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우리 학교에 비지팅 스칼러로 오신 한명숙 선생님과 함께 책을 썼다. 공주교육대 국어교육과 교수이신 한명숙 선생님은 우리 아이들을 예뻐해 주신데다 한국어 수업을 일 년 내내 매주 해주시기도 했다. 그 때의 한국어 수업 활동을 모아서 책으로 내자고 뜻을 모았는데 코로나19 탓도 있고, 각자 바쁘게 살다보니 이제서야 책이 출판되었다.
원래 시작은 (혹은 내가 혼자 생각했던 규모는) 한국어 수업 활동 모음집 정도였는데, 한명숙 선생님의 식견과 방대한 이론적 배경이 자꾸만 늘어나서 무려 400페이지가 훌쩍 넘어가는 책이 되었다.

이론적 배경 부분을 한명숙 선생님이 주도해서 쓰시는 동안 나는 미국에서 구할 수 있는 원서를 읽으며 따라잡기 바빴다.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인류학이나 들뢰즈의 다양성 철학 같은 개념을 한명숙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마도 절대 알지 못했을 것 같다.
국어과 교수 답게 한명숙 선생님의 문체는 무척이나 시적인데, 심지어 각 장의 첫 머리에 유명한 시를 한 편씩 넣자고 제안하시기까지 했다. 띄어쓰기나 맞춤법은 미국생활 20년이 넘어가는 나에게 가물가물하기만 한데, 선생님의 시적 표현이 담긴 문장은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는지 아리송하기도 했다.
출판사 측에서는 페이지 수를 좀 줄여보자고 제의했었는데 (그러면 책이 더 잘 팔릴 것 같다는 이유로), 오히려 한명숙 선생님이 한 번씩 리비전을 할 때 마다 새로운 내용이 더 추가되어갔다 ㅎㅎㅎ
사실상 한명숙 선생님이 이 책을 다 쓰셨고, 나는 마지막 챕터의 내용을 쓰는데에 주력했는데, 실은 그것도 한명숙 선생님의 윤문으로 완성된 것이어서 내가 혼자 썼다고 볼 수 없다. 마지막 챕터 이후 에필로그 부분은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달리 비교적 가벼운 에세이 같은 느낌이 든다. 내가 미국 유학을 나와서 가족을 이루고 아이들을 키우며 생각했던 것을 쓴 것이어서 그렇다.

이 책은 온라인 서점에서 2만5천원으로 가격이 책정되어 어제부터 팔기 시작했다. 교보문고 사이트에서는 10퍼센트 할인 가격으로 판다고 나온다. 한 권이 팔리면 저자에게 오는 인세가 10퍼센트인데, 그걸 한명숙 선생님과 반반씩 나누어도 천원 남짓이고, 실제 책을 쓰는데에 들어간 노력을 따져보자면 내가 받을 수 있는 돈은 몇 백원이 안될 것 같다. 흥미로운 교양서적이 아니고 전문 학술 서적이어서 백 권이나 팔릴까 싶다. 그래도 노력의 결과가 이렇게 번듯한 모습으로 만들어지니 기분이 좋다.
2024년 4월 3일
안녕하세요? 책 내용이 궁금해서 읽어 보고 짧게 독후감도 썼는데, 이왕 쓴 거 저자 분도 읽어보시면 어떨까 하여 링크 남깁니다. 개인 노트 사이트라서 다른 분들까지 읽어보시는 것은 부끄러우니 이 댓글은 확인하시고 삭제 부탁드리겠습니다 ㅎㅎ..
책을 읽어주신 것만 해도 감사한데 독후감까지 쓰고 나눠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링크는 삭제했습니다.
아직 대학생이신 듯 한데 글을 쓰시는 재주가 뛰어나십니다.
말씀하신 오타나 오류는 출판사에 이메일로 알려주신다면 다음 쇄에서 (다음 쇄를 찍을 만큼 많이 팔릴지는 모르겠지만요 ㅎㅎㅎ) 수정할 것입니다.
부족한 글이 많은 블로그이지만 계속해서 찾아 주시고 댓글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아직 글솜씨가 많이 부족하지만 소년공원님 같은 훌륭한 분들의 글을 틈틈이 자주 읽어서 글이 읽히게 쓸 수 있는 것 같네요…ㅎㅎ 각 활동을 하면서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상상하면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타국에서 열심히 일하시며 아이들 키우시는 소년공원님의 에너지가 느껴지기도 했구요.. 좋은 책 감사합니다.
젊은 대학생 독자와 소통하니 참 기쁘고 즐거워요.
그동안 제 블로그에 댓글을 많이 달아주셨더라구요.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