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7

82Cook 교육 상담: 내아이와 친구가 싸울때 엄마로써 어떻게 중재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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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공원님 말씀 매우 감사합니다..
저도 6살 아들 키우면서 님 말씀대로.. 아이에게 무조건 ‘미안해~’를 하도록 시키는건.. 
좋은 교육이 아닌것 같다..는 것에 매우 동감합니다.

유치원 끝나고.. 동네 놀이터에서 친구 몇몇과 남아 자주 노는 편인데..
아이들이 잼나게 잘 놀다가도 종종 싸우거나 의도하지 않게 다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주변 벤치에서 엄마들이 앉아 지켜보고 있긴 하지만.. 
가끔은 엄마들끼리 이야기하다 전후사정을 못보는 경우도 있고.. 또 본다고 하더라도.. 주변에서 보는것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게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차근히 들어보기 보단.. 
서로 엄마들이 ‘빨리 미안하다고 해, 너는 괜찮아~ 해야지..’ 합니다..
대게는 큰 일은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은 ‘미안해,괜찮아’ 하곤 뒤돌아 다시 잘 놀긴합니다.

그런데 소년공원님 말씀대로 가끔은 ‘미안해’하는 아이도 억울해 할때가 있고, 
‘괜찮아’하면서도 전혀 안괜찮을때도 있습니다. 
또 쉽게 미안해..라는 말과 함께 아이는 자신의 잘못에 면죄부를 받은것 같이 행동할때도 있습니다.
(정확히 무얼 잘못했는지도 모르면서 미안해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것 같아요)

소년공원님 경우처럼 옆에 있는 어른이 선생님 이거나 싸운 두 아이가 모두 내 아이의 경우에는
아이들을 불러놓고 천천히 객관적이고 독립적으로 전후사정을 듣고 ‘아유오케이’를 시킬 수 있겠지만..
상대 엄마도 옆에 있는데.. 싸운 아이들의 이야기를 객관적이고 독립적으로 듣기가 어렵더라고요.
한국정서상 그런건지.. 주로 내 아이에게 빨리 사과하도록 시키게 되는것 같습니다.

그리고..전 주로 아이들이 싸우거나 다투면.. 심하지 않은 경우엔 거기에 잘 안끼어들려고 하고요..
(왠만한 경우 지켜보곤 있지만.. 그냥 방관하는 편이죠..)
애들싸움이 어른싸움 된다는.. 말이 있기도 하고.. 그냥 왠만한건 아이들끼리 푸는것도 필요한것 같아서요..

궁금한건.. 만약 상대 엄마도 있는 상황에서 서로 좀 심하게 다투거나 한쪽이 다치는 경우..에도..
두 아이를 불러놓고 일단 아이들의 이야기를 천천히 들어보고 아유오케이?.. 시키는게 좋을까요?

상대엄마가 있으면.. 그리고 한쪽이 내 아이인 경우..그렇게 잘 안되던데.. 그런 경우엔
몬가 두 아이의 다툼을 중재할만한 또다른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

에고..간단히 쓰려고 했는데..여전히 횡설수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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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의 답글


약 한 달 전에 물처럼 님께서 저를 지목하셔서 아이 훈육에 관한 질문글을 올려주셨는데, 제가 봄학기 종강과, 바로 이어지는 여름 학기 강의때문에 너무나 바빠서 이제야 그 답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사실, 꼭 시간을 내려면 얼마든지 답글을 달 수 있었겠지만, 제가 나름 유아교육 전문가 라는 말을 들을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보니, 아무래도 조심스러워서 한 번 더 자료를 찾아보고, 공부를 더 하고, 글도 조금 더 다듬고,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후딱 화딱 글이 써지지가 않더라구요. 

