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는 우리 학교 졸업식이 있었다. 특이한 것은, 학생들의 졸업식인데 해마다 강의, 연구, 봉사, 세 분야에서 우수한 교수들에게 상을 주는 순서가 있다.
먼저 모든 단과대의 학생들이 한 자리에 다 모여서 하는 가장 큰 졸업식에서는 총장이 주는 세 분야의 상을 발표하는데, 작년에 강의부문에서 이 상을 받았던 동료교수 제니퍼가 올해에는 버지니아 주에서 주는 상도 받고 해서 연단에 올라가서 연설을 했다.
그리고 큰 졸업식이 끝나면 사범대, 인문대, 자연대, 등으로 각 단과대별로 흩어져서 작은 졸업식을 하는데, 학생과 교수 수가 가장 많은 우리 사범대는 학교의 실내 체육관으로 자리를 옮겨서 학장님이 주관하는 졸업식을 또 한 번 치른다. 이 행사에서는 학장님이 수여하는 우수 교수상을 발표하는데, 마찬가지로 강의, 연구, 봉사 분야로 나누어서 사범대 내의 교수들 중에 한 명씩을 심사 선발한다.
우리 사범대 안에는 내가 속한 교육학과와 체육학과, 레크리에이션 학과, 상담학과가 있는데 네 학과의 교수를 모두 합하면 백 명도 훨씬 넘는다.
사전 설명이 무척 길어졌는데…
그러니까 그 백 명도 넘는 교수들 중에서 올해에 연구 분야 우수상을 내가 받은 것이다. 음홧홧!
이년 째 한국의 유아교육 잡지 다음세대에 매월 고정 칼럼을 기고한 것을 진작부터 학장님이 격려하고 지지해주시더니만, 이번에는 상까지 받게 되었다.
상금이나 값비싼 부상 같은 것은 없지만 (제법 폼나는 상패를 받게된다 :-), 그래도 수 천 명의 학생과 가족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내 업적을 낭독하고 일어서서 박수를 받은 것은 기분좋은 일이었다. 각자 졸업한 학교의 박사가운과 모자를 쓰고 나란히 앉아있던 동료교수들도 환한 미소와 뜨거운 박수로 축하해주었는데, 그 중의 몇명은 나중에 이메일로 따로 축하의 말을 해주기도 했다.
앞서 말한 큰 졸업식에서 상을 받고 연설을 했던 제니퍼는 이메일에서 내 연구 업적이 제대로 평가를 받았으니 그 상은 당연히 내가 받을만 한 것이었고, 내가 동료라서 자랑스럽고 영광스럽다고까지 썼다. 남에게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는 문화권인데다가 제니퍼는 나와 함께 조지아 대학교에서 공부한 이력도 있어서 (그녀는 학위는 버지니아 대학교에서 받았지만 교환학생 형식으로 조지아에서 나와 함께 강의를 들었던 인연이 있다) 그런 과한 칭찬의 말을 한 것인데, 자신은 더 큰 상을 받았으면서 내게 그런 덕담을 해주는데도 내가 민망하기는 커녕 기분이 좋은 것을 보면 나도 이젠 미국사람이 다 되었나 싶다.
칭찬을 받으면 부끄러워하거나 비꼬아서 받아들이지 않고 고맙지만 당당하게 받아들이고, 또 다른 사람에게도 질투나 시기어린 감정없이 칭찬의 말을 아낌없이 하는 분위기가 나는 참 좋다. 처음 미국 유학을 왔을 때만 해도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칭찬을 해주는 사람들에게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 것인지 몰라서 당황하곤 했던 일이 떠오른다.
“너 오늘 입은 옷이 참 예쁘구나”
“넌 네가 얼마나 예쁘게 생겼는지 알아야 해” (이 말은 마트에서 쇼핑을 하다가 맞은 편에서 카트를 밀고 오던 어떤 남정네한테서 들었던 말이다 🙂
하는 등의 정말 별 것도 아닌 칭찬에서부터,
“정말 중요한 지적을 해주었구나”
“파워포인트가 참 논리적으로 깔끔하게 정리가 잘 되었어”
등등의 교수님으로부터 들었던 칭찬의 말…
그리고 불특정 다수와 동료들과 학계의 전문가들로 부터 들었던 수많은 칭찬의 말들은, 작게는 내게 잠시 동안의 미소와 행복감을 주었고, 크게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진심으로 축하해준 동료들에게 고맙고, 상을 준 학장님도 고맙고, 또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마음으로 축하해줄 모든 분들에게도 미리 감사한 생각이 든다.
참, 제니퍼의 이메일에는 이런 답장을 써보냈다.
제니퍼, 너는 항상 나보다 두 발 앞서서 내가 가고싶은 길을 비추어주는 동료였어. 나야말로 너와 함께 일하게 된 것이 영광이야!
앞으로 두어발자국 더 나아가면 제니퍼처럼 버지니아주 올해의 교수로 지정받고 총장님과 나란히 서서 연설도 한 마디 하게 되는 날이 오겠지?
2015년 5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