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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된장찌개, 나물무침, 고기 양념, 등등 한국 음식을 만들 때 빠지지 않고 거의 항상 넣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마늘이다. 옛날 가사시간에 배운 것을 돌이켜보면, 알리신 산이 들어있어 독특하고 강한 향이 나는데, 그것이 건강에 좋다고 했던 것 같다. 한국 사람들만 조류독감에 잘 안걸리는 것도 김치에 들어간 마늘 덕분이라는 설도 있고… 하지만 그 강한 향이 체취나 구취로 남아있어서 나처럼 외국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한 번 더 주의를 기울이기도 하는 것이 마늘이다.

히읗 시장에 가면 1파운드 (=450 그램) 씩 유리병에 갈아놓은 마늘을 파는데, 한 병 사두면 몇 달을 두고 먹기 때문에 일 년에 서너번 히읗 시장에 갈 때 마다 한 병씩 사오곤 했다. 그런데 지난 번 김장을 하면서 들렀던 그랜드마트 에는 갈아놓은 마늘이 없어서 깐 마늘을 사다가 집에 있는 푸드 프로세서로 갈아서 김장 양념도 만들고 남은 것은 다른 음식을 만들 때 넣었다. 헌데… 히읗 시장에서 팔던 간 마늘과 달리 물기가 별로 없고 마늘 향이 훨씬 강한 것이 아닌가. 그러고보니, 예전에 한국 방송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에서 대형 마트에서 파는 간 마늘이 사실은 순수한 마늘이 아니라 값이 싼 양파를 섞어서 갈아 만든 것이라는 보도를 본 기억이 났다.

그러면 그렇지.

살면서 느끼는 것 중에 하나가, 조금만 더 편하고자 꾀를 쓰면, 그 당장에는 좋은 것 같아도 언제 어디선가 반드시 그 댓가를 치루게 된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댓가가 잠시 잠깐의 편리함보다 훨씬 더 커서, 결국은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폐질환이 그렇고, 인스탄트 음식을 먹는 것이 그 좋은 예이다. 그리고 갈아놓은 마늘을 사먹는 것과 생마늘을 사다가 까서 갈아 쓰는 것의 차이도 그러하다.

황금같은 방학을 맞이해서 마늘을 갈기로 했다.

미국 마켓에 가면 이렇게 통마늘을 파는데 열 개에 6 달러 정도 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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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로 다운받은 한국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마늘을 까니, 지루하지도 않고 시간이 아깝지도 않았다. 도랑치고 가재잡고, 마당쓸고 돈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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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장만한 푸드프로세서로 몇 분간 갈아주었더니 금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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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갈아서 유리병에 담으니 꼭 한 병이 나온다. 통마늘 값에다가 푸드프로세서 감가상각비, 설겆이 등에 들어간 내 노동력을 생각하면 그닥 돈이 절약되지는 않았으나, 보다 맛있는 마늘을 먹을 수 있고, 얄팍한 상술에 희롱당하지 않았다는 기쁨이 있으므로 보람된 일이다.

아참, 가사 시간에 배운 기억으로, 마늘의 갈변을 막기 위해서 마늘을 갈 때 설탕도 조금 넣어주었다. 이제 앞으로 몇 달 동안은 제대로 된 마늘향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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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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