암튼 오래 기다려주신 물처럼 님과 다른 여러분들께 감사드리며 본격적인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여러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연령의 어린이는 도덕적 판단을 할 때, 규칙을 이해하고 기억해서 따르거나, 자기 스스로의 양심을 따르는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해요.
다만, 규칙을 어겼을 때 뒤따를 처벌이 무서워서 말을 잘 듣는 경우이거나, 아니면 말 잘 듣는 착한 어린이로 지내면 따라오는 달콤한 상 – 장난감 선물 같은 유형의 상이거나, 아이~ 착하다~ 하는 칭찬을 듣는 무형의 상이든 간에 – 을 즐기고픈 마음에 규칙을 지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랍니다.
사실, 어른들 중에도 이렇게 낮은 수준의 도덕성 발달 단계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제법 있지요. 남들이 안볼 때 몰래 쓰레기를 지정되지 않은 장소에 버린다든지 하는 행동이 이런 낮은 도덕성 단계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을 그냥 그대로 놔두고, ‘저 나이에는 원래 다 그런대. 학자들이 연구한 결과가 그렇다네?’ 하고 지켜보기만 해야할까요?

절대 아니죠! 
또다른 많은 연구결과를 보면, 아무리 어린 나이의 어린이라도 올바른 지도가 있으면 높은 수준의 도덕성 단계로 상향 발달할 수가 있다고 해요. 다시 말하자면, 우리 엄마들이 반드시 아이들의 행동지도 – 훈육- 에 힘써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미 많은 어머님들이 –특히 82쿡에 오시는 개념찬 분들이요 – 아이의 잘잘못을 가려서 꾸짖을 때 꾸짖고 칭찬해야할 때 칭찬하고, 그렇게 잘 하고들 계시지요. 그런데 물처럼님께서 고민하시는 것처럼, 내 아이와 남의집 아이가 다툼이 있을 때, 게다가 그 아이의 엄마가 그 갈등 상황에 전혀 개입하지 않거나, 나와는 아주 다른 방법으로 대처할 경우에는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까요?

물처럼님께서 지금 하시고 계신 방법이 가장 좋습니다.
일단은 아이들끼리 해결하도록 지켜보기만 하고 개입을 자제하는 것이지요. 다만,  아이들이 다치거나 너무 심한 싸움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열심히 지켜보아야 하겠지요.  그리고 동시에 저쪽 엄마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도 파악하세요.

여기서부터 몇 가지 경우의 수가 나옵니다.

1. 나는 조금 더 기다리며 주시하고 있는데 저쪽 엄마가 심하게 먼저 나서며 자기 아이 편만 들고, 내 아이를 부당하게 꾸짖는 경우 →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 되기가 아주 쉬운 경우이겠죠.


2. 저쪽 엄마는 아이가 무슨 행동을 하든 신경쓰지 않고 내버려두는 경우 → 이런 경우에 내가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섣불리 중재를 하려다가 핀잔이나 볼멘소리를 듣고, 그래서 어른 싸움으로 발전할 확률이 제법 있습니다.


3.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쪽 엄마도 나처럼 이걸 어째야하나 망설이는 모습이 보이면서, 자기 아이를 제대로 훈육하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경우 → 내 아이 남의 아이를 떠나서 잘잘못을 가리고 사과하고 화해시키려는 바람직한 경우이지요.

일단 마지막 3번의 경우에는 양쪽의 엄마 (혹은 보호자) 가 동시에 두 아이를 세워놓고 어떻게해서 다툼이 일어났는지 물어보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면 되니 별로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결코 잊어서는 안되는 원칙이 있어요.
팔이 안으로 굽는다거나, 반대로 안으로 굽히는 팔을 바깥쪽으로 억지로 펼쳐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에 대한 미안한 마음때문에, 원인과 결과를 제대로 파악하는 단계를 스킵해버리고, 내 아이에게 빨리 먼저 사과하라고 강요하면 안되어요. 상대방 아이에게도 마찬가지이구요.

우리는 갈등상황이나 문제상황에 부딪히면 어떡하든 그것을 빨리 없애버리려하는 성향이 있어요. “빨리” 해결하려다보면 “엉터리로” 결말이 나기가 쉽답니다.

꼭 기억하세요.
지금 이 문제상황을 어떻게 해결하고 넘어가느냐 하는 것이 바로 댁의 아이의 인성과 도덕성 교육입니다. 

