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이 많이 사는 동네에서 봄방학이 되면 모두들 일로부터 한숨을 돌리게 된다. 한동안 못만나던 사람들과 연락도 주고받고, 시간이 허락하면 밥도 같이 먹고 그런다.
우리 학교 마케팅 학과에 한국인 여교수 Y선생은 아직 어린 아이를 키우면서 일하는 모습이 십여년 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고, 또 같은 고향 출신이어서 친하게 여기고 지낸다. 그런데 이번에 Y교수의 부모님이 한국에서 방문하러 오셔서 봄방학 동안에 우리 부부를 식사에 초대해 주셨다.
오랜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고 Y교수와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게 되니 기쁜 마음으로 갔는데, 한국음식이 가득한 집밥 한 상을 받았다. 여러 가지 음식 중에서도 시금치 나물, 두부 부침, 애호박 부침, 멸치 볶음, 간장을 얹어 싸먹는 김구이 같은 반찬은 정말로 오랜만에 먹게 되는 음식이었다. 한국에서는 밥과 국과 여러 가지 반찬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 일상이겠지만, 미국에서는 그런 한국 반찬을 만들려면 재료 조달도 쉽지 않고 만드는 손품이 많이 들어서 나같은 맞벌이 주부는 좀처럼 만들 엄두를 내지 못한다. 가족들이 잘 먹기라도 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만들어 먹겠지만, 남편도 아이들도 한그릇 음식에 이미 길들여진데다 한국 반찬을 나만큼 좋아하지 않는다. 나혼자 맛있게 먹자고 그 손 많이 가는 반찬을 안만들게 되는데, Y교수 부모님 덕분에 아주 잘 얻어 먹었다.
그 다음으로는 코난군과 같이 아트 레슨도 받고 로아녹 청소년 오케스트라도 같이 하는 줄리아네 엄마가 나와 아트 선생님을 초대해 주었다. 줄리아 엄마는 교회 모임으로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식사대접을 자주 오래 해와서 그런지 음식을 담는 모양새부터가 남다르다.
원래는 카페에서 만나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고 놀자고 했으나 줄리아 엄마가 집으로 부르면서 식사 준비까지 다 해두었다. 옥수수 크림 숩과 마카로니 요리를 사진을 안찍고 못배길 정도로 예쁘게 차려주어서 맛있게 먹었는데, 후식은 더욱 예쁘고 다양한 것으로 대접 받았다.
치즈케익과 찐빵도 직접 만들어서 내놓으니, 이미 식사를 마쳤지만 이야기를 나누면서 계속 손이 갔다 ㅎㅎㅎ 아트 선생님과 줄리아 엄마는 동갑이고 나는 그들보다 한 살 많은 비슷한 또래라서 이야기가 잘 통하고 즐거웠다.
2024년 3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