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쇠고기의 본고장 미국에 살면서, 깨름직한 생각을 애써 떨치며, 또한 쇠고기 구입을 자제하고 있지만, 요즘 한국에서 일어나는 촛불 시위를 인터넷 신문으로 보고 있노라면, 미국에 살아서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든다.
아는 사람은 알듯이, 영민이 아빠는 386 세대 구성원으로서, 80년대 대학 생활을 최루탄 화염병과 함께 보낸 사람이다. 그러나 “운동권” 혹은 “민주 투사”라 불릴 만큼 열심히 민주화 운동을 남보다 많이 한 것은 아니고, 그저 그 시절 대학생이면 누구나 하는 정도보다 쬐금 더 열성적인 열혈청년이 아니었던가 짐작한다.
지금도 불의나 사회적 부조리를 용서하지 못하는 성품은 여전하여, 조중동과 삼성을 무척 미워하고, 개독교 환자와 이메가바이트를 아주 싫어한다.
그러니, 2008년 이 시점에 우리 가족이 한국에 살고 있었다면, 영민이 아빠는 광화문에 촛불 들고 나갈 사람, 그 중에서도 영 순위인 것이 뻔하다.
어쩌면 퇴근길에 집으로 전화를 해서 나보러 영민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와서 광화문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잡을지도 모른다.
촛불집회가 길어지고 어둠이 짙어가면 아마도 영민이와 나를 집으로 돌려보내고, 신발끈 단단히 묶은 후에 전경과 맞서는 시위대 선봉에서 스크럼을 짜고 목이 쉬도록 구호를 외치거나 노래를 부를 것이고, 그러다 물대포도 맞고, 몸싸움에 옷이 튿어지거나 상처가 나기도 할 것이며, 십중 팔구는 경찰에게 연행될 것이다.
그러면 나는 받지도 않을 핸드폰을 계속 연결해 보다가, 인터넷으로 시시각각 올라오는 상황을 살피다가, 종로경찰서, 또 어디메 경찰서로 영민 아빠의 행방과 안전을 수소문 하느라 온밤을 꼴딱 새워야 하리라.
다음날 아침이면 남편 직장에 전화해서 여차저차하여 오늘 결근할 것이라 알려줘야지, 걱정하는 가족친지들에게 소식 업데이트 해야지… 아휴… 생각만 해도 아주 골치가 지끈지끈하고 괴로운 일이다.
태평양 건너편에서 마음으로 시위대에 응원을 보내는 현실이 무척이나 감사하다… 라고 말하면 난 너무 이기적인 사람일까?
오마이뉴스에서 퍼온 사진
우리가 한국에 살았다면 영민아빠가 저 속에 있을 것임은 불문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