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강의는 다 끝나고 오늘부터 일주일간 학기말 시험 기간이다.
내 강의는 따로 시험은 없고, 대신에 이번 주 안으로 학기말 과제물을 제출하게 되어있다. 그리고 그 채점을 마치면 겨울방학이 시작된다.
강의준비가 따로 없이 채점할 준비만 하고 출근하면 되는 날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도시락도 챙겨서 출근을 했다.
삼단도시락… ㅋㅋㅋ
도시락 메뉴는 내가 먹고싶은 음식….
이었으면 좋겠지만, 반드시 빠른 시일내에 먹어서 없애야 하는 음식, 혹은 안팔리고 남은 음식이다.
단팥죽
작년에 동생이 붕어빵 기계를 한국에서 사가지고 왔을 때 단팥 통조림을 많이 사두었는데, 이게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서 얼른 먹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붕어빵을 구우면 팥을 생각보다 많이 소비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한겨울에 팥빙수를 해먹고싶지도 않고…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단팥죽이다. 찬장에 남아있던 호두를 깨서 넣고, 김장하고 남은 찹쌀가루로 새알심을 만들어서, 단팥을 푸드프로세서로 곱게 갈아 물을 조금 더 넣고 끓였더니, 이만하면 먹을만한 맛이다.
그러나 코난아범은 동지팥죽의 맛을 생각했던 모양인지, 너무 달다며 조금만 먹고 말았다. 내 입맛과 기억으로는 이 정도면 한국 제과점이나 음식점에서 파는 단팥죽과 비슷한 당도인데…
암튼, 도시락으로 한 공기 싸오고, 집에 국그릇으로 한 그릇 남겨두었으니 오늘이나 내일 까지는 다 먹을 수 있겠다.
단팥죽을 먹으면서 드는 생각이, 찹쌀떡의 안팎이 바뀐 음식같다. 찰떡 안에 단팥소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단팥 국물에 찰떡이 퐁당퐁당 빠진 음식인 것이다.
군고구마
이 군고구마는 어제 일요일 아침에 차마시러 온 주교수님을 접대하기 위해 오븐에 구운 것이다. 많이 달지는 않지만 섬유소가 풍부해서 가끔 변비에 걸리는 나에게는 정기적으로 먹어주어야만 하는 음식이다. 맛보다는 효능 때문에 먹는 것이라, 고구마 껍질도 굽기 전에 깨끗하세 씻어서 벗겨내지 않고 다 먹는다.
감자크로켓
월요일인 오늘은 코난군네 어린이집에서 호두까기 인형 발레를 보러가는 날이다. 그래서 도시락을 싸주어야 하는데, 무엇을 만들어줄까 고민하다가 각종 야채와 쏘세지를 잘게 넣고 감자크로켓을 만들어보았다. 일요일 저녁에 먼저 시식을 해보게 했는데, 삼십 분 가까이 서서 썰고 반죽하고 튀기고 한 정성이 무색하게도, 코난군은 한 입만 먹고 말았다.
에잇~ 홧김에 손바닥 만한 크기로 왕창 만들어버렸더니 두 개가 되었다. (원래는 한입 크기로 만들었음) 한 개는 코난군 도시락에 먹든 말든 넣었고, 나머니 한 개는 내 도시락에 넣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 점심에도 코난군은 감자크로켓을 거의 먹지 않았고, 견학에 따라간 코난아범이 대신 먹었다고 한다.
이래저래 먹어없애야만 하는 음식은 도시락이 제격이다.
이건 마치, 하기싫은 단조로운 일은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에 해치우는 것과 같은 격이다.
그런데… 한 끼에 다 먹기에는 조금 많은 양이었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는 매운 떡볶이나 김치비빔국수를 먹고싶다… 간절히…
2011년 12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