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도 제 ㅅ ㅐ ㄲ ㅣ 털은 함함하단다
눈에 넣어도 안아플 내 ㅅ ㅐ ㄲ ㅣ
이런 말들이 정말 맞는 말일까?
우리 엄마는 자식에 대한 사랑이 유별나신 분이다. 아빠와 40년 가까이 살면서 가장 – 그리고 어떨 땐 유일하게 – 감사한 일 하나가 바로 우리들을 낳게 해주신 거라고 말씀하실 정도이다.
내가 갓난쟁이였을 때, 밤이면 밤마다 안자고 울어서 좁은 단칸 셋방에서 나를 업고 달래셨다고 한다.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 아빠가 잠을 설칠까봐, 그리고 주인집 아줌마가 나를 미워할까봐, 잠시라도 나를 내려놓고 울릴 수가 없으셨다고 한다.
새벽 네 시 통금해제를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울리면 야호! 하는 심정으로 아직도 안자는 나를 들쳐업고 골목길로 나가셨다고 한다. 손바닥만한 방안에 비하면 골목길은 나를 업고 얼르기에 넓고 자유로왔기 때문에.
먼동이 터오면 그제서야 나는 잠이 들었고, 엄마는 아빠의 출근 시중을 비롯해 기저귀 빨래며 집안일을 하느라 쉴 틈이 없으셨다고 한다. 그렇게 몇 달을 고생한 탓에 건강이 나빠졌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미웠던 적은 한 번도 없으셨다고 한다.
어디 그뿐이랴.
어릴 적 별명이 “광대”였던 나는 웬만한 남자아이들 못지않게 유별나고 부산스러워서 냄비뚜껑으로 심벌즈 연주하기, 유리그릇 깨기, 가구에 이빨자국 내기 등등의 다양한 말썽을 부려서 없는 형편에 요모조모 마련한 엄마의 신혼 살림살이를 다 말아먹었다고도 한다.
유치원 등교길에 뽀얗던 양말과 블라우스는 하교길엔 흙범벅 갈색으로 변하고, 석양에 부는 바람에 찢어진 블라우스 레이스는 그렇게도 펄럭였다고 한다.
자라면서 남의집 아이들 하는 말썽은 나도 내 동생들도 다 한 번쯤은 부렸을테니, 내가 굳이 기억하진 못해도 우리 엄마의 몸고생 마음고생은 남의집 엄마들 못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엄마는 말씀하시길 오늘날까지 단 한 번도 우리가 미운 적이 없었다고 하시니…
나는 내심 그것이 엄마의 선택적 기억상실증 (좋은 것만 골라서 기억하고 괴로운 일은 일부러 잊어버리려는 것), 혹은 심하게 비정상적으로 강한 모성애 때문일 것이라 믿었다.
이제 임신 6개월째…
박사공부 하면서 이론적으로 배운 것과, 유치원 교사하면서 직접 겪고 배운 것, 그리고 주변 친한 사람들로 부터 보고 들은 것들을 종합하여 부모가 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신생아는 백일이 될 때까지는 뇌기능이 안정화되지 않아서 밤낮의 구분이 없이 오랜 시간동안 잘 수가 없고, 소화능력도 덜 발달해서 매 두 시간 간격으로 젖을 먹여야 한다든지…
첫 돌이 지나면 걸음마를 시작하면서 아이의 행동반경이 확 넓어지는 통에 안전사고에 더 유의해야 한다든지…
두 살 무렵부터는 자아개념이 형성되면서 유난히 고집을 피우고 떼부리는 일이 잦아지는데, 그건 발달 단계상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라든지…
생각해보면 아이 하나를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내 삶을 뿌리째 흔드는 큰 사건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 급격한 변화 – 대체로 긍정적이기 보다는 정신없고 부정적이기가 쉬운 변화 – 에도 불구하고 내 ㅅ ㅐ ㄲ ㅣ가 하는 짓은 그냥 이쁘기만 하다는데, 그게 사실인지 정말 궁금하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 엄마의 자식사랑이 비정상적인 수준일 거라 생각했었지만, 친구나 주변 사람들 말에 의하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게 당연한 거라고 한다.
잠을 푹 자지 못하면 다음날 피곤해서 정신을 못차리는 내가…
예민해서 작은 소리에도 잠을 뒤척이는 남편이…
맞벌이로 분주한 우리가…
한주먹 거리도 안되는 애기때문에 잠도 못자고, 밥도 제대로 못먹고, 고상한 취미생활은 커녕 화장실도 마음놓고 못가는 날이 곧 올텐데…
그래도 우리 아이가 마냥 이쁘기만 할까…?
부모가 되기로 결심하고 아이를 만들었으니 의무와 책임감으로 노력이야 하겠지만, 똥기저귀 냄새가 향수처럼, 울음소리가 클래식 음악처럼, 그렇게 느껴진다는 것은…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는다.
아마도 인류의 종족 보존을 위한 컨스피러시가 아닐까…?
보영아, 엄마될 준비 단단히 하고 있구나….너처럼 이론적으로, 임상적?으로, 듣고본바로 훌륭하게 준비되었던 사람을 본적이 없다..ㅎㅎㅎㅎ
이제 그야말로 실전만 남았구나…
이제 진짜 인생을 살게 될 것이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