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가 되어서 첫 한 주일을 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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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금요일 밤, 비라기 보다는 안개가 온세상 가득 내려앉은 가운데 라디오에서는 잔잔한 재즈 음악이 흐르고 있는… 조용하고도 평온한 밤입니다.

지난 월요일 아침에 4학년 학생들의 교생실습 미팅을 시작으로, 화요일은 강의 두 번, 수요일은 목요일 강의 준비, 목요일은 아침, 낮, 저녁 세 번의 강의를 밥도 제대로 못먹고 했더랬습니다. 이번 학기의 첫 주인데다가, 3학년 학생들은 전공에 들어온 첫 학기이다보니 이번 학기의 전반적인 강의 안내뿐만 아니라 내년과 내후년의 대략적인 안내까지 해주느라, 준비할 것도 많고 정신없이 바빴습니다.

오늘 역시 자동차 등록과 새 번호판을 받기 위해서 동분서주하고, 동료교수인 캐티의 집에서 점심식사를 함께 하느라 하루가 훌쩍 지나가버렸네요.

어제 저녁까지는 몸은 피곤해도 무사히 첫 한 주의 일을 마쳤다는 뿌듯함에 기분이 좋았는데, 오늘은 두 번이나 다시 찾아간 자동차 등록사무소에서 결국은 허탕을 치고 돌아와야 했고, 그 때문에 캐티의 점심 초대에 지각을 하고, 원래 계획했던 일들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약간은 기분이 가라앉은 상태입니다.

아니, 사실은 자동차 등록은 다음 주말에 다시 하면 되고, 토요일과 일요일에 열심히 일하면 다음 주 강의 준비도 무사히 마칠 수 있을테니, 아무 문제가 없지요.

그런데 저를 가라앉게 만드는 것은, 오늘 캐티로부터 들은 불우한 학생들의 이야기와, 나는 언제쯤이면 캐티나 섀런처럼 카리스마 넘치고 학생들과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교수가 될 수 있으려나 하는 막막함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대부분 집이 가난한데, 그 중의 몇 명은 학습장애를 가지고 있고, 그래서 노트필기나 시험시간 연장 같은 부가적인 도움이 필요한데, 그 서비스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진단서가 필요하지만, 그 진단서를 발급받는 비용이 너무 비싸서 그냥 포기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캐티는 학습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강의 내용 노트를 모든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시험 시간도 넉넉히 준다고 했습니다.

어제 유아특수교육 수업에서 장애는 남보다 열등한 것이 아닌, 남들과 조금 다른 신체기능을 가진 것이라고 가르쳤는데, 현실은 그보다 비정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돈있는 장애인은 보통 사람들과 나란히 어깨를 겨룰 수 있도록 온갖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지만, 가난한 장애인은 그렇지 못한 현실… 차라리 사람들의 편견때문에 재산 정도와 상관없이 집단적으로 차별받는 한국의 장애인이 덜 비참할 것 같습니다.

두 번째 나를 주눅들게 하는 이야기…
캐티와 섀런은 미국인입니다. 그리고 미국 초등학교와 대학교에서 몇 년씩 가르친 경험이 있습니다. 저는 한국인이고, 한국 유치원에서 몇 년, 미국 대학교에서 몇 년 가르친 경험이 있지요. 영어는 중학생 시절부터 배웠다고는 하지만, 본격적으로 영어를 사용한 것은 스물 아홉살, 미국 유학와서부터 지금까지 6년이 채 안되지요.

그런 저와, 제가 가르치는 스무살 먹은 미국 산골의 여대생… 그 사이의 문화적 간격은 그 얼마나 큰 것일런지요… 게다가 간혹 내 말을 못알아 듣거나, 내가 잘못 알아듣는 말… 캐티와 섀런은 이런 일이 죽었다 깨어나도 생기지 않겠지요…

하지만 우리 셋은 비슷한 시기에 임용된 “동료” 교수이고 비슷한 일을 함께 하는 “동료” 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제가 죽자살자 노력해서 그들과 같은 수준으로 일을 해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지요. 왜냐하면 우린 비슷한 액수의 월급을 받고, 주위로부터 비슷한 기대를 받고 있으며, 우리에 대한 평가도 공정한 잣대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글이 축축 늘어나는 느낌도 좀 바꿔볼 겸, 기분전환도 될 겸, 다음 글에서는 그래도 희망적인 이야기를 써보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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