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에 교생실습 참관을 다녀온 다음에 집에서 일을 하기로 했다. 오늘 해야할 일은 대학원생들의 졸업시험 페이퍼를 읽는 것과, 기타 다른 서류 작업만 있어서 굳이 연구실에 나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 는 것은 표면적인 이유이고, 사실은 김연아 선수의 마지막 경기 모습을 보고싶었기 때문이다 🙂
케이블이나 위성티브이가 안나오는 우리집 티브이에서는 올림픽 중계권을 가지고 있는 엠에스엔비씨 채널이 나오긴 하지만, 피겨스케이팅 중계를 안해주고 뭔 쓸데없는 다른 방송만 하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뒤져보니, 한국의 에스비에스 에서 온라인 생중계를 해준다는 것을 알고, 컴퓨터를 티브이에 연결해서 관전했다.
일곱살 꼬맹이때부터 스케이팅을 시작한 김연아 선수는 오늘의 소치 동계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하겠다고 선언한 바있다. 그동안 국가적 지원도 전무하고, 어린 나이에 뭇사람들의 입살에 오르내리느라 힘들었던 선수생활을 이제는 그만둔다고하니, 내 마음이 다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동안의 노력과 놀라운 재능을 마지막 무대에서 가장 아름답게 꽃피우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응원을 했다.
결과는… 어제 쇼트 프로그램에서부터 이런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나올거라는 불길한 조짐이 보였지만… 너무나 불공정한 심사결과로 인해 은메달을 받게 되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러시아의 양심불량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드높았다. 하지만 개최국의 어드밴티지를 누리면서 자국의 선수에게 응원과 갈채를 보내는 일반 국민들에게 무슨 죄가 있으랴. 내 짐작으로는 세계 연맹의 정치적 공작과 거액이 오가는 대규모 국제 도박판에 매수된 심판, 그런 어둡고 추한 세계의 나쁜 기운이 여왕의 아름다운 은퇴에 구정물을 튀긴 것이리라 생각한다.
어쩌면, 이미 점수와 등수와 메달을 미리 정해놓은 것을 모른채, 나같은 관객은 응원을 하고, 선수는 경기를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럴 때 개그맨 누구의 말을 빌자면, 일등만 알아주는 더러운 세상! 하고 일갈할 법도 하지만, 여왕도 나도 그러지 않을 것이다. 저들이 미리 짜고 치는 고스톱 판에서의 결과와 상관없이, 여왕은 생애 마지막 경기를 무결하게 완성했고, 그러한 모습을 나는 열심히 지켜보았고 감탄했기 때문이다. 이번 경기 전에 인터뷰에서 여왕은 “심판의 편파판정 같은 것은 내 노력의 범위 바깥에 있는 것이므로 신경쓰지 않는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노력만을 할 뿐이다” 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 얼마나 성숙하고 아름다운 마음가짐인가!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기 때문에 후회가 없다! 라고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지금 여왕이 말하고 있다.
나도 내 인생을 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노력해서 해냈다고 말할 수 있게끔 살고 싶다.
아디오스 노니노, 아디오스 퀸연아!
여러 가지 탱고곡으로 유명한 아스트로 피아졸라가 아버지를 기리면서 작곡한 곡이라고 한다.
2014년 2월 20일
제길, 내 이럴 줄 알았지.
제발 이런 예감이나 직감은 제발 틀렸으면 하는데, 왜 항상 맞는지..
정보를 수집해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능력이 정말 탁월해서 그런가?
이 말이 부분적으로 맞기도 하지만,
돌아가는 꼬락서니가 너무 어처구니 없고, 그런 어처구니 없는 경험이 축적되다 보니
이런 지경에 이르렀다는 현실이 슬프다.
푸틴이 다시 대통령이 되고, 올림픽 시작도 되기 전에 흘러나오는 정보에서 이미 예견일이다.
올림픽 하나를 위해서 노력하는 선수에겐 미안하지만, 이젠 올림픽이 왜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돈 잔치, 편파, 반칙들이 어지간 해서야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