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군 학교가 속해있는 몽고메리 학군의 개학은 지난 화요일이었다. 작년 이맘때는 학군내 학교 건물 하나가 완공되지 못해서 개학이 많이 늦추어졌고, 게다가 봄학기 동안에 눈으로 인한 휴교일이 많아서 여름방학이 늦게 시작했었다. 그리고 올해 신학년은 여느때처럼 시작하다보니 무척 짧은 방학을 보내고 학교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정식 개학일이 화요일이라면, 하루 전날인 월요일은 학생들과 학부모가 학교에 방문해서 선생님과 만나고, 교실이 어디인지, 제 자리가 어디인지 등을 돌아보는 날이었다. 이 날 코난군은 1학년 담임이신 왓킨스 선생님을 처음 만났는데, 친절하신 선생님은 학생들 모두에게 이런 작은 선물을 나눠주셨다.
학교가 시작하기 전날 밤 잠들기 전에 열어서 읽어보라고 써있다.
안쪽에는 이런 것이 들어있었는데…
내용인즉슨, 내일이 바야흐로 새학년의 첫날인데, 여러가지 기대되고 재미난 일이 많겠지만 동시에 약간은 긴장되고 걱정도 있을 것이니, 동봉한 콘페티 (confetti, 결혼식이나 졸업식에서 축하할 때 뿌리는 꽃가루라고 흔히 부르는 종이가루) 를 베개 밑에 두고 자라고 한다. 그러면 좋은 꿈을 꾸며 잘 잘 수 있을 것이고 따라서 다음날 아침에 즐거운 마음으로 일어날 거라고, 선생님 자신도 이 콘페티를 뿌리고 잘것이니, 잘 자고 내일 보자! 하는 이야기가 써있다.
초등학교 1학년은 킨더학년과 비교해서 어떨까? 새로운 친구들과 선생님은 친절한 사람일까? 1학년이 되어서 새로이 배우는 것은 어떤 것일까? 등등 알지 못하는 것이 무척 많고, 그래서 긴장되는 어린 학생의 마음을 미리 읽고 이런 선물을 해주신 선생님이 무척 감사하다.
왓킨스 선생님은 만 세 살짜리 아들아이가 있고, 남편과, 아들과, 개 두 마리와 고양이 한마리를 가족으로 두신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고 예쁜 선생님이다. 길벗링커스 초등학교 1학년은 모두 세 반인데, 다른 두 반의 선생님과 비교해서 가장 좋은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옆반의 선생님 한 분은 이번에 처음으로 선생님이 되신 분이라 아무래도 경험이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들고, 나머지 반의 선생님은 10월에 둘째 아이 출산을 앞두고 있어서 학년 중간에 출산휴가를 쓰실 예정이라 학생과 부모 입장에서는 마음이 덜 놓이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킨더학년때 친하게 지내던 크렉이나 대니얼과는 다른 반으로 헤어졌지만, 1학년 세 반이 과목에 따라서 합반/분반해서 수업을 하기도 하고, 또 교실들이 출입문도 없이 나란히 붙어있기 때문에 여전히 친하게 지낼 수 있을 듯 하다.
참고: 1960년대 중반에 지어진 학교 건물은 유럽에서부터 시작된 “열린 교실” 열풍에 힙입어 출입문이 없는 구조이다. 당시 미국 사회역시 반전평화주의, 히피문화, 세계최강국이라는 자부심 등의 영향아래 있던 터라, 건물 양식도 그런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1학년이 된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코난군은 여전히 학교를 좋아하고 있다. 선생님으로부터 스티커를 받아왔다고 자랑하기도 하고, 반 전체가 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서 칭찬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에, 아침마다 해야하는 학습지 (아침자습서?)가 너무 어려워서 하루만에 끝낼 수가 없고, 다음날 아침에 이어서 계속해야 한다든지, 다른 연습지도 다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간식을 먹지 못했다든지, 하는 등의 부담감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1학년이 되어서 학습의 분량이 늘어난 것일테고, 무슨 일이든 허둥대거나 서두르지 않고 차분히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는 코난군의 성격 덕분에 늘어난 학습과제를 후다닥 해치우지 못하고 있나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주어진 시간안에 주어진 과제를 후다닥 해치우는 것 보다도, 무슨 일이든 찬찬히 제대로 하는 습관을 익히는 것이 더 중요하고 가치있다고 믿는다. 내 자신이 무슨 일이든 설렁설렁 대충대충 후다닥 이런 식으로 일을 하는 편인데, 그러다가 곤경에 처하는 경우가 가끔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일을 완벽하게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속도를 더해서 빨리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쉽기 때문이기도 하다.
암튼, 코난군의 속도와 퀄리티의 딜레마를 일단은 지켜볼 생각이다.
부록: 새학년 이야기를 시작한 김에, 둘리양의 블루룸 생활도 간단히 기록해둔다.
블루룸을 두 달 정도 다니고 여름방학동안 어린이집을 쉬었던 둘리양도 지난 화요일부터 다시 블루룸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이전에 계시던 선생님 세 분 중에 두 분이 다른 반으로 옮겨갔고, 그래서 새로운 선생님 두 분이 오셨다. 그러나 그 중에 한 분은 예전에 코난군이 레드룸일 때 가르쳤던 선생님이라 (레슬리 선생님: 바니 선생님은 여전히 레드룸 교사이다) 둘리양과 안면이 있고, 또다른 선생님은 레인보우 라이더스 어린이집에 처음으로 오신 분인데 상냥하고 좋은 인상이라 내 마음이 놓였다.
코난군과 비교하면 둘리양은 아침마다 어린이집에서 엄마나 아빠와 헤어지는 것에 문제가 없는 편이다. 이번에도 첫날인 화요일 아침에는 엄마 가지말라고 잠시 울었으나, 그 이후로 계속해서는 웃으며 헤어지고 있다. 매일 저녁마다 다음날 아침에 블루룸에 입고갈 “드레스” 를 골라놓고 잠자리에 들 정도로 어린이집에 가는 것을 좋아하고 있기도 하다. 어제는 노래를 그렇게 많이 잘 불렀다고 한다.
요 녀석은 오빠 덕분에 뭐든지 일찍 배우고 익혀서 그런지 어린이집에서의 모습을 보면 매사에 자신만만하고 야무지다 🙂
2014년 8월 15일
열린 교실은 한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에 김대중 정부 시절에 많이 했던 시스템이에요.
그런데 한국같은 반 체제로 굴러가는 시스템에서는 그게 썩 좋지만은 않더라구요.
일단 다른 건 둘째치고 한국의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 날씨에 그 교실은 매우 부적합…
겨울에는 뚫린 문 사이로 바람이 숭숭 새는 바람에 난방기는 장식품으로 전락하고,
여름에는 안 그래도 에너지 절약 정책이네 뭐네 하면서 26도 미만으로는 온도를 안 낮춰주는데 몸에 열기 많은 아이들하고 그 교실을 쓰고 있으려면 열사병에 걸린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어요..
그리고 옆반에서 토론 수업이라도 할라 치면 옆반 애들의 데시벨 높은 목소리에 제 목소리가 다 묻혀버려서 악을 지르며 수업을 해야했죠. 쓰고보니 참 그 기억이 새삼스럽네요.
그 쪽에선 어떤 식으로 그 교실을 효율적으로 수업에 이용하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전 그 교실 다시 쓰라고 하면 안 쓴다고 할 거 같아요.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거야 그렇다고 쳐도 손시러운 거 싫어서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