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기 좋은 때는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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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새로운 가족을 꾸리려는 후배들에게 쓰는 글

나는 1여년 간의 연애를 하고난 후 2001년에 결혼을 하고 첫 아이 코난군을 낳은 것은 2007년 이었다. 박사학위 공부도 마쳐야 했고, 졸업 후에 취직도 해야 했고, 안정된 정착생활을 하게 될 때 까지 6년이 걸린 것이다.

그러나, 우리 부부가 아이를 늦게 가진 것이 꼭 경제적 시간적 여건이 갖추어지기를 기다려서만은 아니었다.

결혼하고 한 5년 간은 두 사람 만으로 충분히 즐거웠기 때문이었다. 주말이면 좁은 아파트를 벗어나 차를 타고 어디든 휭하니 떠나거나, 친구들을 불러서 밤이 늦도록 영화를 함께 보고 음악을 함께 듣고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방학이면 텐트를 차에 싣고 장거리 여행을 다니기도 수없이 많이 했으며, 학교에서 주최하는 음악회는 아예 일 년치 표를 사두고 참석했다. 

물론 아이가 없으니 나의 학교 공부도, 남편의 실험도, 꽤나 빠른 진도로 큰 성과를 볼 수 있었다.

어디 그 뿐이랴. 두 사람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갈등이 있을 때에도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없이, 온전히 서로에게 집중해서 의견을 조율하고 원만한 합의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첫 아이를 낳아서 키우면서, 우리가 아이를 낳기 전에 그렇게 오랜 시간을 단둘이서 보낸 것이 정말 잘 한 일이었음을 새삼 깨달았고 지금도 그러하다.

이 글은 결혼을 계획하고 있는 내 막내동생 커플에게 주는 조언이지만, 많은 일반 사람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라 믿기에, 남녀가 결혼을 한 다음 천천히 아이를 가지는 것의 잇점을 생각나는대로 적어보려 한다.

아이를 천천히 가지면 좋은 점, 그 첫 번째

위에서 썼듯이, 부부가 온전히 서로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 둘이서 여행을 다닐 수도 있고 취미생활을 함께 혹은 각자 마음껏 즐길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서로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된다.

요즘 세상에 그 어느 부부가 서로 사랑하지도 않는데 결혼을 하겠는가? 그러나 죽도록 사랑하는 것과, 그 사람을 완전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다. 그리고 일생동안 단 한 번만의 결혼을 유지하고 싶다면 불타는 사랑보다도 배우자를 이해하는 것이 훨씬 더 큰 도움이 된다. 

결혼을 하자마자 아이가 생긴다면, 아이를 키우고 돌보기에 급급해서 배우자의 생각과 살아온 배경을 돌아보고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

둘이 한 상에 마주보고 앉아 밥 한끼 먹는 것도 쉽지 않은 일상 속에서 저 사람이 무슨 장르의 음악을 좋아하는지, 테니스 게임을 단식으로 치는 것을 더 좋아하는지 복식 게임을 더 좋아하는지, 양치질을 먼저하고 세수를 하는지, 세수를 먼저하고 양치질을 나중에 하는지, 등등의 시시콜콜한 것을 알아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그 따위 시시콜콜한 것을 알지 못한다면 언제고 그 때문에 부부간의 문제와 갈등이 생길 여지가 다분히 있다. 반대로, 저 시시콜콜한 나의 습관을 내 남편이/아내가 알고 있음으로 인해 큰 위안과 격려를 받는 경우도 아주 많다.

둘만의 오랜 시간 덕분에 우리 부부는 서로의 성향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나는 남편이 주어를 빼거나, 목적어를 대명사로만 지칭하는 말의 95퍼센트를 알아들을 수 있고 (왜 안오지? 그거 어디있어? 이런 말을 바로 알아듣는 내가 기특하다 :-), 남편은 내가 덜렁대다가 가구나 벽에 흠집을 낼 것을 아주 잘 예측하고, 그래서 어느 정도 잘 예방하고 있다.

