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식하는 유아 행동지도법: 앨런 새터와 미농무부의 도움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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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군의 어린이집에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 혹은 학자들이 학부모로 연계되어 있고, 그 훌륭한 인적자원을 활용하기 위해서 학부모 강좌 씨리즈를 매월 개최하고 있는데, 지난 12월에 참석했던 편식하는 유아 지도법 세션에서 받아온 유인물을 한국어로 번역해서 간략하게 소개하려한다.

엘런 새터 라고 하는 사람은 미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있는 영양학자인데, 특히 어린이의 올바른 영양섭취와 식사지도에 관한 저술을 많이 했다. (www.ellynsatter.com)

엘런이 제시하는 “잘 먹는 어린이로 만들기위해 알아야 할 것들” 은 아래와 같다.

1. 유아는 새로운 음식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새로운 음식을 소개할 때는 친한 친구나 가족이 그 음식을 먹는 것을 보게 하고, 아주 조금만 맛보게 하면서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2. 유아가 잘 먹게 하려면 즐겁고 편안한 환경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친한 사람들이 함께 앉아서 식사하는 것은 유아에게 정서적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3. 유아는 자기가 직접 고른 음식을 더 잘 먹는다. 음식의 종류 뿐만 아니라, 얼마만큼 먹을지도 유아가 직접 정하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4. 유아의 식습관은 불규칙적일 때가 많다. 어느날은 잘 먹다가도 어느날은 전혀 안먹으려 한다. 예전에 잘 먹던 음식을 어느날 갑자기 싫어하게 되기도 하는데, 이는 유아기에 매우 흔히 있는 일이다.

5. 유아의 음식낭비는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어른은 음식이 맛이 없거나 입에 맞지 않아도 돈낭비를 막기 위해서 억지로 음식을 먹는 것이 가능하지만, 유아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유념하고 있으면 부모의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6. 유아는 자기에게 끌리지 않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 어른들은 맛이 없더라도 몸에 좋거나 비싸고 귀한 음식이라면 먹으려하지만 유아는 그렇지 않다. 유아는 오직 “맛있기 때문에” 먹는다.

7. 그러나 유아에게 음식에 관한 올바른 태도를 가르치는 것은 중요하다. 위의 사항들만 읽고나면, 마치 아이들을 마음껏 편식하도록 허용하라는 뜻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특히, 낯선 음식에 대해 “으웩~ 토나와” 등의 부정적이고 무례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나쁘다는 것을 확실하게 가르쳐야 한다. 예의바르게 “노땡큐” 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번역 발췌 from: Ellyn Satter, 2006, Helping Children Be Good Eaters)

엘런 새터가 분류한 어른의 역할과 유아의 역할

유아의 식생활을 지도하는 부모가 할 일:

1. 음식을 정해서 차려준다.

2.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인 식사와 간식을 제공한다.

3. 식사 시간을 즐거운 분위기가 되도록 한다.

4. 유아에게 올바른 식습관의 모범을 보인다.

5. 식사와 간식 시간 사이에 불필요한 음식이나 음료를 주지 않는다.

6. 유아가 자신에게 적합한 신체발달을 이루어나가도록 허용한다. (모든 아이들이 다 키가 크고 건장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개별 유아의 타고난 유전적 성향을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올바른 식생활에서 유아가 할 일:

1. 음식을 먹는다 🙂

2. 자기에게 필요한 양만큼을 먹는다.

3. 부모가 먹는 음식을 먹는 법을 익힌다. (즉, 아이 음식과 어른 음식을 따로 구분짓지 않는다는 뜻이다.)

4. 먹은 만큼 영양분을 섭취하고 그에 맞게 성장한다.

5. 식탁 앞에서 예의바른 행동을 배운다.

(번역 발췌 from: Ellyn Satter, 2007, Ellyn Satter’s Division of Responsibity in Feeding)

다음은, 미국 농무부가 제시하는 편식하는 어린이를 위한 팁이다.

편식에 대처하는 법

1. 유아와 함께 장을 보면서 직접 야채와 과일을 고르도록 한다.

2. 유아가 식사준비를 돕게 한다. 이 과정에서 유아는 자연스럽게 음식의 맛을 보게 되고 익숙해지게 된다.

3. 옵션을 허용한다. “오늘 저녁 반찬은 브로콜리다” 하는 것 보다는 “브로콜리를 먹을래? 아니면 콜리플라워를 먹을래?” (사실 브로콜리나 콜리플라워는 모양도 맛도 매우 비슷한 채소이다 ㅎㅎㅎ) 하고 물어봐서 유아가 결정하도록 하면 유아는 자신이 무언가를 결정했다는 느낌이 들고, 편식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4. 가족이 함께 즐거운 식사를 한다.

5. 온가족이 같은 음식을 먹는다.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게 하는 법

1. 아주 조금만 맛보게 한다.

2. 한 번에 한 가지만 소개한다.

3. 부모가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모범을 보인다.

4. 익숙한 음식을 먹기 전에 새로운 음식을 먼저 맛보게 한다. 배가 고플 때는 새로운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5.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인내심을 가지고 반복해서 소개하고 먹어보도록 격려한다.

(번역 발췌 from: ChooseMyplate.gov/preschoolers)

유아의 올바른 식습관 지도에 방해가 되는 말, 그리고 도움이 되는 말


“엄마 생각해서 좀 먹어봐” “한 입만 더 먹지 않으면 엄마 화낼거야!”

라는 말은, 엄마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기 위해서 음식을 먹는다는 잘못된 메세지를 전달한다.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 아이가 새로운 음식을 시도해보는데 도움이 된다.

