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민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워싱턴 디씨 근교, 북버지니아 페어팩스의 한인 마켓으로 한국음식거리 장을 보러 다녔다. 그러나 이제는 데리고 다닐 아이가 둘이 되었고, 그 아이들을 데리고 왕복 열 시간을 쓰는 것이란 너무 힘든 일이다.
그래서 노스케롤라이나에 있는 한인마켓을 찾아보았는데, 우리집에서 세 시간이 채 안되는 샬롯 이라는 도시에 있는 그랜드마트 와 두 시간 이십 분 거리에 있는 그린스보로 라는 도시에 있는 그랜드마트 두 군데를 가보았다. 두 곳 모두 페어팩스의 에이치 마트에 비하면 작은 규모에 물건도 덜 다양했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쉬엄쉬엄 운전해서 가도 편도 세 시간 밖에 안걸리는 거리에다, 식사를 할 수 있는 한국 음식점이 마트 안에 함께 있거나, 마트가 있는 쇼핑몰 안에 가까이 있고, 주말 교통체증 같은 것이 없는 작은 도시라서, 페어팩스보다는 자주 다니게 될 것 같다.
어제 처음 가본 그린스보로의 그랜드마트에서 장 본 물건들을 올려본다.
지난 두 달여 동안에 수민이가 태어나고, 아이 데리고 출근하느라 바빠서, 부엌에서 음식하는데 쓸 힘과 시간이 부족했다. 그런데 이제 곧 수민이가 어린이집을 시작하게 되고, 나와 남편은 곧 종강이라,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종강하고 2주 후 부터는 여름 학기가 시작되니, 그 전에 밑반찬도 좀 많이 만들어놓아야겠고, 김장김치만 먹다가 상큼한 겉절이 김치도 먹어보고 싶고, 영민이가 좋아하는 간고등어가 다 떨어졌고… 해서 지난 토요일 그린스보로 그랜드마트 에서 쇼핑의 주제는 <cooking from scratch, 재료 손질부터 내 손으로 시작하는 손길이 많이 가는 음식 만들기> 였다. 즉, 냉동 만두 같은 즉석음식 보다는, 배추, 무, 등등 원재료를 많이 사려고 했다는 뜻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사다놓게 되는 반조리 식품들…
이건 영민이가 좋아하는 간고등어와 게맛살
두부는 집에서 만들어 먹을 때도 있지만, 미리 콩을 불려두지 않으면 원하는 때에 바로 먹을 수가 없기 때문에 사다 먹기도 자주 한다. 월마트나 오아시스 에서 사면 한 모에 최소한 1 달러 이상은 주어야 하는데, 이렇게 큰 포장으로 (12모) 5달러 49센트 (세금 더하면 6달러 정도?) 밖에 안한다. 기름 두르고 지져서 먹어보니 콩맛이 강하고 맛있었다.
한국 마트에서만 살 수 있는 얇게 썬 삼겹살… 네 팩을 샀다. 파운드당 3달러 99센트 라고 써있는데 한국식으로 환산하면 한 근 (450그램 정도?)에 세금 포함해서 5천 원 정도 되겠다. 한 근이 조금 더 되는 팩으로 네 개를 샀으니, 손님 서너명을 불러서 배불리 구워먹을 수 있겠다.
(에드리언과 티나 가족, 그리고 한국음식을 무척 좋아하는 또다른 러시아인 가족을 조만간 초대해서 한국음식의 매운 맛을 보여줄 계획이다 ^__^)
어릴적에 먹던 추억 때문에 자주 사게 되는 분홍 쏘세지… 가격은 2달러 99센트 더하기 세금
영민이가 사자고 졸라서 산 수박은 참 달고 맛있었다. 역시 영민이 아빠가 수박은 참 잘 고른다. 그 옆에 서있는 조선간장… 이름은 조선간장이라고 하지만, 집에서 직접 담근 간장 맛은 아니다. 아쉬워서 사다 쓰고 있지만… 내 언젠가는 메주로 직접 간장과 된장을 만들어 먹으리라… 다짐한다.
겉절이 김치 담궈먹으려고 산 배추 네 포기
옆에 있던 달랑이 무는 총각김치를 담을 예정이다.
싱싱해보이고, 흙이 안묻어서 다듬기 쉬워보여서 산 시금치 한 단
멸치와 함께 조려 먹을 꽈리고추. 미국 마트에선 절대 구할 수 없는 물건이다.
이건 소금물에 절였다가 빨갛게 무쳐먹을 고추. 지금 소금물에 잠수 중이다.
볶아서 반찬으로 만들 느타리 버섯. 미국에서는 <굴 버섯> 이라고 부른다. 그러고보니 굴과 생김새나 색깔이 비슷하다.
불고기를 잴 때 함께 넣으면 좋은 팽이버섯은 오아시스 에서도 살 수 있지만, 한 봉지에 99센트로 싸길래 샀다.
이것도 오아시스에서 살 수 있지만 더 싼 값이라 산 것.
깐 마늘과, 갈아서 병에 담아놓고 파는 마늘의 유혹을 뿌리치고, 이 날 쇼핑의 컨셉인 <시작부터 내손으로> 에 충실하게 구입한 마늘 열 통. 토요일 저녁에 한국 영화 한 편을 보면서 다 까서 씻어서 푸드프로세서에 갈아서 병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앞으로 한 육개월은 마늘 걱정 없다.
영민이가 고구마를 잘 먹을 때가 있다. 그래서 한국 고구마를 몇 개 사려고 하는데, 옆에 보니 자색 고구마도 있었다. 예전에 한국에서 맛본 적이 있는데, 남편과 영민이도 맛보여주려고 샀다. 그런데 자색 고구마는 원래 그냥 고구마보다 크기가 작은 건지, 아니면 이 가게에서 파는 것만 유독 이렇게 작은 건지 모르겠다. 사진을 가까이서 찍어서 실감이 나지 않지만, 한 개의 크기가 수민이 주먹보다는 크고, 영민이 주먹보다는 작다.
이건 그냥 고구마. 마트 안에서 카트를 밀고 가는데, 어떤 흑인 아가씨 혹은 새댁이 나를 붙잡고 <코리안 얌> 즉 한국 고구마가 어디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친구한테서 얻어먹은 적이 있는데 하도 맛있어서 자기가 직접 요리해서 (고구마 삶기/찌기/굽기 도 “요리” 라고 생각하는 요리 되게 못하는 미국사람들…ㅋㅋㅋ) 먹어보려고 그랜트마트에 처음 왔다고도 했다. 자랑스런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다. 음홧홧.
이렇게 원재료를 사다가 직접 다듬고 썰고 양념하고 버무리고 끓이고 굽고 지지고 볶고 해야지 “요리” 이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까마까 고민하다가 에라잇 하고 구입한 12달러 99센트 짜리 계란말이 후라이팬.
적은 양의 계란으로 두툼한 계란말이를 만들 수 있고, 후라이팬에 딱 맞는 싸이즈로 흠집을 내지 않고 뒤집을 수 있는 주걱이 함께 들어있어서, 잘 샀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늘 아침 영민이의 아침식사 메뉴였던 계란말이.
2012년 4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