밥에다 오징어 진미채 무침을 넣은 것이다. 그런데 삼각김밥 틀에 밥을 숟가락으로 담으면 밥알이 숟가락에 붙어서 깔끔하게 떠지지가 않고, 진미채 무침도 물엿과 고추장 때문에 뭉쳐져서 골고루 밥위에 덮기가 힘들다. 그럴 때 쇠젓가락이 그 진가를 발휘한다. 가느다란 젓가락 한 짝이 무슨 위력이 있을까 싶지만, 밥을 골고루 펼쳐지게 만들고 진미채도 살살 펴져서 골고루 덮힌다.

나는 미팅에서 저녁으로 먹을 샌드위치를 주니까, 가족들이 먹을 저녁만 마련해두면 출근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아이들 도시락에도 샌드위치가 아닌 삼각김밥을 넣어주면 어쩐지 조금 더 정성이 들어간 음식을 싸준것 같아서 흐뭇하다. 둘리양을 학교 버스에 태워보내고 나도 바로 출근을 하는데, 이 날 아침에는 둘리양이 김밥 한 개를 먹고 등교했다. 평소에는 나처럼 둘리양도 아침에 입맛이 없어서 뭘 잘 먹지 않는다.

김밥 먹는 둘리양의 사진을 올린 김에, 요즘 이 아이의 근황을 전한다. 다음 주 목요일에는 초등학교에서 STEM (Scinece, Technology, Engineerting, Mathematics) 행사를 하는데, 학부모들이 자원해서 과학이나 기술 관련한 활동을 소개하고 전교생이 참가하는 행사이다. 아빠로부터 로봇 코딩을 배운 둘리양은 이 행사에서 아빠와 함께 로봇 코딩을 보여주기로 했다. 그러니까, 다른 아이들은 어른들이 보여주는 과학기술을 구경하고 배우는 입장이지만, 둘리양은 아빠와 함께 다른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이 되는 것이다.

이번 학기가 끝나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올라가는 둘리양은 요즘 중학교에 대해서 많이 배우고 있다. 지리적으로도 둘리양의 초등학교와 블랙스버그 중학교가 가까운 덕분인지, 중학교 교장 선생님이 초등학교를 방문해서 중학교 생활에 대해 이야기 해주기도 하고, 중학교의 밴드 선생님이 여러 가지 악기를 들고 와서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소리를 들려주며 소개한 다음 밴드부에 들어오라고 광고를 하기도 한다. 오늘 둘리양은 중학교 밴드부에 대해서 배웠는데, 자기도 밴드부에 가입해서 클라리넷을 배워보고 싶다고 한다. 중학교 수업 스케줄과 테니스 클리닉 스케줄, 그리고 밴드부 스케줄이 서로 겹치지 않을지 살펴보고 시간이 허락하면 밴드를 시켜볼 생각이다.

요즘도 둘리양은 늘 멋진 작품을 만들고, 그 과정을 사진이나 비디오로 직접 편집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있다. 인스타그램 로그인을 안한 상태에서도 그 포스팅이 보이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링크를 적어본다. https://www.instagram.com/p/Cn1wQBEDVei/ https://www.instagram.com/p/CnkoUIgJF43/ https://www.instagram.com/p/CniPkBapfYo/ 각 영상의 오른쪽 아랫부분의 스피커 모양 아이콘을 클릭해야 소리가 들린다.

마지막으로, 요즘 둘리양이 학교 미술 시간에 하고 있는 신발 프로젝트이다. 낡아서 안신는 신발을 미술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인데, 그냥 예쁘게만 꾸미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의미를 담은 작품을 만들어야 하나보다. 며칠 동안 궁리를 하더니 둘리양은 이렇게 만들겠노라 계획을 세웠다. 실제로 신발에 그림을 그려 넣기 전에 아이패드로 디자인을 했는데, 그 디자인 과정을 비디오로 찍어서 동영상을 만들었다. 참 손재주가 많은 아이이다 🙂 작품의 이름은 [5분만 더…] 이다.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서 알람은 울리지만 5분만 더 누워있고 싶다는 이야기가 프로젝트에 들어있다.

2023년 1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