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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10일 금요일

리서치에 대한 보람과 자긍심을 느끼게 되었던 이야기

오늘은 모처럼 회의가 없는 금요일이다. 오후에 교생실습을 참관하러 가는 것을 빼고는 딱히 시간적으로 정해진 업무가 없어서 아침에 주교수님 오피스에 들러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여유를 부리고, 교생이 수업을 시작하는 오후 1시가 될 때까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동네 도서관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도서관이나 교생실습 학교나 우리집이 모두 반경 10분도 안되는 거리안에 있지만, 일단 집으로 돌아가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허비하게 될 것 같아서이다.

도서관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켜놓고 몇가지 서류 업무를 처리하고 이메일을 보내고 받는 일을 했다.

그 중에 하나는 이번 여름 방학 동안에 우리학교 수학교육 전공 교수 두 명과 함께 공동 연구를 해보자 하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었다. 예전에도 내가 몇 번 받은 적 있는 사범대 연구기금을 올 여름에도 목표로 삼아서 한 번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코난군을 데리고 출근할 때마다 코난군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네주던 수학교육 초임 교수 레이아가 생각났다. 예전에 강의 자료로 쓰겠다며 우리집에 와서 코난군과 간단한 수학 게임을 하고 그것을 비디오로 찍어갔던 것을 계기로 레이아는 나에게 항상 코난군의 안부를 묻곤 하는데, 레이아는 레바논에서 미국으로 유학와서 교수가 된 케이스이고, 그녀의 임용심사 위원회에 내가 참여했던 인연도 있어서 친근감을 느낀다.

아직 초임 교수인 레이아는 리서치 업적을 많이 쌓아야 테뉴어 심사를 받을 때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되고, 나는 이제 아이들도 좀 컸으니 취미로 하는 교수질에 (교수직을 취미생활로 삼는다는 이야기는 예전에 쓴 바 있다) 조금 더 재미를 추구하는 새로운 일을 하고 싶은 상황…

마침 여름방학이 다가오고, 아이들을 데리고 뭔가 할 수 있는 재미난 일이 없을까…?

그렇게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 마침내 학장님이 보내신 연구기금 신청하라는 이메일로 모든 생각이 깔때기처럼 한 곳으로 모여서 그런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다.

레이아 뿐만 아니라, 나와 비슷한 시기에 임용된 수학교육전공 케빈 교수도 함께 참여하기로 의기투합했고, 다다음주에 첫 회의를 하기 전까지 각자 리서치 아이디어를 생각해오자고 정했다. 아마도 코난군과 둘리양을 데리고 수학과 관련된 활동을 하고, 그 과정을 비디오로 찍어서 분석하고, 결과를 학술지에 게재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 짐작하고 있다.

그리고나서 계속해서 이메일을 정리하다보니, 예전에 받아두고 까맣게 잊고 있었던 메세지가 하나 발견되었다. 어떤 학술지에서 원고를 심사해달라고 부탁하는 메일이었는데, 심사 마감시한이 많이 남아있어서 폴더에 저장해두고 다음에 시간날 때 봐야지 했던 것을 이제야 발견한 것이다. 다행히도 마감시한까지 아직 며칠 남아있어서 얼른 원고를 읽기 시작했다. 관련 분야 학술지에 실을 원고를 심사해달라는 부탁은 종종 들어오는데, 심사비를 받는 것도 아니고, 심사자의 이름이 학술지에 실리는 것도 아니지만, 최근의 연구동향을 알 수도 있고, 또 내가 제출한 원고도 누군가가 시간을 들여 심사해주는 것이니 품앗이나 자원봉사를 하는 마음으로 가능하면 사양하지 않고 매번 심사를 해주곤 한다.

원고를 읽어내려가자니 이건 마치 운명처럼, 레이아와 케빈과 함께 연구하면 좋을 듯한 아이디어를 주는 주제가 아닌가. 참 잘되었다! 어찌 이리 시기적절하게 모든 일들이 연결되어있을까? 감탄하면서 계속해서 원고를 읽어낼가는데…

문헌연구 부분에서 무척 낯익은 연구자와 연구결과가 보인다. 그건 바로 나!

몇 년 전에 놀스캐롤라이나 대학에 교수로 있는 친한 선배와 지금은 은퇴하신 바바라 선생님과 함께 어린이의 블럭놀이를 통한 수학 학습에 관한 연구를 해서 학술지에 게재한 적이 있었는데, 그 연구를 인용하고 소개한 원고를 내가 읽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나의 선행 연구가 후학들의 연구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 이맛이야!!

하는 광고문구 처럼, 내가 왜 안해도 별 지장없는 연구활동을 틈만 나면 찾아서 하려고 하는지 깨달았다.

아직도 그 맛이 이런 것이다 하고 말로 설명은 잘 못하겠지만, 보람이랄까? 즐거움이랄까? 그런 느낌 때문에 테뉴어도 받았고, 연구활동 말고도 학과장 업무며 강의며 달리 할 일이 많아 바빠죽겠지만, 그래도 연구를 하려고 하는 것이다.

즐거운 여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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