그 두 번째 이유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것에서 스트레스 보다는 즐거움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예전에 내가 이화여대 어린이집 교사로 일 할 때, 대학 교수가 되고나서 결혼이나 출산을 한 늦깎이 엄마들을 자주 보았다. (꼭 지금의 내 모습이다) 마흔이 넘어서 아이를 낳으면 노산이라 의학적으로 약하거나 건강상 문제를 가지고 태어날 확율이 높다고 하지만, 내가 만났던 늦깎이 엄마들의 아이들은 하나같이 건강하고 똘똘하고 부모님과 조부모님의 사랑을 넘치도록 받은 덕인지 정서가 아주 많이 안정되어 있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려다주러 오시는 부모님이나 조부모님 (맞벌이 부부인 아들 딸 며느리 사위를 대신해서 조부모님의 어린이집 참여도가 많이 높았다) 들은 늘 교사인 내게 ‘다른 것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안전한 환경에서 하루 종일 즐겁게 마음껏 놀게만 해주십사’ 부탁을 하곤 했다. 한글 교육, 수세기, 영어 조기교육 따위는 염두에 두지도 않고, 오로지 아이의 순수한 행복과 건강만을 기원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니 아이가 비뚤빼뚤 쓴 글자도 기특하고, 혀짧은 소리라도 조잘조잘대는 모습이 그렇게 즐거울 수 있었던 것이다.

‘시장이 반찬이다’ 하는 말이 이 맥락에서도 적용된다. 아이를 오래도록 기다렸다가 얻으면 그 아이가 더욱더 예쁘고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세 번째, 그리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

부부의 연합전선은 아이의 올바른 양육에 가장 기초가 되며, 가정교육의 시작과 끝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부부는 아이가 없는 동안에 남의 집에 초대받아 갔을 때나 우리집에 손님들이 왔을 때 그들이 아이를 어떻게 대하는지, 그 아이의 행동양식은 어떤지를 보고 이야기를 자주 나누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다음에 이렇게 하자 하고 의논도 많이 했다. 그리고 그 모든 사전 계획과 의논은 실제 우리 아이 양육에 큰 도움이 되었다.

우리 아이를 어떤 방식으로 어떤 방향으로 어떤 철학을 기반으로 키울 것인가 하는 것은 세상 어느 곳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것은 온전히 부부가 결정해야 하는 일이다. 그런 마음의 준비와 두 사람의 합의가 미처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키우려면 시행착오를 많이 거쳐야 하고, 그 과정은 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 멀고도 험난한 길이다.

우리 부부는 이 부분에 있어서 완벽한 합의를 미리 해두었기에, 코난군이 미운 네 살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날 때도, 둘리양이 젖을 안먹거나 졸려서 칭얼거릴 때도, 그 어떤 상황에서도 최소한 우리 두 사람이 그것 때문에 싸우거나 갈등을 겪을 일이 없었다. 우리 아이들 또한, 어떤 상황에서 아빠는 되고 엄마는 안되는 (혹은 반대로) 애매한 일을 겪지 않아도 된다. 즉, 안되는 일은 엄마 아빠를 막론하고 허락할 수 없고, 되는 일은 엄마든 아빠든 한 사람의 허락이 곧 두 사람 모두의 허락이다.

일상 생활 속에서 매 순간마다 결정해야 하는 사소한 일에 대해 글로 쓰자니 다소 모호하고 추상적으로 밖에 쓸 수가 없는데, 예를 들자면 아빠가 코난군을 타임아웃 시키는 것에 대해서 엄마는 절대 방해하지 않는다. 엄마가 코난군을 훈육하고 있는데 아빠가 그것을 비웃거나 폄하하지 않는다.

아이에게 무언가를 허락 또는 불허해야 할 때는 아빠와 엄마가 사전에 합의를 먼저 한다. 사전 합의가 여의치 않으면 전화통화라도 하거나, 아니면 상대방이 내린 결정에 일단은 따른다. 예전에 코난군이 아빠와 월마트에 갔다가 엄마와 전화통화를 하고난 후에 장난감을 사주었던 이야기를 여기에 쓴 적이 있다.

퇴근시간이 촉박해서 지금은 여기까지만…

2012년 8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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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지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올림픽 축구도 봐야하고, 개강 준비도 해야하고,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 동안에는 컴퓨터로 글을 쓸 엄두도 못내고, 그러다보니 내용을 추가하고 수정할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오늘 아침 82쿡 싸이트에서 쪽지를 받고 글을 다시 열게 되었다.

(버지니아 모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고 계시는 후배님… 정말 반가웠어요.)

사실, 사람 사는 일에 정답이 따로 있겠는가. 수학 방정식이나 물리학 법칙과는 달리,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데에는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공통의 정답이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에게 조언을 주려할 때에는 ‘내가 경험해보니 이런 저런 장점과 단점이 있더라.’ 하고 알려주는 방식이어야 하지, ‘왜 이렇게 안하고 그렇게 하니? 어휴 답답해!’ 하고 가르치려들면 안된다. 게다가 그런 조언을 주는 사람이 가족중 손윗사람이거나 선배, 상사, 등의 연장자 입장이라면 더더욱 조심스럽게 말을 해야 할 것이다.

나는 이 글을 읽는 제니 교수님이나, 내 동생과 그의 아내가 될 사람이 압박감이나 부담감을 가지지 말고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들이 내 생각과 다른 선택을 한다해도, 나는 충분히 존중할 것이니 말이다.

