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12장: 롱아일랜드를 나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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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과 건물을 나와서는 차로 연구소를 돌아보았다. 예전에는 없던 최신식 건물이 여러 동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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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국립 싱크로트론 광원 이라고 하는 곳인데, 이번에 새로 지은 시설이다. 입자가속기? 와 비슷한 것인지, 다른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좌우지간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큰 시설이어야만 빛의 속도에 가까운 속도로 전자를 움직이게 할 수가 있다나 뭐라나… 참, 아는 게 없으니 엉터리 설명을 쓰는 게 고역으로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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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뭔지도 모르면서 열심히 쓰려고 했던 이유는, 10년 전에는 이런 시설이었지만, 지금은 새로이 최신식 건물로 잘 지어놓은 것이 참 대단하고 멋있어보여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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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 각 과별로 소프트볼 경기도 하고, 염불보다 젯밥에 관심이 더 쏠리는 것처럼, 소프트볼 경기의 승패보다도 더 관심을 기울였던 바베큐 파티도 함께 했던 운동장은 아직도 그 모습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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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 박사님과 작별을 하고나서 화학과 옆에 있는 카페테리아 건물에서 진행하고 있는 어린이 여름방학 특별행사를 구경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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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연구소가 지역사회 어린이들의 과학교육을 장려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방학동안 이런 전시와 행사를 일요일마다 개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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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행사 중에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먼 여정을 앞둔 우리에게 시간이 잘 들어맞는 마술쇼를 보기로 했다. 물론, 이 모든 행사는 국립연구소에서 하는 비영리 행사라서 입장료가 없었다.

마술의 역사와 수수께끼 (Mystery and History of Magic) 라는 이름의 이 쑈는 그냥 마술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고대에 마술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고, 그 원리는 무엇인지, 하는 설명을 곁들인 것이라, 코난군 정도 연령의 어린이들이 재미와 학습을 동시에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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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중간중간에 객석에서 어린이 참가자를 불러내서 직접 마술을 시연하는 순서가 여러번 있었는데, 코난군은 처음에는 완전히 남의 일처럼 손을 들 생각도 안하더니, 점차 회를 거듭해갈수록, 자신도 무대에 올라가서 마술에 참여하고픈 마음이 드는지 표정과 움찔움찔 하는 손이 보였다. 조금 더 자라서 지금보다 더 용기(혹은 뻔뻔함? 아니 대범함 이라는 말이 더 낫겠다 :-)가 생기면 언젠가는 무대에 올라갈 날도 오겠지.27.jpg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를 돌아보고 롱아일랜드를 빠져나오기 전에, 잔뜩 벼르고 기대했던 일식뷔페식당 미나도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예전에 남편과 함께 왔을 때 생선초밥을 무척 맛있게 먹었는데, 버지니아에서는 그 어떤 일식당을 가도 여기만 못했기 때문에, 이번 뉴욕 여행에서 꼭 빠뜨리지 말고 가자고 단단히 벼르던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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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82쿡 회원 한 분의 가족을 만나게 되었다. 이름은 몰라도 인터넷 게시판에서 자주 얼굴을 보던 낯익은 아이들이 저만치 건너편에서 음식을 담고 있는가 싶더니 테이블로 돌아가며 “아빠~” 하고 부르는데, 거기에는 또한 이름도 나이도 모르지만 인터넷 게시판에서 자주 보던 낯익은 얼굴의 어른이 있었다. 이건 서로 아는 사이라고 해야할지, 모르는 사이라고 해야할지… 참 애매했지만 그래도 뜻하지 않은 만남이 무척 반가웠다.29.jpg 

82쿡 게시판에서 인기가 많은 아이들의 사진을 기념으로 찍어주고, 어른들끼리는 인사를 나누었다.  미나도를 나선 것이 오후 세 시였고, 일요일 오후라 비교적 한산한 맨하탄을 빠져나오니 오후 다섯 시가 다 되었다. 집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가능하면 중간에 쉬거나 하룻밤을 묵지 않고 곧장 내려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아이들은 어차피 해가 지고 어두워지면 차 안에서 잠이 들테니 어른들만 힘을 내면 될 일이었다. 마침 이 사진의 주인공이 82쿡 게시판에 우리 두 가족이 우연히 만났던 사건을 재미있게 써올려서, 내 스마트폰으로 글도 읽고 댓글도 달고 하면서 내려오느라 장거리 운전이 덜 지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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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거리를 되짚어 집으로 돌아온 것이 닷새 하고 한나절만이었다.

원기왕성한 아이들은 다음날부터 활기차게 평상시 생활을 유지했고, 어른들도 몸살이 나거나 하는 일없이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다. 방학 중이라서 낮잠도 잘 수 있고 느긋하게 쉴 수 있으니 체력 회복이 빨랐던 것 같다.

남편과 내가 동시에 긴 여름 방학을 누릴 수 있는 일을 밥벌이로 하고 산다는 것은 참 대단한 행운이다. 이렇게 긴 여행을 다녀올 수도 있고, 아이들과 충분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으니 말이다. 이제 아이들이 더 자라면서 조금씩 더 먼 곳으로, 조금씩 더 깊은 주제와 외미를 가지고 여름 방학마다 여행을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2015년 8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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