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개가 길바닥에 널부러진 똥을 주워먹고 있는데, 지나가던 귀족견이 “야, 너는 드럽게 똥을 먹냐? 어유~ 드러워~~” 하고 핀잔을 하니까 똥개 하는 말, “남 밥먹는데 똥얘기 하지마라!!”
했다던… 국민학교 옆자리 친구가 해주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방학이지만 일이 있어 출근한 오늘…
그래도 학생이 빠져나간 한산한 캠퍼스 분위기를 즐기며 일을 하다가 도시락을 먹으며 인터넷을 열었다.
오늘의 메뉴는 쌀밥에 밋볼과 마른멸치, 그리고 쌈장.
내가 즐겨 보는 82쿡 싸이트를 구경하다가 문득 “똥머리” 라고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가 나이 30이 넘어서 “똥머리”를 하고 다니면 주책맞아 보이지 않겠느냐고 질문하는 글을 올렸는데, 거기에 댓글이 달리면서, 나이와 상관없이 얼굴형과 목선이 예쁘면 잘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이라는 둥, 연예인 누구누구처럼 하면 예쁘다는 둥, 하면서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스타일을 가지고 열심히들 의견 개진을 하는 것을 보며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구글 이미지 검색을 해서 똥머리란 무엇인가, 어떻게 만드는가, 등등을 공부했다.
올림머리 보다도 더 높이 묶어올린 형태인데, 일부러 머리카락이 조금 흘러내리듯 연출해서 편안하고 발랄해보이는 느낌, 이것이 바로 똥머리 이다 ㅋㅋㅋ 셀카를 찍다보니 정작 머리카락은 잘 보이지 않는 각도인 것이 반전…
머리카락 모양이 똥처럼 생겼다고 똥머리 라는 이름을 붙인 모양인데… 너무나 직설적이라 경박스런 느낌이 든다. 상투머리 라든지, 높은 올림머리, 뭐 그런 다른 이름을 찾아볼 수도 있으련만…
참, 그러고보니 생각나는 것 하나가, 한국에서는 “누가 내 머리에 똥쌌어?” 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어린이 동화책이 미국에서는 “The Story of the Little Mole Who Went in Search of Whodunit: 누구짓인지 열심히 조사한 작은 두더지 이야기” 라는 제목을 달고 있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혐오감을 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않기위해 노력한 제목…
암튼, 똥 얘기는 그만하고 다시 먹는 이야기로 돌아가자.
간식으로 싸온 각종 야채이다.
식후 두어시간 지나고 배가 꺼져서 출출하거나, 회의중에 과열된 두뇌를 식히기 위해 군것질이 필요할 때, 이렇게 야채를 과자 크기로 썰어서 간식 봉투에 담아서 들고 다니면 참 좋다. 아무리 먹어도 칼로리 걱정 없고, 먹은 후에 입안이 텁텁해지지도 않고, 비타민과 무기질 섭취를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채를 골고루 많이 먹기 위해서 이번 방학 동안에는 매일 야채 숩을 끓여먹어볼까 한다. 국물이 많은 요리이니 포만감을 느끼는데 반해 칼로리 섭취는 낮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좋을 듯 하다. 실제로, 남편의 테니스 친구 에드리언은 두어달 동안 매 끼니 식사를 하기 전에 숩을 한 그릇 먹고 식사를 하는 다이어트를 해서 체중을 제법 많이 줄였다고 한다. 물론 거기에는 와이프인 티나의 지극정성 내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도 여름방학 동안만이라도 우리 부부의 몸매 관리를 위해 야채 숩을 부지런히 만들어먹어야겠다. 그래서 어제 도서관에 가서 숩 요리만 나와있는 요리책을 빌려왔다.
2013년 5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