위에 말씀드렸던 도덕성 발달 단계를 한 단계 위로 끌어올리려면, 아이가 자신이 초래한 일의 결과를 제대로 알아야 하고, 상대방은 그 상황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는지를 반드시 배워야해요.
당장 엄마의 꾸지람이 무서워서 억지로 사과를 하거나 화해를 받아들인다면, 아무런 발전이 없습니다. 누가 어떤 행동을 먼저 시작했고, 그로 인해 어떤 후속 상황이 진행되었고, 거기서 나와 상대방은 어떤 결과를 얻게 되었는지를 깨달아야만 다음번에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성숙하게 대처할 수 있어요.

그런데… 내 아이만 감싸고도는 1번 엄마나 (편의상 엄마라고 지칭하지만 할머니나 아빠, 등등 다른 보호자도 통칭하는 거라고 정해요 우리 ^__^) 도대체 아이 훈육에 관심이 없는 2번 엄마… 참 쉽지 않은 상황이지요?
아마도 그들 자신이 낮은 도덕성 발달 단계에 머물러있기 때문일거예요. 그게 아니라면 트라우마나 우울증 등으로 마음에 병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구요.

그런 엄마를 둔 그 집 아이의 도덕성과 사회성 발달이 걱정되고 안쓰럽긴 하지만, 그건 나중 문제이고, 일단은 내 아이를 잘 가르쳐야 합니다.
내 아이가 부당하게 야단을 맞고 있다면, 나는 내 아이의 권익을 보호해줄 의무가 있는 사람이라는 걸 기억하세요. 무지막지한 1번 엄마와 삿대질로 맞서 싸우라는 뜻이 아닙니다. 
딱 봐서 말이 안통할 사람이다 싶으면 아이를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나세요. 조용한 곳으로 가서 아이도 엄마도 진정한 다음에 아이에게 찬찬히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세요. 아이가 주눅들지 않도록 엄마가 감정을 최대한 자제해야 하는 것도 잊지 마시구요. 
내 아이가 잘한 점, 잘못한 점, 그 아이가 잘한 것과 잘못한 것을 찬찬히 나열해보세요. 그리고 다음에 그런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아이와 함께 의논해보시구요.
아이 앞에서 1번 엄마의 흉을 굳이 볼 필요는 없지만, 어른이라도 때로는 잘못된 판단과 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설명해주어서, 아이의 자존감을 세워주는 것은 빠트리지 말아야 합니다. 


소귀에 경읽기 타입의 2번 엄마… 소 귀에 경을 읽어주세요. 운이 좋으면 소가 성불할 수도 있고, 경을 읽는 내 마음은 최소한 편안해질테니까요.
왜, 아이에게 공손하게 인사하는 법을 가르칠 때, 엄마가 일부러 과장해서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하곤 하지요? 그것과 같다 생각하시고, 2번 엄마앞에서 시범을 보인다는 생각으로 두 아이를 세워놓고 가능한한 짧게 경위(?)를 조사하고 수사(?)를 마무리하세요. 그 과정에서 2번 엄마가 빈정상하게 하는 언행을 하더라도 무시하시고, 또한 나자신의 말투나 태도도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도록 조심하셔야 해요.  
그렇게 쌍방의 경위를 묻고 ‘아유 오케이?’를 묻는 절차를 얼른 마치고나면 – 그 때 까지 2번 엄마와 불미스런 일도 생기지 않았다면 – 아이를 다시 놀게 하세요. 절대로 2번 엄마에게 눈총을 쏘거나 빈정대는 표정을 짓지 마시구요. 내 아이에게 성숙한 인격의 소유자가 갈등을 우아하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시는 겁니다.
운이 좋다면 2번 엄마가 뭔가 느끼고 배우는 것이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내 아이가 다시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뭔가 다른 대처를 해 볼 기회가 생길 것입니다.

아이들이 싸우고 다치는 것은 정말로 짧은 한 순간에 벌어지는 일이니, 내 아이가 다른 집 아이들과 놀 때는 한시라도 지켜보는 것을 소홀히 하시면 안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리면서, 오늘 글은 마무리할까 합니다.


2011년 6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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