아이를 기다렸다가 천천히 가지면 좋은 점은 위에서 세 가지로 대략 나누어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빨리 가지려고 하는 이유와 그에 대한 반박을 해보려한다.

많은 사람들이 – 나도 물론 많이 들은 말이다 – 아이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낳아야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있고, 아이를 키우는데에 드는 체력이 감당이 될 것이라고 한다.

절반은 맞는 말이다. 몸이 건강한 상태에서 임신을 해야 태아도 산모도 건강하게 출산을 할 수 있다. 아이를 키우는데에 엄청난 체력이 소진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더욱더 아이를 가지기 전에 몇 년간 기다리며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동안에는 운동이라고는 할 기회가 없었다. 원래 몸을 움직이거나 땀을 흘리고 숨이 차도록 운동하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에 유학을 와서는 몸과 정신의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열심히 하게 되었다. 서울에 비하면 맑은 공기를 호흡한 덕분에 순환계 건강을 챙길 수 있었고, 햇빛을 두려워하지 않고 돌아다닌 덕분에 몸속에 비타민 D 가 충분히 생성되었던 것 같다. 게다가 운동 덕분에 남편과 만나서 결혼도 하게 되었으니, 운동에 대한 나의 찬양은 끝이 없으리라… ㅎㅎㅎ

나의 건강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아 타고나기도 했지만, 꾸준한 운동으로 더욱 다져지기도 했다. 그래서 만 35세, 40세에 임신을 했지만 건강한 아이들을 낳았고, 출산도 무척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잠을 편하게 자는 것도 어렵고 무거워진 아이를 안고 업고 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평소에 다져두었던 건강 덕분에 이렇게 일과 육아를 무리없이 병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무살 젊은 나이라 하더라도 몸에 근육이 없고, 앙상한 골격이 돋보이는 몸매의 소유자라면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일 것이다. 반대로, 건강하게 몸을 관리한다면 마흔 살에 아이를 낳아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내가 바로 그 좋은 예이다.

조깅이나 에어로빅 같은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동시에 근육을 만들기위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것이 아이를 낳고 키울 엄마를 위해 가장 좋은 운동인 것 같다.

즉, 호적의 나이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아이를 낳을 것이 아니라, 신체 나이가 젊을 때 아이를 낳아야 한다. 호적의 나이는 해가 가면 돌이킬 수 없지만, 감사하게도 신체 건강상태의 나이는 노력만 하면 어느 정도 거꾸로 되돌릴 수 있다.

그 다음으로 많이들 하는 말이, 아이를 너무 늦게 낳으면 늙은 엄마 아빠를 아이가 창피하게 여긴다고들 한다. 과연 그럴까?

어쩌면 아이들은 아빠 엄마의 나이를 창피하게 여기기 보다는, 늙어빠진 사고방식을 부끄럽게 여기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너도 내 나이 되어봐라’ 하면서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을 회피한다든지, 아이들이 빠져드는 컴퓨터 게임이나 아이돌 팬덤 같은 것을 무작정 무시하고 못하게만 하는 것은 아닐까?

가족구성원 간의 관계를 좋은 방향으로 이어나가는 것은 호적상 나이 차이 보다는 서로의 세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에 달려있다고 믿는다. 또한, 우리 아이들에게 나와 남편은 떳떳하고 당당하기 때문에 – 우리는 남에게 손가락질 받을 짓을 한 번도 하지 않았으며, 우리의 노력으로 오늘의 우리모습을 만들어왔다 – 만약에 코난군이나 둘리양이 우리 부부를 창피하게 여긴다면 그것은 그들의 잘못이지, 우리의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앞으로도 아이들에게 창피한 부모가 되지 않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할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너무 늦게 아이를 낳았다가는 직장에서 정년퇴직을 하고도 자식들의 학비를 조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것이라고도 한다.

이 부분에서 나는 다행히도 정년퇴직 제도가 없는 나라에 살고 있어서 별 걱정이 없다. 테뉴어 까지 받은 터라, 내가 원하기만 하면 그야말로 백 살 까지도 일을 할 수 있다. 지금 생각으로는 코난군과 둘리양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는 계속 일을 할 것 같다. 그 이후에도, 집에서 놀기만 하면 심심할테니 계속 일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나처럼 늦게까지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는 사람이라면, 미리미리 아이가 없을 때부터 저축을 한다든지 해서 아이들의 학자금이나 노후생활비용을 마련해두면, 이 역시 굳이 준비안된 상태에서 아이를 낳아서 고생하며 키우는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2012년 8월 9일에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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