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생긴 기계가 배송되었다. 국수를 만들다보니 밀가루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고, 신선한 밀가루를 얻으려면 통밀을 사다가 직접 가루로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던 것이다. 음식을 갈아주는 푸드 프로세서나 믹서기 같은 주방기구와는 달리, 이건 마른 곡물을 곱게 밀가루 상태가 되도록 갈아주는 일을 한다.
인터넷으로 통밀을 주문했더니 그것도 배달이 되었다.
통밀은 이렇게 생겼는데, 보리보다는 길쭉하고 쌀보다 큰 크기이다. 밀의 속껍질과 씨눈이 붙어있어서 맛과 영양면에서 밀가루보다 훨씬 낫다고 한다.
기계에 통밀을 넣고 가루로 만드는 과정에서 밀가루 먼지가 날리기 때문에 남편이 지하실에 들고 내려가서 만들어왔다. 가루로 만드는 과정 자체는 무척 신속하다고 한다. 한 2-3분 만에 다 갈렸다고 한다.
표백을 안한 밀가루라 노르스름한 빛이 난다.
직접 만든 밀가루로 식빵을 구웠더니 빵의 향이 정말 좋았다. 일부러 밀가루 본연의 맛을 느끼려고 가장 심플한 식빵을 만들기로 했는데, 잼을 바르지 않고 그냥 먹어도 맛이 좋았다.
그리고 직접 간 밀가루로 만든 국수의 모습은 이러했다. 아무래도 파는 밀가루보다는 가루 입자가 거칠어서 면발이 덜 매끄러웠다. 색깔도 갈색에 가까웠다. 하지만 신선하고 건강한 맛은 시판 밀가루로 만든 국수나, 시판 국수를 따라올 수가 없다.
오늘의 국수로 당첨된 메뉴는 닭칼국수이다. 작은 닭 한 마리를 통째로 두어시간 푹 고아서 고기를 익히고 육수를 우러내었다. 맹물을 쓰지 않고 북어다시마 육수팩을 넣어서 끓이니 닭고기에도 좋은 맛이 베어들고 국물의 맛도 훨씬 더 좋았다.
잘 익은 닭은 건져서 살을 발라내었다.
그리고 색색깔의 고명도 준비했다. 애호박은 썰어서 바로 볶으면 물이 너무 많이 나와서 고명으로 얹기에 부적합하다. 그래서 채를 썰어서 소금을 뿌리고 한 시간 가량 두었다가 물기를 꼭 짜서 볶았다.
끓고 있는 닭고기 국물에 국수를 넣고 더 끓인다. 생면이 육수의 맛을 충분히 빨아들여 좋은 맛을 내게 된다.
찢어둔 닭고기와 고명을 얹어서 먹으면 맛있는 닭칼국수 요리 완성.
하지만 며칠 내내 국수만 먹었더니 무언가 속이 허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장거리 여행을 다녀온 후라 더욱 더 무언가 속을 따스하게 감싸주는 평범하고도 안정적인 음식이 먹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쌀을 씻어서 불린 다음 압력솥에 갓 지은 밥을 그릇에 담으니 벌써 마음이 푸근해진다.
된장찌개를 끓여서 뜨거운 밥에 얹어서 비벼 먹었다.
된장 찌개에 두부 대신에 예전에 콩국수를 해먹고 남은 삶은 콩 간 것을 넣었더니 두부보다도 훨씬 더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났다.
그리고 이건 코난군이 요청한 여름에 어울리는 음료, 식혜이다.
둘리양도 오빠를 닮아 식혜를 무척 잘 먹는다.
2015년 6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