“이건 키위라고 하는 과일이야. 딸기랑 비슷한 단맛이 난단다.” “이 무는 아주 아삭아삭한 느낌이야!”


“넌 형아/언니니까 이 완두콩 다 먹어야해” “제니야, 네 동생은 벌써 다 먹었는데 너는 뭐니?”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먹자”

이런 말은 유아가 이미 포만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무시한 말이다. 유아가 포만감을 느끼는 순간에는 식사를 그만하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은 식습관 형성에 도움이 된다.

다음과 같은 말로 유아가 포만감을 인식하도록 도와주자.

“배가 꽉 찼어?” “배에서 아직도 꼬르륵 소리가 나니?” (의역을 하자니 참 어려운 표현이라서 원문 그대로도 소개한다: Is your stomach telling you that you’re full? Is your stomach still making its hungry growling noise? Has your tummy had enough?)

“거봐, 먹어보니 먹을만하지?”

이런 말은 유아로 하여금 음식을 거절하는 것은 나쁜 일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역시 건강한 식습관에 해로운 말이다. 대신에 이렇게 말해서 유아가 바른 선택을 하도록 돕고, 또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 옳고 그름의 차원이 아닌, 취향의 문제임을 인식하게 하자.

“먹어보니 어때?” “어떤 게 가장 입맛에 맞는 것 같니?” “사람들은 각자 좋아하는 음식이 다르단다”

“야채반찬을 다 먹기 전까지는 아이스크림 안줄거야” “울음 뚝 그치면 맛있는 과자를 줄께”

이런 말 뒤에 숨은 뜻은 어떤 음식은 다른 종류의 음식보다 더 “좋은” 음식 혹은 “인기있는” 음식이다 하는 것이다. 또한, 유아를 달래려고 과자나 아이스크림 등 음식을 보상으로 이용하는 것은 유아의 과식, 폭식, 비만을 유발할 수 있어 위험하다.

유아의 행동에 대한 보상은 음식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전달하고 (토닥여주거나 안아주는 등), 식사 시간 동안 긍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한다.

“야채 먹기가 힘들어? 그럼 나중에 (저녁에 혹은 내일) 다시 먹어보자. 다음에는 생당근 말고 볶아서 먹어볼래?” “제니가 지금 기분이 안좋은 걸 보니 엄마도 마음이 아프네. 이리와, 엄마가 안아줄께”

(번역 발췌 from: ChooseMyplate.gov)

이 글을 쓰면서, 새로 배운 몇 가지를 실천해보았다.

코난군은 딱히 편식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식성이 까다로운 편이고 식탐이 전혀 없어서, 식사 시간마다 엄마를 고민하게 하는 아이이다. 다행히도 신체발육과 건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서 엄마로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지만, 그래도 항상 “어떡하면 코난군을 잘 먹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머릿속에 남아있다.

우선 가장 먼저 바꾼 것은 “코난군, 저녁에 뭐 먹을래? 콘독? 치킨너겟? 아니면 김밥줄까?” 하고 물어보던 것을 그만두고, 아빠가 먹는 것과 같은 메뉴를 차려주었다. 그런데 의외로 내가 정한 메뉴를 대체로 잘 먹는 게 아닌가! 어떤 음식은 처음 먹어보는 것인데도 심한 거부반응 없이 최소한 한 두입 정도 먹어보고 입맛에 맞는지 도전해보기도 했다.

코난군에게 무엇이 먹고싶은지 고르게 하는 것이 코난군의 의사를 존중하고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그게 어떨 때는 코난군이 선택하기에는 너무 방대한 분야가 아니었나 싶다. 자신이 무얼 먹고 싶은지 잘 모르겠는데 자꾸만 고르라고 하니 더더욱 저녁밥 먹는 것이 귀찮은 일이었던가보다.

다음으로는, 식판을 이용해서 밥을 차려주었다. 예전에는 코난군이 잘 먹을듯한 음식 한 두 가지만 차려주었는데, 식판을 사용하니 그것보다 조금 더 다양한 음식을 주어야했고, 그것이 코난군에게 새로운 음식을 시도해보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지금 사용하는 식판은 한국에서 수입한 것이라, 밥과 국을 담는 칸은 크고, 반찬을 담는 칸은 너무 작다는 것이다. 우리는 미국식과 한식을 절충한 음식을 먹고 살다보니, 밥이 주가 되고 반찬을 싸이드로 곁들이는 것이 아니고, 밥과 반찬을 거의 비슷한 비율로 먹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만간 그릇을 더 적합한 것으로 바꾸어야겠다.

마지막으로, 코난군이 음식을 남기는 것을 좀 더 너그럽게 허용하게 되었다. 이것은 둘리양이 이유식을 먹게 되면서 식사시간 운영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가능해진 것이기도 하다.

무슨 뜻인고 하니, 코난군과 코난아범이 저녁을 먹는 동안에 나는 둘리양에게 이유식을 먹인다. 그리고 코난 아범이 식사를 마치면 둘리양을 받아주어서 내가 식사를 하게 되는데, 코난군은 그로 인해 비교적 긴 식사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빨리 먹으라고 잔소리를 덜하게 되고, 또 코난군이 조금씩 남긴 음식은 내가 먹어치울 수 있어서 음식 낭비를 막을 수도 있다.

물론, 이 모든 노력보다 우선해서, 만 다섯 살이 된 코난군이 보다 더 성숙해졌고, 새로운 시도를 겁내지 않을 정도로 씩씩해진 것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암튼, 요즘 우리집 저녁 식탁은 네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복닥거리며 둘러앉은 보기좋은 풍경이다.

2013년 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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